편지를 쓸 대상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돌고 돌아 내게 안착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사실 그보단 일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틈틈이 생각이 날 때면 일기를 썼다. 대부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쏟아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마주한 마음을 이렇게 공개적인 공간에서 마주하니 조금 어색하다. 혼자서 쓸 때면 술술 써지던 글이 부끄러움 앞에서 막힌 기분이다. 평소 쓰던 일기처럼 한 번 써봐야겠다.
예전 나의 일기장 속에는 유독 어두운 감정을 드러낸 글이 많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보면 한숨이 푹 나오고 마음이 무척 무거워지곤 했다. 다들 일기를 쓰면 좋다고 하던데, 도저히 뭐가 좋은지 알 수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불평과 불만이 내면을 흙탕물처럼 뿌옇게 만들었고, 하소연처럼 늘어놓는 말들은 찌꺼기로 쌓여갔다. 그런 내 모습에 지쳐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결심으로, 불투명한 거울을 열심히 닦아내듯 나를 닦아냈다.
그리고 지금은 달라졌다. 나를 응원하고 다독이는 글이 많아졌다. 흔들리는 중심을 바로 세우고, 불안을 잠재우며, 괜찮다고 위로한다.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글로 그려내며 희망을 품는다. 덕분에 그 희망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다. 드디어 부정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날뛰는 감정의 곡선을 부드럽게 깎고 어두운 동굴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행동에서 평온을 얻는지 터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기쁨들을 기록해 두는 것, 그것이 곧 나만의 회복 탄력성이 되었다.
아직 원하는 단단한 내면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쉽게 약해지는 마음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대범함과 자신감이다. 나는 늘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완전한 채움이란 없기에 이는 끝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았다. 하나의 결핍을 메우면 또 다른 결핍이 보였고, 어느 정도 채워야 만족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를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자신감을 깎아내렸다.
나는 나의 존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곧은 마음을 갖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근거가 없더라도 일단 나를 믿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 믿음은 행동에 불씨를 붙여 나를 움직이고 성장하게 만든다.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끝내 성취라는 결과를 안겨주는 동력이 된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다.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보다 ‘까짓것 해 보자’는 용기가 체화되어야 한다. 장점을 눈여겨 보고, 이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는 자세가 대범함을 만든다.
나에게 자신감을 잔뜩 붙여주고 싶다. 조금 더 당당해져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대범한 행동도 기꺼이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던 이유 역시 결국 자신감의 부재였다. 사실 그렇게 위축될 필요는 없었는데, 무엇이 나를 그토록 머뭇거리게 만들었을까. 돌아보니 전부 혼자 만들어낸 생각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자. 나의 한계를 마음대로 단정 짓지도 말자. 가장 가깝고 평생을 함께해야 할 나 자신이라면 믿어주고 싶다. 내면을 잘 갈고닦아 온 시간처럼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나를 위해서, 이제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