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감정은 참 수줍고 예쁜 것 같아. 난 아직 누군가를 먼저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만약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호기심
늘 궁금했다. 내가 먼저 좋아해서 시작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마음을 표현해 주고, 그 사람에게 스며들어 연애를 시작한 적은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마음이 커졌던 사랑이었다. 게다가 모두 학생 때의 연애였기에, 성인이 된 지금의 사랑과는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연애만큼은 신중하고 싶었다. 지난 사랑에도 좋은 기억은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리 건강한 관계는 아니었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나만의 분명한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이 맞아야 오래도록 안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와 사랑 이야기를 나누며 늘 하던 말을 또 했다.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거래."서로를 다독이듯 웃으며 끝낸 대화였는데, 정말 그 말처럼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내 앞에 내가 마음속으로 그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연 하늘 같은 사람이었다. 강아지 같은 눈과 기분 좋은 눈웃음, 다정한 말투를 가진 사람. 그것이 너의 첫인상이었다. 웃기게도 처음 본 순간부터 자꾸 시선이 갔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너를 알아갈수록 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호감으로 변해 갔다.
호감
혼자만의 테두리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내 일상도 어느새 너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너 앞에서 더 이상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제야 인정했다. '아,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표현이 많아지는 사람이었다. 표정은 숨기지 못했고, 계속 웃고 있었고,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신경 쓰였다. 자꾸 주변을 맴돌았고, 작은 연결고리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연결될 이유가 없다면 스스로 이유를 만들려고 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자꾸 너에게로 가며 보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이렇게 웃는 사람이었고, 생각보다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티가 안 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꽤 많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너는 이미 내게 행운이 되었고, 특별한 감정을 선물해 준 사람이 되었다. 너를 더 알아갈수록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오래 알아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네가 놀라지 않게 아주 조심해서 하지만 진심만큼은 전해질 수 있도록. 혼자 수없이 문장을 고치고 되뇌다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언젠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수동의 노을이 지는 구름다리에서 그 말을 전하려고 했었다.

고백
하지만 그날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내가 준비했던 고백보다 먼저, 너의 진심을 듣게 되었다. 같은 마음이었다는 이야기. 나를 생각하며 했던 행동들. 수없이 고민하다 겨우 꺼낸 것 같은 조심스러운 말들. 수줍지만 진심이 가득한 너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그날, 세상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연 하늘 색으로 물들었다. 이후의 시간은 꿈같았다.
온 신경이 네게 향하니 다른 것들은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배고픔도 피곤함도 잊을 만큼 행복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시간 속에서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 같았다. 우리는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같은 책방을 좋아했고, 조용한 공간을 좋아했다. 숲과 잔디, 푸른 풍경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소설의 작가도 비슷했다. 좋아하는 색도 같았고, 다수보다는 소수를, 술보단 산책을 더 좋아했다. 서로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을 좋아했고, 바르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는 점도 닮아 있었다.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꿈꾸는 가치관도 닮아 있었다. 서로에게 원동력이 되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너는 늘 말 한마디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가벼운 말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고, 언제나 상대를 생각한 뒤 말을 건넸다. 그 다정함과 섬세함이 참 좋았다. 햇빛이 강했던 어느 날, 내가 눈부실까 봐 두 손으로 햇빛을 가려주던 너의 모습. 그 작은 행동 하나에도 너라는 사랑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차분하게 해결하는 모습도,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단단한 성향도, 모두 고마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랑이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너였다. 나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무게를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 언젠가 그 말이 처음 입 밖으로 나오는 날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것만 같았다.
오래도록
너의 맑음은, 지나가던 나의 여름 아래 숨어 있던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이다. 오래 이 마음을 코팅해서 보관하고 싶다. 너에게는 언제나 진심이 담긴 말만 해 주고 싶고, 어떤 일이 있어도 너에게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나 너의 편이 되어 주고 싶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너의 좋은 영향이 조금씩 나에게도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게 바라는 점은 나와의 만남으로 인해 삶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오래도록 노력해야겠다. 한없이 표현하고, 원 없이 다정하고 어떤 모습이든 기어이 사랑하겠다. 너의 맑음과 나의 밝음이 만나, 앞으로도 우리의 모든 날이 따뜻하고 맑고 환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오래도록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