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아트인사이트에 처음 발을 내딛고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 내게 에디터란 직함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같은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이리저리 직장을 전전하고 몸과 마음이 아팠던 백수의 시기를 지나 홀로 일하며 나의 가능성을 매번 '자기소개'라는 좁은 문서에 욱여넣던 때였다.
에디터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소개'를 주제로 글을 써야 했을 때도, 나는 그간의 방황과 여정을 되짚는 글을 썼더랬다. 그로부터 한동안 나는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 이력을 정비하지도, 포트폴리오를 꾸리지도, 다음에 다닐 회사 공고를 찾지도 않았다. 마음을 내려놓고 지원한 한 회사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네 번째 직장 생활은 가장 오래 근속한 곳이 되었다. 처음으로 소속감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꼈고 글이 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 안정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오래 다닐 거라고 예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왔고, 그때마다 몸과 마음이 피로했기에 뚜렷한 이직처를 정해두지도 못했다. 돌이켜보면 늘 전전긍긍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이리저리 깎이면서 모난 마음이 둥글게 변하기도 했고, 특정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이자 욕심으로 한 방향으로만 달리며 당연히 이뤄야 할 청춘의 표상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여전히 꿈, 행복, 희망, 도전, 용기 같은 진취적인 단어를 종종 쓰지만 그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가 모든 걸 내려놓아 버린 건가?' 싶었다. 얼마 전 다녀온 휴가에서 숙소 방명록에 글을 남길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간의 고민과 힘든 시기를 털어넣고, 자신을 위로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기기 위해 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리낌이나 거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적었다. 나는 큰 걱정을 안고 여기 온 게 아니라고. 마침 그런 요소들이 없는 삼십 대 초반 삶이 2년 남짓 이어지고 있다고.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안주하며 사는 건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내가 한때 꿈꾸었던 삼십 대의 모습은 아니지만, 과거에 겁먹고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에서야 하고 있어서 참 좋다고 말이다.
그 문장을 적어 내려가며 알았다. 남들이 보기엔 안주하는 삶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쳇바퀴에 몸을 의탁한 채 멈춰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조바심을 내며 자기소개라는 늪에 갇혀 지내던 과거에서 벗어나, 비로소 내 삶 한 줄에 적힐 소중한 흔적을 남길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 뒤로 여러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의지와 말랑한 마음이 다시 피어올랐다. 전처럼 뜨겁고 숨 가쁜 열정은 아니지만, 적당히 피로가 풀릴 만큼 미지근한 온도로 반짝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은 2년 전 적었던 자기소개의 후속작이다.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도의 여유, 그 여유 속에서 피어나는 생각의 자유로움. 그 외에도 책과 글이라는 틈바구니에만 갇혀 보지 못했던 다양한 장르와 재미를 느끼며 점점 가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좋은 날로 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으로 적어 내려갔던 그 염원은 신기하게도 예언처럼 진짜가 되었다. 지금 나는 충분히 좋은 날을 살고 있고,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2년 전의 나에게 답신을 보낸다.
이건 날카로운 하루를 건너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모서리에 닿아도 놀라지 않게
빙글빙글 춤을
우리 모두 춤을 추자
- 윤마치 <둥근 노래>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