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자기소개라 하면 학기 초 아직 서먹한 친구들 앞에서 하는 인사, 회사 지원을 위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가 대부분이었다. 마음속 이야기보단 겉으로 보이는 나의 이력을 펼치는 게 다반사였다. 무언의 고정된 틀이 존재하는 것처럼 정형화된 자기소개에 익숙해진 나는 이번 자기소개 주제가 도리어 어렵게 느껴졌다.
정해진 정답이 없는 만큼 방법도 여러 가지인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며칠을 고민했다. 없는 정답을 만들려고 하니 당연히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생각에 힘을 빼고 난 후 내린 결론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는 단순한 결론이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지, 내 삶에 글이 존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자기소개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써 본다.
글 쓰는 삶
현재 나는 약 4개월간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마치고 컬쳐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하고 있다. 나의 일상에 글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지금, 가끔은 새삼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글보다 그림을 더 좋아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이 되면 책상 속 공책을 꺼내 그림을 그리곤 했다. 마치 디자이너가 된 것 마냥 마네킹을 그리고 그 위에 옷과 신발을 그렸다. 계속 그림을 좋아할 줄 알았던 나는 시간이 흘러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게 그림의 존재를 잊은 채 살다가 성인이 된 후 다시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을 취미 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림으로 이모티콘 제작과 인스타툰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디지털 드로잉 공부. 시작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돌고 돌아 좋아하는 그림을 다시 만난 게 반가웠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즐거웠던 처음과 달리 배우면 배울수록 나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생각보다 그 시간들이 흥미롭지 않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스스로한테 약간의 배신감이 들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실 나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지만 그중 내 마음에 오래 안착하는 건 많지 않다. 처음에는 여러 분야를 짧고 얕게 빠지는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에디터 분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 관심사가 자주 바뀐다는 건 나쁜 것이 아니며, 그 관심사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나의 관심사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많은 관심사 중 오래 유지해 온 관심사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생각하고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특히 어떤 것을 보고 떠오른 생각과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재밌게 본 드라마나 영화, 듣기 좋은 음악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말보단 더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글로 이야기하는 걸 더 선호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여기저기 글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멋지고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여러 SNS 채널에 카페를 소개하고, 일상을 기록하며, 감상한 작품을 리뷰하는 등 글로 표현하는 일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었다. 이를 발견하고 깨닫게 되면서 앞으로 ‘글 쓰는 삶’을 사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삶에 ‘글’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왔다.
글은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이 중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한 책을 발견했다. 이유미 작가님의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였다. 이는 전직 29CM 카피라이터이자 현재 서점 대표인 이유미 작가님의 카피 쓰는 방법과 노하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사기 전 이유미 작가님의 카피라이터 관련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일상에서 얻은 힌트로 쓴 따뜻한 글은 나를 반하게 만들었다. 내가 추구하고 바라던 글이 바로 이런 글이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글, 일상과 가까운 글, 소박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글이 참 좋았다. 작가님의 카피 작성 능력, 문장 수집 방법 등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어느 순간 나의 롤모델이 된 이유미 작가님을 보며 글쓰기에 마음이 더욱 쏠리게 되었다. 이후 작가님이 집필한 다른 책도 구매하여 읽어보고, 작가님의 카피라이팅 강연도 신청해서 들었다. 그렇게 나는 계속 글의 세계로 스며들었다.
글이라는 것이 내 삶에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글 쓰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했다. 그 실천 방안으로 도전한 것이 바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였다. 사람들의 고유한 생각을 담고, 그 생각을 자유롭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아트인사이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합격하면서 드디어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글 쓰는 삶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글은 그림처럼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나날들이 계속되어도 여전히 글쓰기는 즐거웠다. 마음처럼 써지지 않는 글에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되돌아왔다. 완성된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밀려오는 뿌듯함, 내 생각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기쁨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도 글 쓰는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쓰기는 나의 취미이자 관심사로, 내 삶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도 글과 연관된 이야기를 펼쳐 보았다.
글 쓰는 삶을 위해서 아직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리고 이 순간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제나 좋아하는 일과 함께 하여 흡족함을 느끼는 삶을 살기 바란다고. 그러니 잘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항상 나를 응원하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