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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영화 [힌드의 목소리]


 

미국과 이란이 충돌한다는 뉴스가 터지던 날, 주가 그래프가 실린 기사들이 줄지어 따라왔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동 상공을 피해 우회하게 된 항공편들이 취소됐다는 공지가 왔고,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마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전쟁이 닿는 방식일 것이다. 총성이 아니라 환율로, 사망자 수가 아니라 당장 내 눈앞에 놓인 물가로.


그것이 나쁜 반응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생활'은 계속되고, 경제는 실제로 우리 삶을 움직인다. 전쟁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당장 내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이 오는 충격 쪽으로 먼저 눈을 돌린다. 다만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전쟁에 대해 무뎌지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게 된다. 나도 그랬다. 적어도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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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한다.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내려지던 그날, 가족과 함께 피난 중이던 여섯 살 힌드 라잡은 폭격을 당한 차 안에 홀로 갇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전화를 걸어 말했다. "나한테 총을 쏘고 있어요, 제발 데리러 와 주세요."


구조대는 힌드가 있는 곳에서 단 8분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8분은 5시간이 됐다.


영화는 이 5시간을 따라간다. 89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폭발이나 전투 장면으로 전쟁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어린 소녀와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힌드의 목소리를 그리고 그 목소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들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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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월사 내부를 담은 장면들이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구조 작전을 조율하는 팀장은 누구보다 빨리 힌드를 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는 교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호 단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구조대를 보내려면 교전 당사자들의 협조와 허가가 필요하고, 그 절차는 전쟁의 논리 속에서 지연되고 또 지연된다. "조정이 언제 끝나냐"라는 팀원들의 물음에 가장 답답한 사람은 아마 팀장 자신이었을 것이다. 구조를 막고 있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도 통제할 수 없는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그 무력감이 이 상황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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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너머 힌드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직원들은 또 다른 무게를 진다. 숫자가 아니라 목소리이고, 통계가 아니라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다. 전쟁의 피해자가 수치로 처리되는 순간과, 그 피해자가 직접 귀에 들어오는 순간 사이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두 무게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짊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잃지 않는 것은, 모두 같은 전선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로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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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무게를 잰다면, 대체 반대편에는 무엇을 올려야 균형이 맞을까.


유가? 주가? 전략적 요충지의 군사적 가치? 지역 질서의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들? 그 어느 것도 저울 위에 올려봤을 때 여섯 살 아이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말이 아니다. 어떤 단위로도, 어떤 언어로도 실제로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전쟁은 늘 더 큰 무언가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된다. 국가 안보, 핵 균형. 그 말들은 언제나 숫자로 만들어진 언어로 전달된다. 희생자 몇 명, 민간인 피해 몇 퍼센트. 숫자는 감당하기 쉽다. 추상화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죽음이 통계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슬퍼하는 대신 분석하기 시작한다.


힌드 라잡의 이름이 처음 뉴스에 등장했을 때, 그것도 하나의 숫자였을 것이다. 2024년 가자 전쟁 당시 사망한 수만 명 중 한 명. 그런데 그 아이가 전화했다. 그리고 그 전화가 기록됐다. 그리고 그 기록이 영화가 됐다. 영화는 그 숫자에 이름을 돌려주고, 이름에 목소리를 돌려주고, 목소리에 시간을 돌려준다. 89분 동안 우리는 힌드가 갇혀 있는 그 5시간의 일부를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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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역대 최장 기립박수를 받았을 때, 그것이 순전히 영화적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알폰소 쿠아론, 조나단 글레이저가 총괄 제작에 이름을 올린 것도 단순한 연대의 제스처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 목소리가 기록되어야 한다는 판단, 이 기록이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그 선택들 안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뉴스 기사들 옆에는 주가와 기름값에 관한, 전쟁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그것도 전쟁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식의 일부이고,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숫자들 사이 어딘가에 여전히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이전보다 더 의식하게 됐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 통계로만 남은 것들, 8분 거리에 있는 데 5시간이 걸리는 것들. 〈힌드의 목소리〉는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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