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최근의 K-POP 프로모션은 이전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컴백 일정에 맞춰 공개되는 티저 이미지, 트랙 리스트, 뮤직비디오라는 정형화된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바깥에서 움직이는 장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음악을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의 변화는 팬덤에 대한 시선 변화에서 출발한다. 더 이상 팬은 정보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머무르지 않는다. 전화를 걸고, 문제를 풀고, 지원서를 작성하며 콘텐츠 안으로 직접 들어간다. 아이돌 마케팅은 이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서사를 설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 여보세요? 나 지은이인데


 

아이유.jpeg

  

 

지난 해 5월, 아이유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발매를 앞두고 ‘아이유애나 콜렉트콜’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콜렉트콜은 전화를 거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이 전화 요금을 부과하는 통화 서비스로, 짧은 연결 이후 통화 의사를 묻는 안내에 수신자가 아무 번호를 누르면 통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콜렉트콜의 형식을 활용한 프로모션의 번호로 전화를 걸면 "어, 여보세요? 나 지은이인데. 나 급하게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내 것 좀 받아 주라. 나 진짜 꼭, 꼭 할 말 있거든? 꼭 받아 줘!" 라는 아이유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후 다시 1부터 5 중 원하는 번호를 선택하면 아이유가 무반주로 불러 주는 <꽃갈피 셋> 수록곡의 일부를 청음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발매될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새로운 행동을 유도했다는 점에서도 인상 깊은 마케팅 전략에 해당한다.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은 대체적으로 ‘듣는 행위’를 수행해 왔지만, 해당 마케팅 전략은 듣기 위해 ‘거는 행위’를 소비자가 수행하게끔 한다. 또한 해당 프로모션 방식에 대해 대중은 어릴 적 통화를 하며 느꼈던 설렘과 기다림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건넸다.

 


 

CHOOSE YOUR TEST SUBJECT!


 

엔하이픈.jpeg

 

 

엔하이픈은 미니 6집 < DESIRE : UNLEASH > 발매를 앞두고 앨범 프로모션 웹게임 ‘ENHYPEN ESCAPE’를 공개했다. 해당 프로모션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퍼즐을 풀고 공간을 탐색하며 탈출하는 구조로, 소비자가 엔하이픈의 세계관에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선사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앨범 콘셉트를 설명하는 대신, 서사 안에서 ‘행동하게 만드는’ 방식의 마케팅이었다.


‘ENHYPEN ESCAPE’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실험체로 잡힌 뱀파이어 7명을 탈출시키는 방탈출 게임이다. 게임의 시각적 분위기와 설정은 엔하이픈이 꾸준히 구축해 온 다크문 세계관과 맞닿아 있으며, 음악과 콘셉트가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 연결된다. 이 프로모션은 마케팅이 점점 ‘경험’의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모션은 앨범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탐험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며, 음악과 디지털 인터랙션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모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글릿! 나 귀여움 졸업해!


 

귀여움 졸업파티.jpeg

  

 

아일릿은 < NOT CUTE ANYMORE > 컴백일, ‘귀여움 졸업 파티’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며 콘셉트 변화를 팬덤과 공유하는 경험으로 확장했다. 해당 행사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되었으며, 위버스를 통해 사전 응모한 팬들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된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는 신보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토크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이 단순히 귀여운 이미지를 벗는 선언이 아니라, 팀의 성장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직접 설명했고, 절제된 무대 매너와 새로운 분위기의 퍼포먼스를 통해 변화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행사 공간에는 콘셉트를 반영한 포토존과 상징적 소품이 배치돼, 팬들이 ‘졸업 파티’라는 설정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유도했다.


이 마케팅의 흥미로운 지점은 ‘졸업’이라는 다소 단절적으로 들릴 수 있는 키워드를, 팬들과 공유하는 성장 서사로 재해석했다는 데 있다. 이는 아이돌의 이미지 변화가 일방적 선언이 아니라, 팬과 함께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창의가 자란다, 위시젤리가 잘한다!


 

엔위시 사례.jpeg

 

 

지난해 3월 말, NCT WISH는 두 번째 미니 앨범 < poppop > 컴백을 앞두고 독창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당시 ‘2025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위시젤리와 함께할 인재 찾습니다.’ 광고가 게재된 시내버스가 서울 시내에서 목격되었다. 모집 분야, 모집 인원 등 현실 채용 공고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기업의 신입 공채 광고인가?’라는 생각에 대중의 시선이 몰렸다.


그러나 이는 < poppop > 앨범 프로모션 중 하나로, 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버스 144번, 441번은 NCT WISH의 컴백 날짜인 4월 14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모션은 단지 시선을 끄는 광고를 넘어 참여형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광고에 안내된 링크를 따라가면 실제 이력서 다운로드 페이지로 연결되며, 팬들은 이력서 양식을 내려받아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게시된 ‘서류전형 결과 확인’ 페이지에는 각 멤버의 개성이 담긴 가상의 이력서가 게재되어 있어, 실제 채용 절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과 픽션 사이를 오가며 소비자가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구조는, 기존의 앨범 홍보와는 다른 몰입감을 제공했다.


팬들의 반응 역시 이러한 참신한 시도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진짜 공채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이어진 해당 프로모션은 현실적 시스템을 빌려 아이돌 마케팅을 하나의 체험형 서사로 풀어낸 방식으로 해석된다.


 

 

후르츠 찜해 놓은 상품에 있었던 벨트는 Now on my 허리


 

스크린샷 2026-01-21 오전 8.45.39.png

  

 

코르티스는 데뷔 이후 패션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위시리스트 콘텐츠를 통해 팬과의 접점을 확장했다. 중고거래 기반 패션 플랫폼 ‘후루츠패밀리(FruitsFamily)’와 협업해 각 멤버의 취향을 인터뷰와 위시리스트로 공개한 해당 콘텐츠는, 광고성 협업을 넘어 개개인의 스타일을 팬과 공유하는 장치로써 기능했다.


후루츠패밀리와 코르티스의 인연은 코르티스의 데뷔 앨범 수록곡들 중 'FaSHioN' 속 '후르츠 찜해 놓은 상품에 있었던 벨트는 Now on my 허리'라는 가사에서부터 시작됐다. 본인들만의 장르와 정체성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코르티스는 곡 제목과 같이 패션적인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표된 후루츠패밀리와의 협업 콘텐츠는 '감다살'이라는 호평을 자아냈다.

 

멤버들은 후루츠패밀리 콘텐츠를 통해 본인들의 위시리스트를 공개하는 데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각각의 패션 취향을 설명하며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 철학을 설명했다. 예컨대 마틴은 절제되면서도 귀여운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을 선호한다고 밝혔고, 제임스는 자신의 감각을 중시하며 모자와 액세서리류를 즐겨 찾는다고 했다. 후루츠패밀리 플랫폼에서 이들이 찜해둔 아이템은 단순한 소유 욕구가 아니라, 멤버의 문화적 감각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기호로 읽히며 팬들에게 또 다른 해석의 지점을 제공했다.


이러한 위시리스트 공개는 음악 활동과 별개로 팬들에게 각 멤버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팬들은 단순히 무대 위의 이미지가 아니라 멤버의 일상적 취향을 공유받으며, 아티스트 그 자체를 더 세밀하게 이해하는 경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아이돌 마케팅이 음악 중심의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각과 선택을 콘텐츠화하여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Z세대 소비 방식이 만든 변화


 

이러한 마케팅 흐름은 Z세대의 소비 방식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Z세대는 광고와 콘텐츠를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재미있는 경험인가’라는 기준으로 반응한다. 참여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일상과 연결될수록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진다.


전화 한 통, 웹게임, 가짜 채용 공고, 위시리스트 공개까지. 이 모든 사례는 음악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팬이 움직이고, 해석하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각인시킨다. 최근 아이돌 마케팅은 결국 Z세대의 감각에 맞춰, 소비가 아닌 경험으로 스며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 = 브랜드’로 확장되는 정체성


 

이 지점에서 아이돌은 더 이상 앨범을 내는 음악 아티스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나의 세계관과 태도, 취향을 지닌 ‘브랜드’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브랜드의 핵심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전화 속 목소리, 게임 속 세계관, 채용 공고의 문구, 위시리스트의 아이템 하나하나가 아이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브랜드형 아이돌은 팬에게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가치관과 감각을 공유한다. 팬은 음악을 소비하는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 안에 머무르는 참여자가 된다. 최근의 아이돌 마케팅은 결국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보다,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느냐’를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이미지 출처: X @_IUofficial, @ENHYPEN @ILLIT_official, @nctwishofficial

 

 

 

김다영.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