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픔이 만든 오늘의 back number
2004년에 결성된 3인조 록·J-POP 밴드 back number는 시미즈 이요리, 코지마 카즈야, 쿠리하라 히사시로 구성되어 있다. 밴드명 Back Number는 시미즈 이요리가 고등학생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가 다른 밴드의 멤버와 사귀게 되자, 스스로 ‘지난 호(back number)’처럼 뒤처진 존재라고 여기게 되면서 지어지게 되었다.
사랑과 이별을 감성적으로 그린 가사와 멜로디로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일본 내 깊은 팬덤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back number는 현재의 3인조가 완성되기까지 멤버 변동이 있어 왔다. 우선 베이스의 ‘코지마 카즈야’의 경우, 원년 베이스 멤버가 2005년 탈퇴하게 되며 서포트 역할로서 back number를 도와주다 정식 멤버로 back number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후 2006년에 드럼 멤버인 ‘히사시 쿠리하라’가 합류하게 되며 현재의 back number가 완성되었다.
NHK 홍백가합전 2025 출연 확정
최근 back number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말 방송 NHK 홍백가합전 2025에 출연을 확정 지었다. NHK 홍백가합전은 매년 12월 31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생중계되는 일본의 연례 음악 특집 프로그램으로, back number는 12월 27일에 발매를 예정하고 있는 <どうしてもどうしても>와 큰 인기를 끌었던 <水平線>, 총 두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NHK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연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엄격한 심사하에 한 해 동안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가수들로만 출연 아티스트가 구성된다. 한 해 동안 음악적으로 가장 주목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과 방송사의 선택을 동시에 받은 아티스트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로, back number의 NHK 홍백가합전 출연은 그들의 인기를 입증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찌질해서 미안해… 근데 사랑이 원래 그런 거 아니야?
back number의 노래에는 사랑의 과정에서 느끼는 아픔과 가파른 감정 기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솔직하고 어딘가 찌질해 보이는 감정 표현은 대중으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일상 감정의 대변인으로서 back number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 행복을 다루는 노래보다 슬픔이나 소심한 내면에 대한 노래에 대중이 더 쉽게 공감한다고 보는 의견이 존재한다. 감정에 대한 유대감이 더 쉽게 형성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주장은 back number가 감정의 대변인으로서 끌고 있는 큰 인기의 이유가 되어 준다.
라이브 공연에서 시미즈 이요리는 실제로 “우리 음악이 여러분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이를 통해 back number가 위로와 공감의 도구가 되는 음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쯤이면 대체 어떤 가사길래 찌질하지만 좋다는 평을 받는 거야? 라는 근본적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에디터가 꼽은 back number의 3대 찌질한 노래는 아래와 같다.
MOTTO - back number
もっともっと私を知って欲しいんだって
좀 더 좀 더 나를 알아 줘
汚れきった奥の奥までみせてあげる
더럽혀진 속내의 속내까지 보여 줄게
それで
그러니
もっともっと私を愛して欲しいんだって
좀 더 좀 더 나를 사랑해 줘
(중략)
怖じ気づいた?
겁먹었어?
なら君に用は無いわ
그렇다면 너한테 볼일 없어
화자는 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본인을 사랑해 달라는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그러나 상대로부터 마땅한 반응을 얻지 못 하자 볼일 없다는 말과 함께 휙 등을 돌려 버린다. 말 그대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화자의 모든 말과 행동은 ‘진짜 찌질하다…’라는 적나라한 감상을 끌어낸다.
高嶺の花子さん - back number
君の恋人になる人は モデルみたいな人なんだろう
당신의 애인이 되는 사람은 모델 같은 사람이겠지
そいつはきっと君よりも年上で
그 녀석은 분명 너보다 연상에
焼けた肌がよく似合う 洋楽好きな人だ
그을린 피부가 잘 어울리는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중략)
駄目だ何ひとつ勝ってない
안 돼 뭐 하나 이기는 게 없잖아
いや待てよそいつ誰だ
아니 잠깐만 그 녀석 누구야?
back number의 찌질한 곡 원탑으로 꼽히는 <高嶺の花子さん>은 빠른 템포의 에너제틱한 멜로디와 달리 짝사랑 중인 화자의 찌질한 속내가 구구절절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제목 高嶺の花子さん은 직역 시 ‘높은 곳에 있는 하나코 씨’ 정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가사의 의미를 완전하게 전달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高嶺の花을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자면 ‘그림의 떡’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花子는 일본 여성이 사용할 법한 이름으로, ‘나에게는 그림의 떡인 花子 씨’ 정도로 제목을 해석하면 가사의 의미가 보다 쉽게 이해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곡의 화자는 본인이 짝사랑 중인 花子 씨가 연애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홀로 화를 내고, 또 홀로 기죽어하기도 한다. 용기가 없어 호감을 표현하지도, 고백을 하지도 못 하면서 홀로 그녀의 애인이 될 사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아무 노력 않고 그녀가 본인의 애인이 되어 주길 바라는 화자의 찌질한 모습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좋으면 지금 네가 상상 중인 그녀의 미래 애인 모습에 너를 가꾸어 나가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찌질한 화자가 그렇게 티가 날 정도의 호감 표시를 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헛웃음을 짓고 말게 되는 것이다.
パレード - back number
あんな姿こんな姿の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의
君など想像してないで
너 같은 건 상상하지 않을게
あぁなんで僕だって見たいのにな
아 어째서… 나도 보고 싶은데
(중략)
君を奪い去る為に足りないものは何?
너를 뺏기 위해 필요한 건 뭐야?
顔、身長、判断力、お金、特技
얼굴, 키, 판단력, 돈, 특기
あとほらオシャレな服とか
그리고 멋진 옷이라거나
<퍼레이드>의 화자 역시 여느 back number의 노래 속 화자들과 같이 화려한 고백도, 적극적인 구애도 하지 않는다. 역시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짝사랑 대상을 바라보며 ‘네가 남자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뭘 가져야 널 뺏을 수 있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내 옆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이 화자의 내면에서만 꾸준히 전진하는, 소심하다 못해 찌질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짝사랑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퍼레이드>는 소심한 짝사랑을 현실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다른 남자와 연애 중인 짝사랑 대상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내뱉어 놓고 곧장 ‘근데 어째서? 나도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화자는 찌질하지만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슬며시 너를 좋아했었어
그렇다면 back number의 노래 속 화자들은 전부 이렇게 사랑을 이루지 못 하고 찌질한 짝사랑만을 지속하는가? 그건 아니다. 짝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다루는 곡부터 연인에게 바치는 프로포즈 곡, 사랑에 대한 달달한 곡, 이별을 다루는 곡도 다수 존재하며, 에디터가 꼽은 back number 필청 노래 top 3를 공유하고자 한다.
Happy End - back number
私をずっと覚えていて
나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 줘
なんてね嘘だよ元気でいてね
아니야 거짓말이야 잘 지내
(중략)
今すぐに抱きしめて
지금 당장 끌어안으며
私がいれば何もいらないと
내가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そう言ってもう離さないで
그렇게 말하고 더는 떨어지지 말아 줘
なんてね嘘だよさよなら
아니야 거짓말이야 안녕
< Happy End >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OST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곡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가사와 감성적이며 back number 특유의 밴드 멜로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 Happy End >는 도입부만 들어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목은 ‘행복한 끝’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가사의 화자는 행복했던 시간을 애써 웃으며 보내 주려고 노력하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 이후, 그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아니야 거짓말이야 잘 지내”라고 말하는 화자는 청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Christmas Song - back number
星に願いをなんてさ柄じゃないけど
별에 소원을 빈다니 꼴사납지만
結局君じゃないと嫌なんだって
결국 네가 아니면 안 된다며
見上みあげてるんだ
별을 올려보고 말아
(중략)
長ながくなるだけだからまとめるよ
길어지기만 할 뿐이니까 짧게 말할게
君が好だ
좋아해
聞こえるまで何度だって言うよ
들릴 때까지 몇 번이고 말할 거야
드라마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의 ost인 < Christmas Song >은 back number의 대표 히트곡으로, 일본의 캐롤로 자리잡았다. 올해 12월 4일부터 25일까지 일본의 요요기 공원에서 개최되고 있는 '青の洞窟 SHIBUYA'에서도 BGM으로 사용되며 발표 이후 매년 12월이면 일본의 길거리를 장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번에 청자를 크리스마스 길거리로 끌어당기는 도입부의 종소리는 재생과 동시에 주변에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연인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의 길거리에서 짝사랑의 대상을 떠올리고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선물을 생각하며 고백을 다짐하는 화자는 사뭇 사랑스럽다.
幸せ - back number
こんなに好きになる前に
이렇게 좋아지기 전에
どこかで手は打てなかったのかな
어디선가 손쓸 수 없었던 걸까
(중략)
会いたくて
보고 싶어서
でもほら
하지만 봐
横にいてもまた辛くなってる
옆에 있어도 다시 괴로워지잖아
(중략)
最初からあなたの幸せしか願っていないから
처음부터 그대의 행복만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それがたとえ私じゃないとしても
그게 만약 내가 아니더라도
에디터의 부동의 원픽은 바로 <행복>이다. 짝사랑 중인 상대에게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화자는 절망하면서도 짝사랑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그가 사랑하는 대상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준다. 내가 선택해서, 내가 원해서 사랑한 거니까 이루어지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 없더라도 이 마음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가사는 화자의 순애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곡의 킥은 바로 잔잔하게 잦아드는 멜로디 뒤로 이어지는 “会いたくて(보고 싶어서)” 파트이다. 짝사랑 중인 상대의 행복을 더 바라기에 나의 마음 같은 건 전해지지 않아도 괜찮고, 상대가 모르게 꼭꼭 숨기겠다 다짐하면서도 진심이 터져 나오듯 뱉어지는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이 죄어 오는 듯한 감정이 들게끔 한다. 특히나 라이브 영상을 보다 보면, 해당 파트를 부르는 시미즈 이요리의 표정을 통해 짝사랑의 고통에 사무치고 있는 화자 그 자체를 마주할 수 있다.
밴드 사운드가 포함된 감성적인 멜로디에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가사로 이루어진 <행복>은 몇 년째 에디터의 마음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음원 자체로도 화자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라이브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은 또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에 라이브 영상을 시청해 보길 권한다.
Grateful Yesterdays Tour 2026
back number는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의 스타디움 투어 < Grateful Yesterdays Tour 2026 >를 예정하고 있다. 일본의 5개 도시에서 총 9번의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며,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이기에 무대 연출 규모에 대한 팬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에디터의 소망 하나를 조심스레 말해 보자면, 언젠가 back number가 내한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단 한 번도 내한 공연을 진행한 적 없는 back number이지만, 그들과 그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한국 팬덤 역시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기에 한국의 팬들에게도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전해지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 이미지 출처: X @backnumber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