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PUT YOUR PHONE DOWN [음악]

힙합 아이돌의 재등장

by 문아휘 에디터
2026.08.14 15:06

힙합 아이돌의 재등장


 

아이돌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존재한다. 반짝거리는 외관에 보컬과 퍼포먼스로 꽉 차있는 무대. 아이돌은 오래전부터 음악으로만 소비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음악은 물론 비주얼, 서사, 세계관, 콘텐츠 그리고 팬덤까지 촘촘하게 엮인 하나의 문화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돌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힙합과 알앤비를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남자 아이돌들이다. LNGSHOT과 CORTIS 그리고 All DAY PROJECT까지 케이팝 아이돌의 정형화된 문법에서 벗어난 신인 그룹들이 나오면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여태 주목받아온 아이돌의 공식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들을 어필했고 아이돌과 아티스트 그 사이에서 독자적인 매력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강한 군무나 통일된 세계관 획일적인 비주얼이 아닌 음악이 주는 메시지와 창작자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아이돌 모델이다. 마치 1990년대 초중반 힙합 아이돌이 활개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돌 그룹은 어째서 힙합을 선택하는 것일까. 단순 힙합이 유행하기 때문인가? 몇 년 전 아이돌 음반 상황을 살펴보며 현재 아이돌들이 힙합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음원 차트에서 아이돌이 사라졌다


 

2020년대 들어 아이돌 음악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멜론의 차트 집계 방식 변화는 팬덤의 반복적인 소비가 차트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보다 폭넓은 이용자의 소비를 반영하려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멜론은 2020년 기존 실시간 차트를 개편해 24Hits를 도입했고 2021년에는 24Hits를 TOP100으로 변경했다. 현재 TOP100은 최근 24시간 이용량 50%와 최근 1시간 이용량 50%를 합산하며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함께 반영한다. 이 변화는 팬덤의 반복 스트리밍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낮추었고 차트에 아이돌 음악이 비교적 적어지는 현상을 불렀다. 특히 남자 아이돌에게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팬덤 안에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일반 대중이 일상적으로 듣는 음악의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단순히 ‘남자 아이돌 음악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 대중음악 트렌드가 복잡한 구성이나 강한 사운드보다 짧은 시간 안에 쉽게 감각할 수 있는 멜로디, 가벼운 텍스처, 반복적인 구조를 가진 음악이 강한 생명력을 얻었다. 소위 ‘이지리스닝’으로 불리는 흐름이나 하우스 기반의 가벼운 사운드가 대중들의 선택을 받았고 이를 빨리 습득하여 이지리스닝으로 들을 수 있으면서 팬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콘셉트만이 차트 상위권을 노릴 수 있었다. 반면 기존의 아이돌 음악, 특히 남자 아이돌 음악에는 강한 퍼포먼스와 복잡한 사운드, 세계관과 콘셉트가 결합된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의 강점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남자 아이돌은 차트 상위권에서 점차 멀어졌다.

 

아이돌 산업 입장에서 대중과 멀어지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팬덤만으로도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국 대중의 청취와 관심으로 확장될 때 더 커진다.

 

그래서 산업은 다시 질문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팬이 아닌 사람도 이들의 음악을 듣게 할 수 있을까.

 

 

131.jpg

 

 

 

다시 '진정성'을 노래하는 아이돌


 

흥미로운 것은 그 답으로 여러 팀이 힙합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힙합은 대중성과 개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장르다. 힙합은 더 이상 소수의 장르가 아니다. 랩과 비트는 이미 대중음악의 기본적인 문법 중 하나가 되었고, 스트리트 패션과 영상, 퍼포먼스, SNS 문화까지 폭넓게 연결된다. 힙합은 소위 말하는 '느좋'을 풍기는 요소들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그릇이었다. 그 외에도 힙합만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기에 이들의 음악에 서사를 부여하기에 용이해진다. 따라서 아이돌이 힙합을 선택하는 순간 그들은 단순히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만듭니다”라고 말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세대의 아이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 아이돌에 비해 팀의 아이덴티티를 그들의 세대와 연결하여 설정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문화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CORTIS와 LNGSHOT이 보여주는 모습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CORTIS는 스스로를 ‘Young Creator Crew’로 소개하며 음악뿐 아니라 자신들이 만드는 콘텐츠와 창작 과정 자체를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2026년 두 번째 EP 《 GREENGREEN 》의 타이틀곡 ‘REDRED’에 대해서도 멤버들은 작업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것과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계속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LNGSHOT 역시 데뷔 앨범 자체를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구축했다. 특히 데뷔 과정에서 팀의 음악적 정체성에서 '아이돌스러움'을 최대한 덜어내면서도 세련되고 트렌디한 아이돌로 브랜딩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러한 팀들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아이돌의 추구미 또한 대중처럼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안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존재했지만 그 메시지를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는 아이돌은 드물었다. 프라이빗한 이야기들은 수록곡이나 믹스테이프로 발매하였으며 타이틀곡은 무조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곡으로 가져왔다. 그랬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 아이돌들이 대중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와 보이고 싶은 이미지 또한 변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돌이 힙합을 선택한 것이 단순 힙합의 대중화로 퉁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폰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을까


 

CORTIS의 2026년 단독 투어의 이름이다.

 

〈 PUT YOUR PHONE DOWN 〉.

 

말 그대로 ‘휴대폰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CORTIS는 이 이름으로 한국과 북미, 일본 등을 포함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이름은 지금의 음악 소비 환경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수많은 것을 본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멤버의 얼굴을 보고, 직캠을 보고, 포토카드를 보고, SNS를 확인하고, 댓글을 읽고, 챌린지를 보고, 팬 커뮤니티를 확인한다. 아이돌은 음악만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을 곁들이는 것이고 아이돌이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들이 소비 대상이다.


그렇다면 ‘폰을 내린다’는 것은 단순히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집어넣는다는 뜻 이상으로 읽을 수도 있다.

 

'아이돌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을 듣는 것.'

 

공연장 문화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힙합 공연장에서조차 손을 들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 현장을 즐기는 문화는 이제 보기 힘든 일이 되었다.

 

힙합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취향과 창작자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아이돌이 많아질수록 결국 이 질문만이 남는다. 아이돌은 대중이 폰을 내려놓고 음악만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설득력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문아휘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레드벨벳 최고의 레드 콘셉트는? [음악]
  2. 02 [Opinion] 나의 베스트 프렌드,엄마와의 여행 [사람]
  3. 03 [Opinion] 사랑했고, 미워했던 우리의 노래 [음악]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