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ssay] 여름을 담아, 가장 싱그러운 마음을 전한다는 것

살구나무숲 세 번째 학예회 - '나의 ( )에게’

by 이상아 에디터
2026.07.31 00:01

AAA00749.JPG

 

 

태어나 처음, 꽃 전시에 초대받았다.


7월의 긴 장마 사이에 고맙게도 해가 뜬 날이었다. 꽃 전시를 보러 간다 생각하니 새삼 길에 있는 식물들에 눈길이 갔다. 어느새 여름 한가운데 있는 나무들은 길어진 가지들과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고, 근사한 벽돌로 지어진 집 담장에는 탐스러운 수국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식물을 바라본다는 눈길 하나만으로 지쳐가던 여름의 풍경이 근사해져 버린다.

 

 

AAA00774.JPG

 

 

작은 전시장에 들어가니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했다. 웰컴 드링크인 시원한 허브차로 더운 김을 식히며 천천히 학예회에 대한 소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의 (     )에게'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를 있게 해준 사람을 위해 준비한 마음을 작품으로 담아내었다. 여덟 명의 플로리스트 작가들의 작품 앞에는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여덟 개의 연서들이 고이 접혀있었다.

 

 

AAA00752.JPG

 

 

어린 시절부터 가정을 위해 아끼며 살던 나의 가까운 가족은 꽃 선물을 싫어했다. 금방 시들어 버리고 비싸기만 하니 꽃다발 대신 돈다발을 가져오라며 장난을 칠 정도로 가난했던 그의 일생은 자신도 모르게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달랐다.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날이면 크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손으로 아기를 안 듯 꽃을 안았다. 오랜 시장 일로 투박해진 그녀의 손 한가득 부드러운 꽃잎이 스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선물하는 나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가득했다.


가녀린 존재만으로 한 가족을 웃음 짓게 하니 꽃은 얼마나 아이 같은 순수한 사랑의 힘을 지니고 있는가.

 

 

AAA00759.JPG

 

AAA00760.JPG

 

 

살구나무숲 작품들 속에도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들이 말갛게 담겨 있었다.

 

인생을 잠시 멈춰 선 이에게 자유로이 거니는 정원의 느긋함을, 오랜 시간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할머니에게 들꽃의 단단함을, 취향을 만들어준 엄마에게 다정한 숲을, 쉬지 않고 달려온 자신에게 단단한 그늘을 선물하고 있었다.


수많은 꽃이 피고 지고 나무가 흐드러지던 시간 속에서 사랑히도 곁을 내어준 당신들에게 보내는 마음 하나하나가 어여삐 여겨졌다.

 

 

AAA00762.JPG

 

AAA00764.JPG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주변을 바라본다. 주어진 것들에 쫓기는 나에게 언제나 느긋함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랑하는 이의 다정함과 오랜 투병에도 지치지 않고 걸어오는 어머니의 미약하고도 굳건한 강인함을 마주한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바랜 기억 속에만 있던 할머니의 손길을 꺼내본다.


만약 나의 일생 속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작품처럼 표현한다면 우리는 어떤 정원이 되어 있을까. 바람이 잔뜩 부는 여름의 정원이면 좋겠다. 큰 버드나무와 작은 풀꽃, 은방울꽃들까지 장난스러운 여름 바람에 흔들리며 세상을 뒤흔들 만큼 큰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그런 정원을 상상 해본다.

 

 

AAA00754.JPG

 

AAA00755.JPG

 

 

여름은 정말 까다롭다. 해가 쨍쨍하다가도 눈에 보일 만큼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어떤 날은 봄바람처럼 살랑한 바람이 불다가 어떤 날은 태풍 같은 바람이 들이닥친다. 질투 많은 신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에 기함을 토하다가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피어나고 맺어진 것들을 마주하면 그 모든 과정을 잊게 된다.


그래서 여름의 색은 다채로운가 보다. 잎은 그 어느 때보다 진하고, 그 어떤 계절의 꽃들보다 색을 많이 머금고 있으며 알록달록한 열매들은 달고 시어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인생의 황금기를 추수하는 가을에 비유를 하곤 하지만 성장하는 여름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AAA00750.JPG

 

AAA00751.JPG

 

 

나의 성장을 당신에게 바친다는 것.

 

나라는 꽃을 피워내고 탐스러운 열매가 된 당신에게, 당신만큼 아름다운 꽃이 되겠다고 외치는 싱그러운 마음들에서 성장하는 여름을 느낀다. 그 어떤 때보다 활짝 피어난 마음들을 따라 나의 정원 속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나의 여름을 담아 말해야겠다 다짐한다.

 

이 태양이 사라지기 전에 나의 푸르름을 피워내줘서 고맙다고.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