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 때 한번은 나만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속상했던 적이 있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을 한 가지 준다고들 하는데, 나한테만 안 준 것 같아 나를 잊었나 생각도 했다.
친구 A는 그림을 너무 잘 그렸다. 연습 한 적도 없는데 슥슥 샤프로 긋더니 금세 감탄할 만한 그림이 나왔다. 나는 작은 토끼 캐릭터만 그릴 줄 알아서 그 능력이 부러웠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조금 더 표현이 풍부해질 텐데,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다.
그때의 나는 잘하는 것을 찾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평범하다'라는 생각했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엄격했나 싶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은 잘 찾아내면서 나에게 잘하는 것을 하나도 찾아 줄 수 없는 나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에게 미안하다. 돌아보면 잘하는 게 그래도 많았던 것 같은데, 애꿎게 없는 신만 미워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최근 내가 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의 일은 여러 출석 체크들을 하고, 주로 수강생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정말 고맙습니다 멘토님"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순간 나도 사회에서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고마운 존재구나를 느꼈다.
그런 말을 기다려온 걸까, 인정 욕구일지도 모르지만, 늘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꾹꾹 눌러 놓은 마음에 싹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닿는 모든 것들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타고 있는 이 지하철도 누군가가 안전하게 운행해 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땀으로 메워진 길을 걷고 있는 거지, 매일 먹고 있는 이 밥도 오랜 사람들의 손을 타고 와 내가 먹고 있다.
결국 사람은 다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거대하고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다.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매일매일이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는 매일 당신 덕분에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조바심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