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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관계의 파동을 그리는 깊은 울림

 

 

삶의 결을 따라 일렁이는 감정의 파동을 그린 연극 [너울]이 관객들을 만난다. 퀴어의 삶과 사랑, 그리고 돌봄의 시간을 그린 이 작품은 인간 관계의 미묘한 균열과 회복,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며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영국 극작가 아일리 린(Isley Lynn)의 수상작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작품은 50대 여성 커플 '벨'과 '플로'의 현재와 20대 시절을 교차해 보여준다. 질병 후유증으로 일상에 제약이 생긴 벨과, 그 곁을 지키는 플로의 삶은 평온해 보이지만, 정체불명의 전화 한 통을 계기로 균열이 생긴다. 이후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밀려들며 두 인물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너울]은 젊은 시절의 사랑을 '발견과 연결'의 감각으로 그리는 동시에, 시간이 흐른 뒤의 관계를 '책임과 지속'의 문제로 확장한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함께 늙어간다는 것과 서로를 돌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묻는다.

 

원작자 아일리 린(Isley Lynn)은 기존 서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전복하고, 주변화된 목소리를 무대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작가로, 대표작 [Skin A Cat], [War of the Worlds] 등에서도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왔다.

 

원작은 2023년 초연 당시 이브닝 스탠다드 씨어터 어워즈(Evening Standard Theatre Awards)에서 신진 극작가상(Charles Wintour Most Promising Playwright Award)을 수상했으며, 동일 작품으로 올리비에 어워즈(Olivier Awards)와 오프 웨스트엔드 어워즈(Off West End Awards)에서도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해외 평단은 이 작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누구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시간 속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에 대한 깊은 탐구(WhatsOnStage)"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매체는 "퀴어 우정과 사랑의 질척하고도 아름다운 역동성을 포착한 작품(The Stage)"이라고 평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연출가 진해정이 이 작품을 맡아 재해석한다. 진해정은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의 결을 섬세하게 구축하는 연출로 주목받아온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도 시간의 교차 구조를 무대 언어로 치밀하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번역가 배서현과 창작진이 협업해 원작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관객과의 정서적 접점을 고민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무대, 조명, 움직임, 음악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감정의 '너울'을 시청각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해온 배우들이 참여해 한 인물의 서로 다른 시기를 교차로 연기한다. 이들은 동일한 관계의 시간을 나누어 표현하며, 인물의 감정 변화와 기억의 층위를 입체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배우 김광덕은 [목련풍선], [앨리스 인 베드], [가지]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온 베테랑으로, 깊이 있는 인물 해석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윤현길은 [도그 워커의 사랑], [화성골소녀], [목련풍선] 등의 작품을 통해 현실감 있는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주목받아 온 배우로, 인물 간의 긴장과 감정의 흐름을 밀도 있게 구현한다. 지난해 [목련풍선]을 함께한 바 있는 김광덕과 윤현길의 재회 역시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이미라는 [고양이가 말했어], [밤에 먹는 무화과], [댄스 네이션] 등의 풍부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장샘이는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 [다른 부영] 등의 작품을 통해 주목받은 배우다. 개성 있는 에너지와 생동감 있는 표현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은조는 [연극 햄릿], [우리가 로맨스를 떠올릴 때 소환하지 않는 풍경의 경우의 수] 등에서 신선한 감각과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배우로,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며 극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구현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박은호는 [커튼],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240 245] 등 전작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인물 간 관계의 긴장과 균형을 정교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202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인 연극 [너울(The Swell)]은 사랑 이후의 시간, 그리고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연극 [너울]은 오는 5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전 회차 한글자막해설이 제공되며,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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