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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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책은 처음 접해서, 익숙하지 않은 단어나 문화가 등장하여 색다르게 읽었다.
소설은 어렵지 않고 익숙한 이야기다.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모오피아 마을의 오콩코는 권위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다. 그는 게으른 아버지와 달리, 집안의 부와 명예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전쟁에 앞서는 용맹함을 보인다. 그렇게 그는 마을에서 높은 입지를 다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마을에서 7년 동안 추방당한다.
그가 추방당한 시기에, 교회를 중심으로 서구 문명이 유입되고 본래 그들의 문화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오콩코가 마을로 돌아온 후는 이미 백인들의 문화나 법이 그들 부족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오콩코는 저항하지만, 개인적 발버둥은 그저 무력하다.
오콩코의 부족은 나름의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고유의 사법과 통치가 존재하고, 전통문화 및 예술 또한 전승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콩코 부족은 하나의 사회로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가치판단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콩코의 부족은 폭력적이며 비도덕적인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쌍둥이가 태어나면 무조건 죽여야 하며 여성들이나 아이들의 지위가 상당히 불안정하다. 남성 중심의 문화나 물리적 힘을 중시하는 비합리적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그들의 문화에 눈살이 찌푸려진 적도 있다.
그렇다고, 오콩코 부족의 문화를 강제로 부서지게 한 서구 문명의 방식 역시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백인들은 전통 사회를 폭력적으로 해제하고 그들의 법치와 종교를 강요한다. 소설은 이러한 두 세력의 모순점을 모두 보여주고 선악 구분을 불분명하게 하는 시선을 유지한다.
문화적 접촉에 생기는 갈등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접근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이나 옥시덴탈리즘과 같은 시각을 생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존중하기에는 비도덕적이나 폭력적인 부분을 방관하는 모양이 되기도 한다.
전통문화의 모순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라거나 강제로 그들의 문화에 접근하면 언제나 희생당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소설은 우아하고 문학적으로 답이 계속 미끄러지는 질문을 던진다.
작금의 세상에서도 해당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문화와 도덕의 상충에서 어떤 태도가 바람직할까.
21세기,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당 딜레마는 반드시 숙고해야 할 무거운 질문임이 틀림없다.
[김민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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