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 52Hz [공연]

글 입력 2024.01.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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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퀴즈를 내보려한다.

 

앞으로 제시할 설명들의 공통점을 말하는 동물이 무엇일지 맞춰보자.


1.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2022) 중 우영우가 좋아했던 동물 그리고 핸드폰 뒷자리 번호는?

2. 다큐멘터리 '가장 외로운 00 : _ _(숫자)를 찾아서'(2021) 의 빈칸의 제목은?

3. 그룹 BTS의 화양연화 pt.2 수록곡 중 동물을 제목으로 한 노래는?

4. 연희집단 The 광대의 최근 연극 중 주인공 선 씨를 상징하는 동물은?


혹시, 감이 오는가?

 

정답은 바로 '52Hz 고래'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1. 우영우가 좋아했던 동물은 '고래'이고, 핸드폰 뒷자리 번호 또한 '5252'이다.

2. 빈칸을 채운 다큐멘터리 제목은 '가장 외로운 고래 : 52를 찾아서'이다.

3. BTS의 화양연화 pt.2 수록곡 중에는 'Whelien 52'로 '52Hz 고래'를 모티브로 한 노래가 있다.

4. 연희집단 The 광대의 최근 연극 중 주인공 선 씨를 상징하는 동물 또한 '52Hz 고래'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공연은 연희집단 The 광대의 2023년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으로 '52Hz'을 제목의 연극이었다.

 

왜 제목이 '52Hz'일까?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작품들은 '52Hz 고래'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52 헤르츠의 주파수를 내는 고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

 

'52Hz 고래'


이 고래는 북태평양 일대에 거주하며, 1989년 냉전말기 때 미국 연방해방대기청이 소련의 잠수함 탐지 목적으로 만든 수중음향감시체계SOSUS에 처음으로 포착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1992년에 미국 해군은 고래가 내는 음향주파수 즉, '52Hz'에 착안해 고래의 이름 또한 '52Hz 고래'라 불렸다고 한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이는, 보통 일반적인 고래가 사용하는 의사소통 음역대인 12~25Hz보다 더 높은 주파수인 52Hz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52Hz 고래'는 같은 종임에도 여타의 고래들과 소통이 어렵기도 하다. 아직까지, 이 고래가 무리로 이동하거나 생활하는지 혹은 고래 한 마리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바다 속을 외로이 떠돌고 있다.

 

 

[연희집단 The 광대] 52Hz_포스터.jpg

 

 

이번에 소개할 연희집단 The 광대의 연극 '52Hz'는 우리 사회 속 현대인의 '소통'과 '고독'에 대해 한다. 즉,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많은 발전은 이루었지만 소통과 연대는 부족해진 현실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을 겪는 현대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마치, '52Hz 고래'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기 '52Hz 고래'와 같이 외로이 삶을 살아가는 연극 '52Hz'의 주인공 선 씨가 있다. 연극의 줄거리이자 흐름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연희집단 The 광대] 52Hz_연습사진(2).JPG

 

 

그는 이 연극의 주가 되는 인물로 아들의 어린시절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결혼해서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들을 둔 선 씨는 아들이 그의 등에 그리는 물고기를 맞춰보거나 반대로 문제를 내며 남부럽지 않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아들이 선 씨 등에 그렸던 쥐치는 생명력을 가지듯 바닷 속 풍경으로 변화하고 아들과 선 씨는 함께 바닷 속에 들어가 헤엄을 치기도 한다. 또한, 눈 앞에 줄을 지어가는 펭귄 떼와 가까이하면 톡하고 터질듯한 복어 등 익살스러운 동물들의 모습까지 더해져 즐거움과 행복함이 가득한 나날을 보낸다.


선 씨를 둘러싸며 하얀 부리를 한 생물들 처음에는 그를 향해 노래하는 듯하지만 고함으로 변한다. 그리고, 갑자기 장면은 빠르게 전환된다. 일상의 공간인 도시와 상상의 공간인 바다를 넘나들며 장면이 진행된다. 바닷 속 풍경은 도시의 풍경으로 변하고 바닷 속 생물들은 갑자기 도시에서 평범하게 일하는 직장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부리는 커피를 탄 종이컵으로 바뀐다. 빠르게 바뀌는 장면 전환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다, 바닷 속 풍경은 완전히 도시의 풍경으로 바뀐다.

 

어느새 사람들은 선 씨를 둘러싸고 당연한 듯 일제히 소리를 지르고 그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을 던진다. 이것도 모자라 선 씨가 회사의 업무를 실수했는지 직장 상사 혹은 동료로 보이는 이들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한다. 또한, 점점 쌓여가는 서류들과 실수들로 인해 다시 수정해야 할 서류들이 늘어간다. 이번에는 선 씨를 향해 응징이라도 하듯 종이가 던져진다. 종이는 무대 바닥에 쌓여간다. 처음에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선 씨는 주울 수 있었지만 직장 상사와 동료들은 다시 찾아와 선 씨가 들고 있던 종이와 바닥에 모았던 종이를 다시 멀리 흩뿌린다. 그리고, 더 많은 종이를 선 씨를 향해 뿌려댄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종이의 갯수에 선 씨는 더이상 주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직장에서의 지독한 괴롭힘에 모자라 아들과도 갈등을 빚는다. 갈등으로 치닫는 끝에, 아들마저 낯선 사람이 된 것 마냥 등을 돌리고 떠나간다. 따뜻함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 그리고 버림받은 그는 세상과의 작별하려하는데 그 순간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용왕이 찾아와 바닷 속으로 선 씨를 부른다.

"너는 52헤르츠 고래야. 이제부터 너는 바다로 갈거야. 그 바닷속에는 평행세계처럼 널 괴롭혔던 모든 사람이 바다 생물로 변해서 살고 있단다. 고래는 떼로 다니지만, 52헤르츠 고래는 혼자란다. 아무도 네 말을 알아듣지 못해."


극으로 치닫던 상황은 다시 바닷 속 풍경으로 돌아와 평온해진다. 선 씨 또한 아들의 어린시절 보았던 바다 속의 풍경을 눈으로 보게되고 황홀해보이지만 내심 두려운 감정들도 보인다. 그러다, 바닷 속 생물들의 악의 없는 모습에 마음을 여는 듯해 보이지만 이번에는 다가오는 생물들을 향해 용왕에게 받았던 화와 울분에 찬 감정들을 푼다. 생물들은 선 씨의 힘에 못 이겨 쓰러지고 죽는데 한 번 더 확인하듯 다시 쓰러진 생물에게 다가가 또 다시 응징한다. 결국에는 어릴 적 아들이 그렸던 쥐치마저 쓰러뜨리고 만다. 그렇게, 응징하고 나니 바닷 속은 아무도 없는 것 마냥 조용해지고 선 씨가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고요한 정막만이 흐른다.

 

 

[연희집단 The 광대] 52Hz_연습사진(1).JPG

 

 

한편, 어디선가 용왕이 나타나고 그를 향해 세상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 종이컵 모양에 실을 엮은 긴 줄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 쥐치로부터 연결된 많은 소통 창구들은 관객을 향해 선 씨를 향해 이어진다. 서로의 소리가 모이고 다시 바닷 속의 평화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웃음과 재미가 더해갈 때쯤 다시 쓰러졌던 쥐치는 밝게 눈을 뜨고 그 속에 있던 커버린 아들 또한 다시 선 씨에게 웃음을 보인다. 선 씨에게 향하는 따뜻한 시선들로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외면했던 시선과 악함만이 가득했던 그의 마음들이 점차 너그러워지고 그 또한 세상을 향해 다시 손을 뻗는다. 그렇게, 연극은 바닷 속 풍경으로 되돌아오며 이전과 같이 좋았었던 때로 가며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한다.

 

*

 

이번 연극을 통해서 자본주의 하에 점차 분절되어가는 현대 사회와 인간 소외 현상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소외 현상 중에서도 노동 과정으로 발생한 소외 현상 말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조직생활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이는 현대인은 거대 조직 안에서 노동하고 노동한 댓가로 소득을 얻으며 생활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대인은 거대한 조직 안에 소속되어 생존을 위한 필요에 의해 맺는 일면적이며 수단적인 관계를 유지한 채 살아간다. 물질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조직의 이윤과 효율성을 위해 행동이 통제되고 계급적이며 도구적으로 변화한다. 현대 사회는 신분제가 없는 자유로운 주체라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소속 하에 따라야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도구로서 존재한다. 자신의 일과 중 많은 시간을 회사에 투자하는 현대인들은 이러한 굴레 안에서 소외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테면, 주인공 선 씨가 일하는 회사 안의 직장 상사나 동료 또한 그렇지 않은가. 일적인 관계로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평상시의 인품이나 삶보다 회사 안에서의 일을 어떻게 잘 처리하고 수행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한다. 사회의 기준이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또한, 아름답게만 바라봤던 인간 사회가 양육강식의 세계와 같다는 것에 느끼는 바가 있어 동의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행복 즉, 우리가 바라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으로 두고 본다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삶에 얼마나 다가갔는지는 과연 이러한 모습들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발빠른 발전을 이루고 맞이하는 현대 사회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치닫으며 더 나아가 고독과 외로움을 경험하는 대조적인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충'과 '~ 혐오' 라는 발언들로 서로 갈등을 빚으며 살아가는 현 시대의 풍경들에 점점 이타심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52Hz 고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수와 같지 않다며 보내는 시선들로 자신의 의견을 숨기거나 아예 숨어버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마치, 고래들이 자신의 헤르츠와 맞지 않아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듯 말이다.

 

우리가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다수이든 소수이든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고 이해해주고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극의 결말처럼 주인공 선 씨와 같은 세상의 '52Hz 고래'가 홀로 외로이 바닷 속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다른 고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다시금 오길 바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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