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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길바닥의 흙조차 자유롭지 않은 이 도시에서 - 인간동물들 [연극]

연극 <인간동물들>, 동물들이 범람하게 된 도시

by 진세민 에디터
2026.09.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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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바닥의 흙조차 자유롭지 않은 이 도시에도 동물들이 산다. 더 이상 날지 않는다며 조롱받는 비둘기. 쓰레기통 사이를 활주하는 쥐 그리고 고양이. 지붕 아래 터전을 잡은 까치와 참새.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노루와 멧돼지. 도시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불결하다. 아니, 인간들이 그들을 더러워한다. 그 둘이 이 도시에서는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차에 치여 짓이겨진 그들의 몸은 당장 처리되어야 할 폐기물일 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순간 짓이겨지지 않은 그들의 몸조차 처리를 요구하는 폐기물이 된다. 인간은 도시의 동물들을 근본적으로는 없는 셈 친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스코틀랜드의 희곡작가 스테프 스미스의 연극 <인간동물들>은 동물들이 범람하게 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드라마다. 연극 <인간동물들>은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팬데믹 이전 창작된 연극 <인간동물들>은 현재까지도 세계곳곳에서 극단 적은 연극 <인간동물들>을 8월 21일(금)부터 30일(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공연했다.

       

       

       

      진실은 두 사람의 대화 속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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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인간동물들>은 대부분 두 인물 간의 대화로 이루어진 짧은 장면들을 통해 전개된다. 함께 살고 있는 연인 제이미와 리사, 오랜만에 찾아온 딸 알렉스와 그녀를 불편해하면서도 반기는 낸시, 낸시의 이웃인 존과 존이 카페에서 만난 연정 관계의 사이. 빽빽한 도시에 살면서도 우리의 삶의 범위는 넓어지지 않는다. 혹은 넓어지지 않는다는 말조차 거짓이다. 우리는 더욱더 좁은 세계를 강요받는다.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집과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단선적인 대화가 전부이다.

       

      그러나 이 끊기는 대화들에서조차, 세상의 심상치 않음은 고개를 들어낸다.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온 야생동물들. 당국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야생동물들에게 돌리고, 발각되는 족족 동물들을 죽인다. 인물들은 낯선 동물들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마구잡이로 그들을 사살한다는 사실에 두려워한다. 알렉스는 집회에 나선다. 제이미는 이 미친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화장실에서 몰래 다친 동물들을 보살핀다. 하지만 동시에 제이미가 동물들을 보살피는 그 집의 월세는 애인인 리사의 몫이었으며, 사이는 모든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옳은 일이라 굳게 믿는다. 서로 이어지지 않는 대화들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도시의 전경을 만들어낸다.

       

       

       

      진실은 인간 속에만 존재한다


       

      연극 <인간동물들>의 마지막 코러스는 인간이 된 비둘기에 대한 낭독이다. 이는 연극의 포스터에서도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인간의 손은 벽에서 온전한 비둘기가 되어있다. 낭독은 다음과 같다. 인간을 새까맣게 덮어 그의 살과 뼈를 먹은 비둘기들은 인간이 된다. 그들은 자신이 비둘기였다는 사실을 잊은 채 인간으로 살아간다. 이는 연극이 전제하고 있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간의 차이 혹은 차이 없음을 연상시킨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선언. 이 문장은 왜 선언이 되는가. 혹은 이런 의문도 있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라는 인정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연극 <인간동물들>이 창작된 것은 2016년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 이후의 팬데믹을 경험했다. 팬데믹은 박쥐 등 동물을 통한 매개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그러면 박쥐가 없었다면 팬데믹이 없었을까. 박쥐를 다 죽여버리면 되는 일일까. 기후생태위기는 각 개체가 원래 살던 영역에서 계속 살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문제가 아니라, 박쥐가 원래 살던 곳에서 살 수 없게 되었음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는 인류 전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연극 <인간동물들>에서 ‘인간의 영역’에 다시 등장한 야생동물들이라는 모티프는 기후생태위기가 가속화된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보여준다. 연극에서 동물과 가장 자신을 동일시한 인물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친 동물 돌보기를 선택한 제이미였다. 그는 자신이 동물과 다르지 않음을 알았기에,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한편, 연극 <인간동물들>은 ‘인간=동물’이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 역시 거부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확언할 수 없음에도 연극 속 각 인물은 자신에게 맞는 처신을 취하고자 노력한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것이 폭력이 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연극 <인간동물들>에는 희망은 없다. 그러나 인간들이 망치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 역시 결국 인간뿐임을, 시를 낭독하듯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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