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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황, 젊음의 권리 [영화]

영화 <보이후드>를 보고

by 서연화 에디터
2026.08.04 06:41

영화 <보이후드>는 청춘을 맞이하는 한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 복잡한 우리의 삶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는 극적인 전개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물이 흘러가듯, 우리의 실제 삶과 같이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다. 언제 바람이 세게 불어 물살이 강해질지,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하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기승전결이라는 영화의 전형적인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짐으로써,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나 새드엔딩 같은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이고 어떤 삶이 슬픈 것인지 단정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끝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삶의 연속성과 복잡함을 담백하게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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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편안함보다 어려움을 택함으로써 진정성을 더한다. 보통은 주인공의 나이대마다 다른 배우를 기용해, 관객이 맥락을 통해 '이 배우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구나'라고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12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배우를 바꿔 쓰는 편한 방법이 있었음에도, 실제 배우의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시간이 주는 깊고 진솔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성장을 20대 초반까지 그려낸다. 주인공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성장하며 사춘기를 거치고 내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안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가정환경을 지나온다. 어린 시절에는 아빠, 엄마, 누나와 함께 살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이후 생긴 첫 번째 의붓아빠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다시 도망치듯 이사한다. 그 후 엄마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되고 두 번째 의붓아빠가 생기지만, 그 역시 술주정뱅이여서 이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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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친아빠와는 주기적인 만남을 이어가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주인공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 독립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성장이 가장 와닿았던 장면은 친아빠와의 대화였다. 어릴 때는 아빠를 만나면 마냥 행복하고 활기차게 말을 걸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며 예전만큼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자신이 말을 걸기보다 아빠의 말을 듣고 그를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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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성장해서는 주변 인간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아빠와의 대화 주제도 이성 친구 이야기나 인생에 관한 이야기로 점차 깊어져간다. 또한 이성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는데,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깊은 내면과 세상에 대한 회의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원하는 것을 할 때는 살아있음을 느끼지만, 성장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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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SNS에 대한 주인공의 고찰이었다.

 

로봇이나 사이보그는 만들기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 자체를 사이보그로 개조하고 있다는 것, 알림음이 도착할 때마다 뇌에서 나오는 도파민을 보상 삼아 가상세계에 발 담그고 있다는 것, 눈앞의 사람을 외면한 채 SNS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렇게 우리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있지 못한 채 둘 다 건성으로 걸치고 있다는 그의 고찰은, 오늘날 관객 누구에게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예리한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영화의 끝무렵, 주인공은 무언가 특별한 것,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품는다. 20대 초반은 세상에서 어떤 빛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패기 넘치게 그 빛을 향해 다가가는 시기다. 하지만 그 열망은 동시에 불나방이 빛을 향해 달려들다 그 빛에 데여 시들어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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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설령 그 끝이 불타 떨어지는 것이라 해도 빛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주위만 맴도는 것보다는 한 번쯤 그 빛에 다가가보는 편이 낫다는 것 아닐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방황하고 세상과 거칠게 부딪혀야 하겠지만, 영화는 그 방황이야말로 청춘에게 주어진 고유한 권리임을 넌지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보이후드>는 유년기부터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성장하며 가장 많은 내적 방황을 겪는 청춘의 복잡한 내면을 상세히 그려낸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별처럼 반짝이게 하고 싶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젊고 순수한 열정과, 그것을 이루고자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

 

 

"흔히들 이런 말을 하지. 이 순간을 붙잡으라고… 난 그 말을 거꾸로 해야 할 것 같아. 이 순간이 우릴 붙잡는 거지."

 

 

라는 구절은, 미래를 바라보며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그 방황의 순간에도 지금 젊음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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