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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이가 들수록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깊은 관계를 맺는 '연애'라는 행위의 어려움을 느낀다. 얼굴, 몸무게 등 외적 부분뿐 아니라 스펙과 학벌, 부모의 연봉 여부 등등 ‘나’를 구성하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연애 시장에서 '나란 사람'을 판단하는 데 이용되는 것 같다.

 

18년도에 개봉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런 복잡한 연애 시장 속에서 ‘나’라는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영화의 주인공인 '엘리자이'는 어렸을 때의 사고로 인해 목소리를 잃은 언어 장애인이다. 사회적으로 ‘소수자’라 구분되는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와 비슷한 소수자, 혹은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이들로 가득하다.

 

남자를 좋아하는 퀴어인 ‘자일스’, 그리고 흑인인 ‘젤다’ 등등. 또한 그녀는 인간이 아닌 인어라 구분되는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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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벙어리라 불리며 성적 차별을 당하는 엘리자이의 모습, 흑인이란 이유로 무시당하는 젤다의 모습, 인간과 닮았지만 다른 생명체란 이유로 억압당한 채 폭력에 노출되는 괴생명체, 성 소수자란 사실을 밝히자 가게 밖에서 쫓겨난 자일스의 모습까지. 영화는 이런 엘리자이와 그녀의 지인들을 차별하는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억압하고 차별했던 리차드를 죽음으로 모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연인이 된 엘리자이와 괴생명체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젤다는 남편에게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일스는 시대가 원하는 그림이 아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즉 해당 영화는 사회적으로 ‘소수자’라 불리는 이들이 기득권층에게 맞서 싸움으로써 자아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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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악한 모습을 포착한다.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부하고 실험하는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와 리차드의 모습과 윤리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려는 호프스테틀러 박사의 의견이 묵살되는 모습을 대비시켜 과잉된 산업화의 문제 또한 짚어낸다.


앞에서 언급했듯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확신을 가지기가 힘들다. 주변 환경과 함께 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개인과 개인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의 ‘기본’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늘 걷는 길만 걷게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길이 따로 없다. 내가 걸어 다니는 곳이 길이자, 개척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물속에서 마무리되는 엘리자이와 괴생명체, 아니 인어의 사랑이 너무나도 숭고하고 아름다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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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시청한 후 ‘얼굴 없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나요?’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대답은 글쎄,다.

 

영화는 끝이 났고, 우리는 물속이 아니라 지상에서만 숨을 쉴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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