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엘리트에서 공익 변호사로
매주 토, 일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법정 드라마 <프로보노>는 라틴어 pro bono publico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처럼 수임료 없이 공익 소송을 담당하는 공익 변호사 팀 '프로보노'의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로, 정경호, 소주연, 이유영 등 실력파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출세주의에 빠진 엘리트 판사 강다윗(정경호)은 뜻밖의 사건으로 국민 판사에서 수익 0의 프로보노 팀 소속 공익 변호사가 된다. 존재 가치가 낮은 팀으로 취급받는 프로보노 팀에서 점차 정의, 연대, 인간미를 배우는 강다윗의 성장이 이 드라마의 주요 서사다. 그는 사회적 약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마주하며 자신이 믿어 왔던 ‘정의’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프로보노〉는 이 변화를 급격한 각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불편함, 갈등을 거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과정은 드라마 전반에 걸쳐 섬세하게 그려진다.
<프로보노>의 작가 문유석은 판사 출신 작가로, <미스 함무라비>, <악마 판사> 이후로 세 번째 법정물 <프로보노>를 집필했다. 문유석 작가는 직전 작품인 <악마 판사>를 통해 분노를 이야기했다면, <프로보노>를 통해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잘만 쓰이면 빗속에서 사람들을 지켜 주는 우산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법'에 대한 메시지. <프로보노>는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드라마 전반에 걸쳐 "사람을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답을 내놓는다.
‘수임료 0원’ 팀의 존재 이유
언제든 해체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는 프로보노 팀은 로펌 내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조직이지만, 그들은 사회가 외면해 온 문제들을 다룬다. 외면당한 이들이 외면당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프로보노 팀이 담당하는 노동, 인권, 약자 보호와 같은 주제들은 각 에피소드의 중심을 이룬다.
박기쁨(소주연)은 프로보노 팀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M&A 팀을 버리고 공익 변호사의 길을 택한 박기쁨과 출세를 좇아 온 강다윗의 대비는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질문을 또렷하게 한다. 법은 성공을 위한 도구인가, 혹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장치인가.
‘친족상도례’가 법정에 서기까지
〈프로보노〉는 허구의 법정 드라마이지만, 여러 에피소드에서 현실의 법적 쟁점을 직접적으로 차용한다. 7~8화에서 다뤄진 ‘친족상도례’는 이 작품이 실제 사건과 제도 변화를 차용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해당 회차에서는 직계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한 가해자들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삶이 다뤄졌다. 재산 갈취부터 폭행까지. 가족이라는 탈을 쓰고 행한 범죄에 대해 가해자들은 친족상도례 조항을 들이밀며 법의 심판을 피해 간다. 무력하게 무릎 꿇려진 피해자들에 프로보노 팀은 법 조항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배제되는 해당 조항은 현대 사회에서 정당성을 지닐까?
이 에피소드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24년,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이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회차의 말미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장면이 실려 있다. 〈프로보노〉는 이렇게 현실에서 논의된 법적 문제를 드라마 속으로 호출한다. 잘만 쓰이면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는 법. 그런 법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무모하다 평할 시도를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 <프로모노>는 시청자에게 희망을 전한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프로보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정의에 대한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의란 불완전한 선택의 연속 위에 놓여져 있음을 보여 준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종종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묻는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프로보노〉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문유석 작가는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사람으로 인해 희망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의 메시지와 같이, <프로보노>는 공익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린다. 정의를 말하지만 설교하지 않고, 감동을 주지만 과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절제는 〈프로보노〉만의 미덕이다. 화려한 법정 공방이나 자극적인 반전 대신, 사람과 그 사람을 위한 제도를 대하는 태도에 시청자의 관심을 요하는 <프로보노>는 이번 주 최종화 방영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