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이 알아줬으면 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 - 서울 인디애니페스트 2022

지브리 말고, 디즈니 말고 또 다른 이야기들
글 입력 2022.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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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 <서울 인디애니페스트>를 다녀왔다.

 

<서울 인디애니페스트>는 한국 독립 애니메이터들의 실험적 시도와 가능성에 주목하여 매년 다채로운 애니메이션 작품을 상영해 왔다고 하며, 기성 애니메이터부터 학생 애니메이터까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영화제이다.

 

내가 그중에 관람한 작품은 <랜선비행>과 <아시아로 2> 였다. <랜선비행>은 팬데믹을 시작으로 온라인 영상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며 웹에 업로드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면 무엇이든지 출품할 수 있는 작품들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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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 <수리퇴마반>, <먼지요정 후와 무>였다.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는 가수 10cm의 노래 제목으로, 해당 노래의 가사와 걸맞은 내용으로 만든 뮤직비디오였다. 본래 내가 좋아했던 노래였기 때문에 어떻게 장면화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썸네일의 그림체가 내 취향이라 기대했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었다.

 

<수리퇴마반>은 수학천재인 주인공이 문제를 틀린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잡념귀 ‘마수’를 잠재우기 위해 수학 공식을 읊으며 수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작품이었다. <수리퇴마반>이라는 제목부터 신박하여 기대했는데 8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 짜임새 있게 스토리가 전개되었으며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 요소도 등장하여 재미를 더했다.

 

<먼지요정 후와 무>는 우선 캐릭터부터 너무 귀여웠다. ‘후’가 감기에 걸렸는데 약이 없어 감기약을 구하러 ‘무’가 인간 세상에 나가는 이야기인데, 귀여운 캐릭터와 실제 인간세상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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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로 2>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혁신적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2016년 신설되어 현재까지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명실상부 영화제 최고의 인기 섹션이 되었다고 한다. 앞에서 관람한 <랜선비행>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 작품을 모집했기 때문에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아시아로 2>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살인적 폭염에도 불구하고>와 <밤>이었다. <살인적 폭염에도 불구하고>는 폭염으로 끓고 있는 예루살렘에서 살고 있는 3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런 상황에서 에어컨 건전지를 구하기 위해 1명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내에서 예루살렘의 온도는 78도였으며 바깥에 나가자마자 걷기도 힘들어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고, 현재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온전히 픽션만은 아닐 것 같아서 작품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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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는 작품은 전쟁의 상황에서 부서진 마을에 밤이 내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잠을 데리고 오는 이야기다.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 잠들지 않고 버티는데 그녀를 위해 밤은 꿈에 아이를 등장시켜 그녀가 잠에 빠지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아이는 살아있지만 꿈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영원한 잠을 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했으며, 함께 관람했던 친구는 어머니는 아이를 찾으러 나섰을 것이라는 해석을 했다.

 

밤이라는 시간을 의인화하여 묘사하고 그가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 잠을 선사한다는 접근이 흥미롭기도 하고, 전쟁통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밤을 보여주는 것이 참혹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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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란 independence의 약자로 독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인디영화, 인디음악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예술작품이 아닌 창작물들을 의미하기 때문에 독특한 감독의 생각과 주제를 드러내는 작품이 많으며, 다수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보다는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문화의 갈래이다.

 

그런데 문화적으로 풍요롭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위해서는 상업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인디 작품들도 설자리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1인 애니메이션 제작자나 소규모 제작사들에게 서울 인디애니페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창구였을 것이다.

 

이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지브리와 디즈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이외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인디애니페스트>가 앞으로도 애니메이터들의 소중한 소통의 장과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길 바라며,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인디 작품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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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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