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콩쥐와 알라딘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2

인디 애니메이션 '오르호다' 속 변신 이야기
글 입력 2022.10.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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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CGV 연남에서 열린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2에 참석했다. 한국 독립애니메이터들의 실험적 시도와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만들어진 축제는 올해로 18회를 맞이했다. 이번 주제는 '미리내로'. '미리내'란 은하수의 제주 방언으로, 밤 하늘에서 반짝이며 탐험가들이 길을 찾는 것을 돕는 별처럼 창작자들의 오래된 미래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담고 있었다. 그에 걸맞는 축제가 되기 위해 '독립', '실험', '열정', '비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다룰 영화는 아시아로 섹션에서 발표된 '오르호다'. 티그리스 알트 사크다 감독의 작품으로 11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상영되는 영화로, 13세기의 여진족 전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소들이 자주 등장했다. 영화 속에 나타난 신화소들을 분석하고 다른 콘텐츠들에서 어떻게 재생산 되는지 폭넓게 돌아보며 서울 인디 애니 페스트와 세계를 연결해본다.

 

1부에서는 오르호다 속 변신을, 2부에서는 오르호다 속 새와 연기(煙氣)를 다룬다.

 

 

 

1. 샤머니즘과 자유혼 모티프


 

샤머니즘에서 혼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의 몸에 종속되어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는 육신혼과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남는 자유혼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스스로 자유혼을 관리할 수 없으나, 샤먼은 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신과 접촉할 기회를 얻는다. 샤먼이 혼을 통해 신에게 직접 찾아가는 것. 이를 탈혼현상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신이 인간에게 직접 찾는 것을 접신 혹은 신내림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 경우가 훨씬 우세하다.)

 

김준근의 그림 '초상난 데 초혼 부르는 모양'은 시신을 땅에 묻기 전 전을 올리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고인과 가까웠던 친인척은 지붕 위로 올라가 그가 생전 즐겨 입었던 겉옷을 털며 '복(復)'을 세 번 외친 다음 돌아와 시신 위에 덮는다. 이는 아직 저승에 당도하지 못한 자유혼을 다시 육신으로 부르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쳤는데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만 초상을 치루었다. 이러한 신화소는 인류 보편적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에도 사람이 죽으면 지붕에 올라 우물을 향해 큰 소리로 혼을 부르는 동명의 풍습이 있다고.

 

이때, 샤먼의 자유혼은 천계를 여행하며 악령들과 대결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다면 자신보다 더 강한 다른 사물들에게 빙의한다. 샤먼이 동물의 행동이나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은 동물들의 혼이 샤먼에게 찾아와 접신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샤먼의 영혼이 동물이 되어서 그 동물의 능력을 얻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종교학자 엘리아드는 말한다.


 

이 길고 복잡한 의식이 끝나면 샤먼은 날아갈듯한 행복감에 빠진다. 이 상태는 샤먼이 하늘로 오르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와 같다. 이 상태 직후에 샤먼은 자작나무의 첫 번째 계단에 올라서서 격렬 하게 북을 치면서 “콕! 콕!”하고 소리친다. 바로 이때 샤먼은 하늘로 오르는 흉내를 낸다. “엑스터시” 상태에서 샤먼은 자작나무와 불뭉치를 들고, 천둥소리를 내면서, 서둘러 말가죽이 덮여 있는 의자로 간다. 이때 샤먼은 희생된 말의 혼을 대신한다. 샤먼은 말가죽으로 덮여 있는 의자에 올라가서 소리 지른다.

(...)

엑스터시 중에 샤먼의 영혼은 하늘로 오르거나 지하로 내려가거나 또는 우주로 여행한다. 엑스터 시는(상징적이든 진짜이든 거짓이든) 항상 필연적으로 트랜스를 수반(隨伴)한다. 트랜스는 샤먼의 영혼이 신체를 임시로 포기하는 것이다. 트랜스는 사람들의 영혼을 잃어버리는 것, 의식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Mircea Eliade, "Recent Works on Shamanism: A Review Article," History of Religions 1-1

 

 

 

2. 콩쥐팥쥐와 알라딘의 공통점


 

이러한 모티프는 수 세기를 걸쳐 내려오며 많은 콘텐츠들로 재생산됐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우리나라의 콩쥐팥쥐 민담. 오랜 시간 구전되어 내려오는 민담의 특성상 콩쥐팥쥐 민담은 형성 시기를 추정할 수 없다. 다만 지금 전해지는 것은 20세기 초 <콩쥐팥쥐전>으로 소설화되고, 민담과 소설이 뒤섞이며 전승되고 있다는 주장이 보편적.

 

 

 

 

콩쥐팥쥐의 원형은 민담이었고, 현재 전해지는 동화보다 더 잔인하고 자극적이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전자의 경우는 원님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 뒤에 후일담이 따라 붙었다. 팥쥐는 좋은 집에 시집간 언니 콩쥐를 부러워 했고, 콩쥐를 연못에 빠트린 후 그 자리를 꿰찬다. 이후 콩쥐는 연꽃으로 다시 오색 구슬로 변한 뒤 한 노파를 통해 원님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고한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loss, 원님의 부인이라는 위치)을 되찾기 위해서 그에 적합한 형태로 변신을 했고 마침내 그것을 다시 회복(gain)한 것이다.

 

콩쥐팥쥐 민담이 신데렐라 유형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 변신 모티프가 잘 나타난 다른 이야기를 살펴보자. 바로 디즈니의 신데렐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신데렐라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을 만나고 변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재미있는 지점은 따로 있다. 아무리 옷과 신발을 바꾸어 신었다지만, 왕자는 신데렐라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성 안의 모든 여인들에게 유리 구두를 신긴다.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신데렐라를 정말 알아보지 못했다기 보다는 무당으로서 신데렐라의 능력을 시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신데렐라인 부레누슈카의 경우에는 왕자가 신발 시험 대신 컵에 손을 대지 않고 열매를 채우는 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디즈니에는 의복만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사람으로 인식되는 인물이 또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알라딘. 알라딘은 신이한 힘을 가진 요술 램프의 힘을 통해 왕자가 되고 자스민 공주 앞에 선다. 모두는 환골탈태한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알아보는 이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마법사인 '자카'. 무당과 무당은 서로를 알아본다지?

 

 

자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질문하겠다. 콩쥐와 알라딘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아직도 콩쥐와 알라딘이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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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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