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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는 스포일러 내용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크기변환]adsfds.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2171737_afymorav.jpg)
시간에 쫓기는 당신에게
나는 종종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이런 상상을 눈으로나마 실현하게 해주는 소설과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바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소>)이다. 이 작품은 내가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이 들거나 현재에 지쳤을 때,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힘을 주기 때문에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로 손꼽는다.
<시달소>의 원작은 츠츠이 야스타카 작가가 1967년에 발표한 성장 소설이다. 이후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6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리메이크판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자의 참여 없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스토리이며, 원작으로부터 약 2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공식 속편으로 인정받았다.
본론에서는 원작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2006년 애니메이션판을 비교하며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시간 능력자: 과거의 후회와 미래인의 고백 (줄거리 요약)
![[크기변환]common (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2171856_nnclsyhs.jpg)
원작 소설의 주인공 요시야마 가즈코는 친구 가즈오, 고로와 과학실을 청소하던 중 의문의 라벤더 향을 맡고 기절한 후 타임리프 능력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그 능력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기이한 일들이 반복되자 과학 선생님의 도움으로 능력을 확인하고 실험실로 돌아가 의문의 인기척을 낸 사람이 미래에서 온 가즈오임을 알게 된다.
가즈오는 미래인임을 밝히며 가즈코에게 고백하지만, 미래 시대의 규칙 때문에 모든 이의 기억을 지우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서 기다리겠다"는 말만 남긴 채 사라진 가즈오. 가즈코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라벤더 냄새를 맡을 때마다 언젠가 멋진 누군가를 만날 것이라는 재회를 꿈꾸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영화 역시 내용은 얼추 비슷하다. 영화 줄거리까지 설명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나가 보겠다.
두 주인공의 차이: 향에서 물체로, 그리고 연출의 디테일
![[크기변환]gsdhgfsd.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2172020_znryfwig.jpg)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 이동 장치와 주인공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즈코이지만, 영화에서는 마코토, 치아키, 코스케가 주인공이며, 소설 속 가즈코는 마코토의 이모로 등장한다.
특히 타임리프를 시작하는 매개가 라벤더 향(소설)에서 호두처럼 생긴 물체(애니메이션)로 바뀐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설에서 라벤더 향은 독자가 능력이 언제 사라질지 알기 어렵게 하지만, 영화에서는 호두 모양의 물체가 팔에 흡수된 뒤 카운트다운이 표시되어 관객이 마코토의 남은 타임리프 횟수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긴장감을 높이는 탁월한 장치였다.
또한, 타임리프 능력이 발동될 때 시계태엽이 돌아가는 흔한 연출 대신, 물이 흐르고 말이 달리는 모습, 기계 회로 등이 차례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장면과 음악은 관객을 신비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이는 미래의 특수 장치를 통해 태초부터 미래까지의 모습을 빠르게 보여주려는 감독의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Time waits for no one": 칠판에 적힌 경고
![[크기변환]common.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2172042_zncwtvly.jpg)
영화에는 소설에 없는 중요한 서사가 하나 추가된다.
마코토가 과학실에서 발견하는 “Time waits for no one(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문구이다. 칠판에 크게 적힌 이 문장은 관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핵심 주제를 미리 제시한다.
내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이는 감독이 마코토와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너의 진로든, 사랑이든 피하지 말고 부딪쳐라. 네가 시간을 낭비할수록 얻는 것은 없다"라는 마코토를 향한 일침이자,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시간은 계속 흐른다. 시간을 달리라"라는 관객에게 건네는 희망의 문구로 해석된다.
나는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정신을 차리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곤 한다.
능력에 대한 상반된 태도: 순수함과 책임감
타임리프 능력을 얻은 후 이모 가즈코와 마코토의 태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코토처럼 처음에는 능력을 이용해 실수를 바로잡거나 노래방에서 무제한으로 노래를 부르는 등 사소한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가즈코는 "특별한 능력을 갖는 것이 싫다"며 능력을 없애고 싶어 한다.
겉으로 특별해지는 것을 거부했던 가즈코의 속마음은, 영화에서 마코토에게 던지는 일침을 통해 명확해진다. "자신이 이득을 본 만큼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가즈코의 말은 타임리프의 악영향을 경고한다. 실제로 마코토가 지각을 면하거나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요리 수업 시간에 자리를 바꾼 남학생이 괴롭힘에 시달리는 등 주변 사람의 인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타임리프 능력이 마냥 좋지만은 않으며, 자신의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코토는 이 경험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고, 능력이 공포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몸소 깨닫는다.
이는 타임리프 능력을 거부했던 가즈코의 마음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미래를 향한 우리의 자세
![[크기변환]sdfdfg.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2174936_liyzenrh.jpg)
소설과 영화 모두 미래에서 온 인물(가즈오/치아키)이 존재한다. 소설에서 가즈오는 3살부터 수면 교육을 받아 대학생 지능을 갖게 된다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이는 지능은 높아지지만 아이가 아이답지 않게 자라는 미래의 슬픈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반면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은 마코토의 성장하는 모습이다. 영화 초반, 마코토는 캐치볼을 하며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답하지만, 치아키가 미래로 돌아간 후 마코토는 코스케에게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 확실하게 결정했다고 말한다. 타임리프 능력의 소중함을 깨닫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마코토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소설의 가즈코가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가즈오의 말에 그저 시간을 기다리며 재회를 꿈꾼다면, 영화의 마코토는 치아키의 같은 말에 "응, 금방 갈게. 뛰어갈게"라고 답하며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마코토처럼 무책임하게 시간을 낭비하거나 회피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멈출 수 있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마코토와 치아키의 로맨스가 주목받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성장 스토리에 있다. 본론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Time waits for no one.”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를 넘어,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소설의 가즈코는 희망 고문을 하며 시간에 몸을 맡기는 반면, 영화의 마코토는 시간을 달린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아마도 소설 속 가즈코의 소극적인 모습에 부족함을 느껴, 그 반대 성격인 마코토를 창조하여 시간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묻혀 살거나, 판타지나 무언가에 의지하여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과거로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결과는 항상 같았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코토처럼, 이제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실패를 맛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추억과 밑거름 삼아 현재에 충실히 살다 보면 우리의 미래는 반드시 좋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닌 딱 적당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현재에 집중하자. 내 힘으로 꿈과 가까워지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나'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다. 현재를 소중히 살아서 미래에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