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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상상력은 두루두루 모일수록 빛난다 -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026

함께라서 빛난 독립보행

by 이소희 에디터
2026.10.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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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이 질문에 매년 새로운 답을 내놓는 영화제다. 국내 유일의 독립 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로, '독립', '실험', '열정', '비전'을 바탕으로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 영역을 넓혀 왔다. 작품 상영에 그치지 않고 작가와 관객이 만나고, 애니메이션이 다른 장르 및 기술과 접속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6의 슬로건은 '두루두루(DURU-DURU)'다. 22를 '둘둘'로 읽고 이를 풀어 '두루두루'로 확장했다. 여기저기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처럼 여럿이 모여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듯 각자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지향한다. 말의 재치와 함께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의 영화제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까지 담아 올해 영화제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슬로건이다.


      개막작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취지를 보여준다. 광고, 게임 IP, AI, 뮤직비디오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제작된 네 작품을 통해 독립 애니메이션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독립보행2>를 관람했다.

       

       


      건전지 할머니

      전승배 감독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 안에 '건전지 할머니'가 살고 있다는 귀여운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건전지 할머니는 동구 할머니의 혈압계에서 압력을 맞추고, 라디오에서는 전파를 잡으며 기기가 잘 돌아가도록 남몰래 활약한다. 털실 인형으로 만든 세계라 표현도 발상도 따스하고 귀엽다.

       

      여름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에 온 동구는 할머니와 옥수수밭으로 놀러 간다. 동구 할머니가 옥수수를 따면 건전지 할머니도 잠시 밖으로 나와 알맹이를 담는다. 그러다 동구가 아기 멧돼지를 따라가다 커다란 멧돼지와 마주치고, 이야기는 뜻밖의 박진감으로 치닫는다. 할머니는 손자를 구하러 달려가고, 건전지 할머니도 할머니를 뒤따라 급히 확성기 안으로 뛰어든다. 무서운 멧돼지를 상대로 손자를 지켜 내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손자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소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건전지 할머니는 다시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곧이어 아기 건전지들이 할머니 집에 놀러 와 재롱을 부린다. 이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났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겹고 맛있고 재미있던 시골 할머니 집이 떠오르고, 할머니와 보낸 따뜻한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볼수록 시골 마을의 여름방학이 생각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보게 되고, 관객을 그 시절로 데려다 놓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마마+마마

      박혜민 감독


       

      어느 날 엄마가 두 사람이 되었다. 아빠가 없는 가정에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기괴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엄마는 사회적으로 보여 주고 싶은 모습, 즉 액자 속 사진과는 딴판인 현실을 살고 있다. 골프도 운동도 서툴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하지만 있는 척은 다 한다. 그런 엄마의 손 아래서 자란 아들은 공부를 잘하고, 엄마의 말에 쉽게 휘둘린다. 엄마는 자신의 빈 마음을 아들로 채우려는 듯 "1등 해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아빠가 곁에 없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 진실이 엄마라는 인물을 한층 섬뜩하게 만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학구열 높은 학부모가 떠오르고,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기괴한 분위기는 오히려 그 행동이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를 알려 주는 듯했다. 보여지는 모습과 실상의 두 모습이 두 사람으로 보인다는 설정은 상상력이 놀라웠다.

       

       

       

      온도

      백미영 감독


       

      관람하다가 눈물이 흘러내리고만 작품이다. 순수한 동물의 이야기에 모성애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어느 강가에서 깨진 알 하나와 함께 죽어 있는 백조를 비추며 시작한다. 이내 시간이 되돌아가고 백조 두 마리가 나타난다. 서로를 아끼는 금슬 좋은 백조 부부는 여섯 알을 낳는다. 어미 백조가 알을 품다 잠시 강가에 다녀온 사이, 다리 위 아이들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알 네 개가 깨지고 만다. 남은 알은 두 개. 크게 낙담했지만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부부는 더 안전한 다리 밑 깊숙한 곳으로 둥지를 옮기기로 한다. 어미와 아빠가 알을 하나씩 굴려 옮기던 중 아빠 백조가 굴리던 알이 돌부리에 걸려 깨진다. 더는 가망이 없다고 여긴 아빠 백조는 둥지와 어미 곁을 영영 떠나 버린다.

       

      홀로 남은 어미 백조는 하나 남은 알을 지킨다. 그러나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지막 알마저 깨져 있다. 고양이의 공격이었다. 모든 알을 잃은 어미는 깊은 슬픔 속에서 깨진 알이 담긴 둥지 옆에 몸을 누이고, 그대로 긴 잠에 든다.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시간을 되돌려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를 보여 준다. 다리 위에서 돌을 던지려던 아이들을 한 어른이 막아서고, 덕분에 알은 무사히 지켜진다. 아빠 백조도 끝까지 어미 곁에 남아 함께 알을 품는다. 그렇게 태어난 여섯 마리의 아기 백조는 부모와 나란히 산책에 나선다.

       

      아름다운 모션과 수수해서 더 아름다운 그림이 인상 깊다. 알을 사랑하는 백조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어여쁜 작품이었다. 특히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갈라놓지 않고 열린 결말로 보여 준 점이 좋았다. 우리가 하는 선택에 따라 그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 덕분에, 내 행동에도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백한 연출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상상력은 두루두루 모일수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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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인디애니페스트를 찾을 때마다 새롭게 놀라게 되는 것은 상상력과 연출의 자유로움이다. '이런 이야기도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구나' 싶은 작품부터 관람 후에도 한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는 작품들이 관객을 맞았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표현을 접하며 또 다른 상상력을 배울 수 있는 관람이었다.


      '둘둘'이 '두루두루'로 펼쳐진 것처럼, 서로 다른 사람과 작품이 모여 하나의 영화제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오래 남는다. 서울인디애니페스트가 앞으로도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로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관객,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나고 싶은 관객, 누군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은 관객에게 서울인디애니페스트를 권한다. 올해도 상상력은 두루두루 모여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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