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즐겨 하던 게임 중에 은행부터 클럽까지 온갖 장소를 마구잡이로 털어 현물을 차로 실어 옮기는 게임이 있었다. 물론 전시회가 열리는 아트 갤러리 역시 침입 장소에서 빠지지 않았다. 레이저, 중력 감지 센서와 같은 매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몰래 잠입해 미술품을 훔쳐야 했지만, 그것을 원하는 의뢰인에게 되팔아 보상을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게임이다 보니 미션을 마무리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이후로 미술품들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객에게 간 작품은 어떻게 된 걸까? 집에 잘 걸려있는 걸까? 도둑맞았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무 곳에도 팔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수사가 시작될 텐데, 벽에 떡하니 걸어둔 채 평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걸까?
책 《도둑맞은 미술관》을 읽으며 그 답을 추측할 수 있었다.
게임에 한해서는, 미술품을 훔쳐서까지 자신의 집에 걸고 싶어 하는 것부터가 어딘가 어긋난 예술가 같아 보여 멋진 악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도둑맞은 미술관》에서 현실 미술품 절도 케이스를 살펴보니, 그런 인상적인 동기보다는 몸값 협상과 같은 다소 모양새 빠지는 동기가 대부분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과거에 도난당했던 작품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책에서 소개된 총 24건의 도난 사건 중 17건에서 작품을 되찾지 못했다. 한 건의 도난 사건에서 최대 9점의 작품까지 도난당하기도 하여 주요 미회수 작품만 50가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미회수 작품들은 어쩌면 앞으로 평생 다시 실물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몇몇 미술품은 역사적 사료나 다름없는 존재이기에, 영원한 부재가 더 쓰라릴 수밖에 없다.
3명의 도둑이 별생각 없이 쿤스트할 미술관에서 훔친 미술품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술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화가들의 작품이다. …… 그들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도 탁월한 예술적 가치가 있지만 미술의 역사가 언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기도 하다. (p. 199)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것은, 조각품을 자르고 녹여 고철로 헐값에 팔아버리거나 시작된 수사에 겁을 먹고 난롯불에 그림을 태워버리는 등 작품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 미술품이 이동하는 것이 범인의 인지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이 경우 범인을 붙잡는다고 해도 도난당한 미술품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회수가 불가능하기에 안타까움을 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같은 유명한 그림에 얽힌 사건도 있다.
보통 절도 소식을 접하며 알게 되는 것은 ‘누군가 훔쳐 갔다’라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배경부터 근황까지 사건 파일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모나리자〉 사건에서는 용의자와 범인의 얼굴이나 관련된 기사, 그림의 회수를 축하하는 퍼레이드의 사진과 함께 되돌아보는 것은 특히 새로웠다. 또한 현재는 방탄유리와 튼튼한 진열장, 경비원 등 절대 도난당하지 않도록 보관하고 있다는 점까지 짚어주니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21세기에는 아무도 미술품 절도라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록된 가장 최근 사건은 무려 2020년도였다. 게다가 2020년에 도난당한 작품을 3년 뒤인 2023년에 되찾았다고 한다. 미술품 절도는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무기 암거래에 이은 대형 범죄로 꼽힌다. 이와 같은 범죄가 앞으로는 발생치 않고, 이미 발생한 사건의 미회수 작품도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