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익숙해서 궁금한 적 없던 음식
피자는 너무 익숙한 음식이다. 친구들과 모일 때나 별다른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쉽게 선택하게 되는 음식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피자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막연히 이탈리아 음식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바로 그 익숙함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이탈리아의 음식 역사학자 루카 체사리는 피자가 세계인의 음식이 되기까지 약 300년의 시간을 따라간다.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에서 시작되다
책은 18세기 후반 나폴리의 골목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때의 피자는 지금처럼 다양한 토핑을 골라 한 판씩 주문해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값싸고 흔한 재료로 만들어 길거리에서 허기를 달래던 음식이었다.
이 대목이 의외였다. 지금은 화덕 피자 한 판에 몇만 원씩 하는 곳도 있고, 피자는 어딘가 즐겁고 풍족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시작은 배를 채우기 위한 소박한 음식이었다. 같은 음식이 300년 동안 이렇게까지 다른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피자가 세계로 퍼지는 데에는 미국이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피자가 세계적인 음식이 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었다.
피자는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문화가 퍼져 나가는 흐름을 타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확산됐다. 나폴리에서 출발한 음식이 대서양을 건넜다가, 미국의 얼굴을 하고 다시 세계로 돌아온 셈이다.
저자는 피자가 이렇게 멀리 갈 수 있었던 이유로 유연함을 꼽는다. 둥근 도우 위에 무엇을 올려도 피자가 된다. 그래서 피자는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재료와 입맛을 받아들이며 쉽게 자리 잡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도 불고기피자나 고구마피자가 있다. 피자가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 이유가 어디에서든 그곳의 입맛에 맞게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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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피자의 역사'가 아니라 '피자에 담긴 세계사'인 이유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다. 피자 한 판을 따라가다 보면 가난과 이민, 산업과 전쟁, 대중문화와 세계화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함께 따라온다. 한 음식이 걸어온 길이 곧 그 시대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했던 것이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음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피자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익숙한 음식 한 조각 뒤에도 생각보다 긴 이동의 역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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