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그림책이란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글과 그림으로 만드는 이야기 책’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림책은 콘셉트와 주제, 기획에 따라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도 있고, 비슷한 구도의 장면이 반복되는 그림책도 있고,

만화책 같은 그림책도 있습니다.

다양한 그림책의 특징을 체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살펴보는 것입니다.

 

- <1단계 그림책 산책> 중

 

   

우리는 그림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흔히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하드 커버 재질의 얇은 그림책은 어렸을 때 많이들 읽었을 것 같다. 나는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그림책을 읽으며 책 속 그림들을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 위에 ‘기름종이’라 불리는 투명한 용지를 올려놓고 그대로 선을 따며 그리기도 했고, 종이를 옆에 둔 채 열심히 베껴 그리기도 했다.


주변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던 나는 자연스레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며 놀았고, 내 나름의 그림체로 학교에서의 에피소드를 담은 종이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내 나름의 ‘더미북’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기억들 덕분에 마음 한켠에 여전히 그림책에 대한 낭만과 애정이 남아있다.


도서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는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을 넘어 나처럼 소소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읽어보면 좋은 그림책 가이드이다.


오늘은 그림책 제작 포인트 몇 가지를 맛보기식으로 글에 담아보려 한다.

 

 

그림책 만들기 7단계_평면표지.jpg

 

 

 

그림책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생각할 것


 

그림책 제작의 7단계 중 첫 번째로 중요한 지점은 바로 아이디어 탐색 과정이다. 그림책의 아이디어는 자주 보는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반려동물 등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크고 작은 이야기들로부터 탄생한다.


“그림책은 세계관보다 메시지를 더욱 중요하게 다루는 매체”라는 저자의 말에 얽매여 꼭 거창한 메시지를 담으려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말장난을 소재로 한 그림책들을 떠올려보면, 단순히 재미를 주고자 하는 것에 목적을 두어도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후 아이디어를 소재, 주제로 발전시키고 글이든 그림이든 전개를 시작하면 된다. 그림을 그리며 내용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소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소재를 정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소재를 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림책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짧게 쓰거나 그림을 짧게 그리는 것은 책에서 직접 연습해 볼 수 있으니 활용해 보면 좋을 듯하다.



 

빈 종이에 자유롭게 그려볼 것


 

글이 없는 그림책은 있어도 그림이 없는 그림책은 없다.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그림이다.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다. ‘잘’ 그리고 싶은 바람에 자꾸만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그림들을 떠올려보자. 그림 일기장에 연필로 꾹꾹 눌러 그렸던 그림,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가 우글우글해질 정도로 물감을 썼던 포스터 그림, 손에 온갖 색을 묻혀가며 크레파스로 그렸던 스케치북 그림까지. 지금의 우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그려나가던 그때를 떠올리며 시도해야 한다.


그림책에서 중요한 것은 수려한 화풍과 색채가 아니다. 단순한 점, 선, 면으로부터 그림이 생겨난다. 창작에 도전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이지, 얼마나 멋지게 그렸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소재, 하나의 문장에 대해 이 각도 저 각도로 다양하게 그려보며 페이지를 꾸려나가야 한다. 또, 그리고 싶은 대상의 사진을 따라 그려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망쳤다고 생각해서 구겨버린 그림이 나중에는 좋은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시간이 의미가 있습니다.

 

- <6단계 그림 꽃 피우기> 중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는 마치 그림책을 읽듯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과 예시 자료들은 저자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전 과제 페이지에서는 빈 종이에서 시작하는 막막함 없이 단계별 실습을 진행해 볼 수도 있다.


단계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작가들의 대화> 파트에서는 해당 단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그림책 수업을 진행할 때의 에피소드부터 그림책 작가들의 고충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작가들의 대화> 뒷장마다 부록으로 실리는 실제 수업 사례의 그림책들은 QR코드로 직접 읽어볼 수 있다.


32쪽, 장수로 따지면 16장 정도인 짧은 그림책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그림이 버려지고, 수많은 더미북이 쌓이고, 수많은 고민이 오고 간다.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힘을 믿는 작가들은 오늘도 여전히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지현.jpg

 

 

김지현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느릿느릿 굴러갑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