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부터 5일까지 개최된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개막 전부터 뜨거운 화제의 중심이었다. 감각적인 부스의 SNS 홍보부터, 사찰식 두부김밥, 떡볶이, 사과즙 등 먹거리까지 입소문을 타며 나흘간 25만 명이라는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엄연한 종교 관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신자가 아닌 이들까지 이토록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
MZ 세대와 함께 뽑고, 비우고,
채우는 ○놀이의 장
색즉시○ ○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명구로, 원문은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로 번역된다. 색이나 공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떠나 곧바로 그 실체를 꿰뚫어 보라는 교리는 대중이 선뜻 이해하기엔 다소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이 지점에서 사상을 우리가 즐기는 ‘공놀이’에 비유한다.
구에서 ○이 눈에 띈다. 이것은 공백의 공(空)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가 굴리고 노는 동그란 ‘공(Ball)’을 연상시킨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면, 우리가 경기장에서 주고받는 공 역시 공(空)이 될 수 있지 않을까.
‘MZ 세대’와 함께 뽑고, 비우고, 채우는 ○놀이의 장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흔히 불교라 하면 어르신들의 토속 신앙이나 엄숙한 불경 소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전국 각지에 사찰이 존재함에도 우리에게 불교란 가깝고도 멀다. 박람회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무는 데 집중했다.
불교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 – 취향이 된 수행
젊은 세대의 감각을 깨우는 가장 직관적인 통로는 바로 ‘트렌디한 굿즈’다. 개성을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MZ 세대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것은 없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몇몇 부스는 그 정점을 보여주었다.
‘해탈컴퍼니(haetalcompany)’는 MZ 세대의 언어 습관을 불교적 가치와 결합한 의류와 굿즈를 선보인다. ‘깨닫다! 티셔츠’, ‘극락도 락이다 티셔츠’가 특히 유명하고 이외에도 ‘번뇌 닦이는 수건’, ‘그냥 존재 키링’, ‘개큰지혜 머그컵’ 등 요즘 유행하는 밈(Meme)을 활용한 문구들은 신선함을 준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수행지향적 라이프 스타일’이다. 수행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서 지향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자칫 상업적 결과물로 보일 수 있는 ‘상품’들이지만, 이를 일상에서 사용하며 수행의 마음가짐을 상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종교가 현대인의 삶에 이바지하는 방식일 것이다.
‘바반투(BHABANTU)’는 불교적 요소를 ‘힙(Hip)’한 스트릿 문화와 결합해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NIRVANA 피그먼트 반팔티’, ‘HEADSET BUDDHA 피그먼트 후드티’, ‘옴로터스 오버핏 팬츠’는 부처와 연꽃, 열반이라는 전통적 키워드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녹여냈다.
‘두 손 모아 합장 손톱깎이 키링’, ‘원리전도몽상 키링’, ‘극락왕생 휴대폰 그립톡’ 등도 눈길을 끈다. 선글라스와 헤드셋을 착용한 부처의 형상은 홍대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으면서도, 특유의 고요한 여유만은 잃지 않고 있다. 낯설지만 익숙한 이 비주얼은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한다.
목탁 체험 부스도 문턱 낮추기에 일조했다. ‘목탁 치고 갈래?’라는 어딘가 진부하면서도 익숙한 문구는 관람객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붙잡았다. 평소 스님들만이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목탁을 직접 두드려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독특한 경험이 되었다. 경쾌하고도 맑은 목탁 소리는 전시장 내부의 소음을 잠재우듯 마음 한구석의 복잡한 소란을 잠시나마 털어내 주는 역할을 했다.
목탁 체험에 이어 알록달록한 목탁 키링은 이를 종교적 상징물에서 세련된 ‘액세서리’로 변모시켰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은 놓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욕구와 맞물린 결과다. 누군가는 종교의 상업화를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창한 믿음을 강요하기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안한 휴식으로 일상에 자리 잡고자 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유의미해 보였다.
부처 생일 카페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생일 카페 문화를 차용한 이곳은, 부처를 현대의 '셀럽'으로 재해석한 듯했다. 부스 한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스님이 직접 사진을 찍어주는 이색적인 풍경은 엄숙한 대상이었던 부처를 친숙한 팬덤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당겼다. 종교적 경외감이 어느새 내적 친밀감으로 변모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불교가 우리의 놀이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스며든 불교
종교는 거부감을 가진 이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턱과 같다. 그러나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강제로 종교를 권유하는 대신, 매력적인 굿즈와 체험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향유하게 했다. 이것이 어쩌면 종교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과거 말레이시아 여행 중 방문했던 모스크에서 한 가이드가 건넨 말이 떠오른다. 무교인 내게 가이드는 힘이 들고 괴로울 때, 신을 믿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내게 편안함을 주는 대상을 떠올리지 않냐고 물었다. 떠올림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종교라는 의미였다.
이번 박람회가 대중에게 건넨 인사도 이와 닮아있다. 가방에 걸 수 있는 작은 키링,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부처 생일 카페 포토존, 제조법이 조금 다르지만 익숙한 떡볶이와 음료수. 굳이 애쓰지 않아도 불교적 색채가 우리 곁에 머문다면, 그것은 우리의 일상으로 서서히 편입된다. 이러한 ‘스며듦’은 종교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우리를 불교라는 거대한 세계로 초대하기보다는, 불교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녹아드는 길을 택했다. 엄숙한 교리 대신 친숙한 취향의 언어로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종교가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유연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 사진 출처: 직접 촬영,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