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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호러와 멜로 사이에서 - 레위기 [영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by 김현진 에디터
2026.10.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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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위기>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소문을 들어 처음 알게 된 작품이다. 실제로 장편 작품상과 관객상을 함께 수상하기도 했다. 배우 소지섭의 수입사로 유명한 찬란의 새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극장에서 만나볼 날을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개봉해 반가웠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구약성경의 한 권인 '레위기'를 제목으로 내세우면서도 퀴어와 호러라는 장르를 결합한 것이 매력적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한데 모여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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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골자가 되는 설정부터 흥미로웠는데, 우선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소년, 나임과 라이언이다. 이들은 동성애를 바로잡겠다는 명목 아래 마을 어른들에게 구원 치유 의식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식 이후, 혼자 있을 때마다 악령이 나타나 그들을 죽이려 든다. 악령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즉 상대방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이 진짜인지 괴물인지 구분할 수 없어 점점 상대를 향한 두려움과 불안이 커지게 된다.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한 종교적 시선과 호러 요소를 모두 녹여낸 설정이 무척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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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백룸>, <옵세션>과 같은 공포영화 열풍이 거센데, <레위기> 역시 공포 장르의 문법을 능숙하게 활용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관객들은 주인공 나임의 시점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나임이 홀로 남겨지는 순간이나 악령(혹은 라이언)이 나타날 때마다 함께 공포에 사로잡힌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위협이 닥칠지 알 수 없어 하이라이트에서는 제대로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악령이 실제로 인물들을 해치기 때문에, 15세 관람가인 것에 비해서는 고어의 강도도 상당한 편이다. 똑같은 구원 치유 의식을 받은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오프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후에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88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덕분에 크게 늘어진다는 느낌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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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 영화의 공포는 단순히 악령의 위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년들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고립시키는 어른들의 폭력, 상대를 사랑하고 함께할수록 저주도 강해진다는 역설 등이 상황을 더 안타깝게 만들며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중반부 나임을 붙잡는 라이언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네가 평생 저주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 괴물이 내 모습이기를 바란다는 말. 어쩌면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런 느낌일까. 사람 간의 사랑을 마치 저주처럼, 괴물인 것처럼 몰아가는 세상. 퀴어 영화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냥 멜로영화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두 소년은 내내 애틋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더 근본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이자 때로는 가장 큰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좋은 모습만이 아니라 단점과 결점까지 함께 품게 되는 존재이며, 그만큼 상대에게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때로 구원이 되지만, 동시에 저주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랑'의 모순적인 속성이 호러라는 장르적 장치와 결합해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다. 사랑에 관한 영화가 이미 많이 나왔음에도, 이처럼 또 한 번 새롭게 이야기할 것이 남아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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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이 영화를 두고 퀴어 호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사랑이 저주가 되었지만, 그 저주 속에서도 사랑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본 뒤의 여운이 공포 때문인지, 그 와중에 빛나던 어떤 마음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공포영화를 애호하는 관객이라면 <레위기>를 놓치지 말기를 여러모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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