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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한 두려움 - 레위기 [영화]

사랑이 곧 공포가 될 때, '레위기'가 건드리는 가장 오래된 금기

by 황지윤 에디터
2026.10.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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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유독 공포 영화가 풍년이었다. 극장가에는 새로운 세계관을 앞세운 작품들이 연이어 걸렸고, 오래 잠잠하던 호러 장르가 다시 관객을 모았다.

       

      그 흐름에 이어 10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레위기’는 그 영화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이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불안을 켜켜이 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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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수영장에 있던 한 소녀가 목숨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설명이나 준비 과정 없이 곧바로 공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도전적인 출발이다. 그 공포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제목이 말해준다.

       

      '레위기'는 구약성경의 한 부분으로, 동성애를 금지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영화는 이 제목을 숨기지 않고, 주제를 정면으로 가져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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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배경은 호주의 한 외딴 마을이다. 어머니의 강경한 결심으로 함께 이사를 온 듯한 나임은 이곳에서 라이언과 비밀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러다 라이언이 헌터라는 다른 소년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나임은 두 사람의 관계를 헌터의 부모에게 알린다. 이 일로, 목사인 헌터의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은 라이언과 헌터에게 치유라는 이름의 의식을 치르게 만든다.

       

      결국 나임마저 어머니에 의해 의식을 받게 되고, 인물들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존재에게 쫓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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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위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금지가 두려움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사랑은 누가 가르쳐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그래서 그것을 막는다는 건 숨 쉬는 일을 막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는 어쩌면 바로 그 상태를 괴물이라는 형태로 눈앞에 꺼내놓은 것은 아닐까.

       

      내 안에서 자라는 감정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일, 그 감정과 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무력감. 장르의 문법을 빌렸을 뿐, 영화가 그리는 공포는 현실의 누군가가 실제로 겪어왔을 감정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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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연기 역시 ‘레위기’의 서사를 단단히 받쳐준다. 나임을 연기한 조 버드는 두려움과 죄책감, 사춘기의 혼란에 관객이 스며들 수 있도록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라이언 역의 스테이시 클라우센은 위태로움과 온기를 한 얼굴에 함께 담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공포 영화에서 흔치 않은 다정함이 있다.

       

      그 다정함 덕분에 영화는 단순히 쫓고 쫓기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들이 서로에게 닿으려는 이야기가 된다. ‘레위기’는 사랑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때 얼마나 조용한 폭력이 되는지를 그들만의 표정을 통해 엿볼 수 있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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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영화의 괴물은 무섭기 이전에 슬프다. 도망쳐야 하는 대상이 사실은 도망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내 일부가 된 것으로부터 달아나려는 사람의 필사적인 몸짓은 공포 영화의 추격 장면이면서 동시에 자기 부정의 장면으로 읽히는 듯도 하다. 사랑하는 이를 보면서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보다 더 잔인한 것이 있을까.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지와 공포 한가운데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댄다. 두려움이 가장 큰 순간에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것. 이 장면들은 ‘레위기’가 말하려는 바에 가장 가깝다고 느껴진다.

       

      사랑을 지켜내는 것은 두려움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을 함께 견디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가장 강한 사랑의 모양일 수 있다는 것.

       

      ‘레위기’가 가장 무서운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낯선 무언가가 덮쳐오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하필 가장 무서운 것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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