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함께'의 힘으로 힘겨운 오늘을 헤쳐 나가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의 귀여운 로맨스
글 입력 2023.12.14 12: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메인 포스터.jpg

 

 

차가운 도시를 유랑하는 외로운 두 남녀 ‘안사’와 ‘홀라파’가 빚어내는 멜랑꼴리한 헬싱키 빈티지 로맨스를 그려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오는 12월 20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의 영예를 안은 데 이어 지난 11일(현지 시각) 제81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며 화제가 된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핀란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무려 스무 번째 작품이다.

 

앞서 그는 평단에서 ‘프롤레타리아 삼부작’이라는 평가를 듣는 세 편의 영화 <천국의 그림자 Shadow in Paradise>(1986), <아리엘 Ariel>(1988), <성냥공장 소녀 The Match Factory Girl>(1990)를 통해 사회적 하층민들의 현실과 그로 인한 방황을 공통 주제로 그려낸 바 있다.

 

그 뒤를 잇는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핀란드의 노동자 계급이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을 중심적으로 보여주면서도 하층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아키 카우리스마키만의 독특한 화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jpg

 

 

근무가 끝난 뒤에 동료들과 함께 간 가라오케에서 안사와 홀라파는 우연히 시선을 주고받게 된다. 각각 담배와 빨대를 입술에 물고 연기와 음료를 빨아들이면서 서로의 눈빛마저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음식을 가방에 챙겼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 안사는 돈이 없어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전기세 걱정에 집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의 코드를 뽑아버린다.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간 안사가 2유로를 깎은 8유로를 인터넷 사용료로 지불하고 구인 공고를 확인하는 장면은 인터넷과 노트북 없이는 새로운 직장 하나 구할 방법이 없는 노동자들의 웃픈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주방보조로 일하게 된 술집의 사장이 업장에서 대마초를 판매하고 경찰에 체포되면서 부득이하게 임금 체불을 겪게 되는 모습도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5.jpg

 

 

노동 현장에서 문제를 겪는 것은 홀라파도 마찬가지다. 홀라파는 작업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말하는 공장 사장에게 압축기의 성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니 압축기를 새것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사장은 회사 차를 사야 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결국 그는 오래된 압축기 때문에 작업 중 부상을 당하게 되는데, 절차상 음주 측정을 했다가 근무 중 술을 마신 사실을 사장에게 들켜버린 홀라파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당하고 만다. 홀라파의 부상은 분명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사고였지만, 술을 마셨다는 사실 하나로 공장 측의 문제가 개인의 잘못으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2.jpg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끝없는 고용 불안과 열악한 작업환경 등을 감내해야만 하는 두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싹틔운다.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던 하루는 서로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그들은 함께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으며 춥고 어두운 밤을 따스하게 밝혀나가기 시작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통해 단순히 핀란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 멈추지 않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의 힘으로 옅은 웃음을 되찾고 다시 희망을 그리는 젊은이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매 장면에서 드러나는 감독 특유의 건조한 유머 코드와 냉소적인 풍자, 고전 영화에 대한 사랑과 다채로운 음악의 활용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엇갈리면서도 계속해서 서로와 연결되기 위해 애쓰는 사랑스러운 도시의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오는 12월 20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컬쳐리스트 태그.jpg

 

 

[윤채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