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타민처럼 꺼내먹고 싶은 책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글 입력 2024.02.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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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렸을 때 자신을 돌봐주고 아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한다. 부모님의 사랑 안에서, 학교의 보살핌 안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 점점 나이를 먹고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 일이 많아진다. 누군가는 나를 싫어하기도, 처음 겪어본 일에 혼자 맞서기도 해야 한다. 무수한 일들을 잘 해쳐나가기도 넘어지기도 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를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며 나에 대해 탐구해왔다. 생각이 끊임없이 증폭되다보면 ‘자존감’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개념에 관심이 간다.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한다는 이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 보며 이를 매사에 적용시키고 있나 되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에게 실망하기도 의외의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런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의 저자 ‘슌’의 이야기는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이에 대한 고민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 그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는 이야기까지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친구와 감정을 편히 나누는듯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슌’은 저자의 필명이다. 저자의 이름인 ‘윤수훈’을 빠르게 읽으면 ‘슌’으로 읽히기도 하고, 예측불허한 삶이 순풍을 타고 흘러가기를 바라며 ‘순할순(順)’자를 붙였다. 책 속에 ‘슌’ 캐릭터는 너무나 귀엽다. 똘망똘망한 표정이 꼭 젊고 맑은 청춘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책의 대부분은 짧은 만화 형식과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어 접근하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만화라고 전혀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여운을 선사하고 독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책의 구성은 ‘나도 내가 처음이야’, ‘오해 말고 이해받고 싶어’, ‘약한게 아니라 나 다운거야’로 총 세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파트별 이야기들이 따뜻해서 요동치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었다. 그래서 내가 위안 받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그래, 삶을 더 누려야해. 자주 잊게 되잖아, 내가 가진 것들. 가진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어. 볕 좋은 날엔 날씨를 누리고, 지금의 젊음과 건강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더 누리면서 살자. p.98
 


현재에 집중하기보다 미래를 기약하고 더 나은 삶만을 좇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었다. 나의 오늘 하루는 잘 보내고 있는지,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현재를 소비하듯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하고 감사히 여기며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더불어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맑은 날씨에 밖을 거닐 수 있다는 것,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등 나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전보다 일상이 풍족하고 행복해진 느낌이 들었다.


 

꺼내기 어려웠던 속이야기도 적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활자화된 감정은 질풍노도의 과거 사진을 보는 듯해 좀처럼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처음엔 정처 없이 떠도는 글들도,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생각의 맥을 따라 흘러간다. 글이 흘러간 곳엔 지도가 있다. p.124

 

 

일기를 왜 써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곤 했다. 반강제적으로 써온 일기들과 누군가 이 일기를 보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맘 편히 적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일기를 꾸준히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일기를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쓰고 난 후의 후련함은 마음에 안정감을 선사하고, 두서없더라도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생각을 안에 품고 있는 것과 밖으로 꺼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꺼내어 보면 더 면밀하게 나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다방면으로 나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고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 하루 이틀 아니면 더 먼 미래에 일기를 되돌아봤을 때 다채로운 나를 마주하고 그때보다 성장한 자신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나도 올해는 일기를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한 일기로 나만의 지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겠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는 나를 어루만져주는 책이었다. 차갑기 만한 현실로부터 나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긍정해주는 책이었다. 지칠 때면 이 책을 자주 꺼내볼 것 같다. 비타민을 챙겨먹듯 자기 전에 한편씩 꺼내어 읽고 잠들고 싶다. 응원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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