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절도는 전 세계에서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무기 암거래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범죄 유형이라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국제경찰 조직 인터폴은 도난당해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미술품 2만 5,000점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폴을 비롯하여 FBI 미술품 범죄 전담팀 등 여러 기구에서 도난 미술품을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미술품 절도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시장에서의 거래는 불가능에 가깝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흔적이 있어야, 추적이 가능한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사라진 미술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건의 이야기뿐이다.
책 <도둑맞은 미술관>은 절도로 인해 분실된 미술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유명한 나치 정권의 약탈부터 크고 작은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발생한 도난 현장을 마치 사진으로 순간 포착한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책을 통해 어마어마한 규모와 가치의 미술품들이 아직도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심지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미술품 도난의 건수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책 <도둑맞은 미술관> 중 인상 깊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먼저 미국 보스턴,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절도범들은 경찰로 위장을 하고 미술관에 침입했다. 미술관을 지키던 경비원들은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 덕에 범인들은 너무도 쉽게 안으로 진입해 미술품들을 훔칠 수 있었다. 한두 번 해본 절도가 아닌 듯, 자신들이 담긴 CCTV 영상까지 모조리 삭제한 뒤 달아났다고 한다.
경찰들은 끈질기게 그들의 뒤를 쫓았지만, 그들이 숨을 거둔 후에야 신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라진 그림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도난당하는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조각물 또한 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3 x 2.4미터 크기에 2톤 무게를 지닌 대형 조각상. 헨리 무어 재단 소유 조각 공원에 전시되어 있던 헨리 무어의 작품 <누워 있는 인물>이 3명의 남성 손에 도둑맞는 일도 있었다. 런던 경찰청은 범인들이 작품을 조각으로 잘라 녹인 후 고철로 만들어 판매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작품은 돌아오지 못했고, 그 이후 보안 조치가 대폭 강화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은 도난 이후에 보안 체계가 강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이다.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미술관 또는 박물관의 보안이 무척 허술한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지곤 했던 것이다. 심지어 도둑질이 얼마나 쉬웠는지 자랑하는 범인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사건이 일어난 후의 수습은 너무 늦은 조치라는 것을 그들도 분명 알고 있었을 테다. 하지만 당시 그들은 안일했고, 그런 그들의 태도가 자아낸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도난 대상이 되는 미술관 중 개인의 기증을 통해 조성된 미술관들이 많았는데, 대의를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허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 <도둑맞은 미술관> 속에는 사라진 미술품의 이미지와 함께 실제 당시 수사 현장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그 덕분에 사건의 심각함을 더욱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2010년 대에 발생한 사건도 있었는데,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로 느껴졌다.
최근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다양한 전시회들이 개최되고 있다. 해외 교류전도 많아지고 있는 시기이기에 미술품 절도에 대한 경각심 또한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이, 더 자주 좋은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도둑맞은 미술관> 속 미술품들이 언젠간 꼭 돌아오길 바란다. 더불어 더 이상의 미술품 소실은 없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