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는 미술 범죄(art crime)에 관심을 갖고 미술범죄연구협회(ARCA)를 설립해 연구 활동 중인 노아 차니 작가의 저서입니다. 매년 여름 미술범죄와 문화유산 보호 대학원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미술 범죄 연구 성과가 '뉴욕타임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베니티 페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토론토로얄온타리오박물관, 'Ted-Ed' 등에 초청되어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설명을 읽어보았을 때 미술품 도난이나 미술계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가 책에 가득 담겨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미술사조를 30개의 그림만으로 알 수 있게, 쉽고 재밌게 풀어쓴 4장도 재미있었고, 미술품 도난에 대한 6장 내용, NFT 가상화폐 등장이 미술품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준 9장도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 흥미로웠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목차
1장 이것도 예술일까?
2장 미술의 오브제와 기법
3장 크리벨리의 피클 찾기
4장 작품 30점으로 알아보는 미술 사조
5장 조각의 역사
6장 훌륭한 미술품에 나쁜 일이 생길 때
7장 숲속의 디지털 불빛
8장 프로이트는 뭐라고 말할까?
9장 미술품과 경제적 가치
10장 수수께끼 같은 미술사
11장 미술의 미래
사라진 여덟가지 보물, 그 중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 있는 탄생'
[그림] 카라바조,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 있는 탄생'
책의 6장에서는 미술품 절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미술품 범죄는 전 세계에서 꽤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수만 건의 미술품 절도 사건이 보도되고, 이탈리아에서만 한 해에 2만 건 정도 보고되고 있으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은 더욱 많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된 미술품이, 마약이나 무기 거래, 테러리스트 집단의 자금원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입니다. 역사 속에서 그림이 소실된 사례는 다수 있다고 합니다. 다빈치의 그림 '스포르차 기마상'이, 이탈리아 밀라노 점령했던 프랑스군 군인들의 과녁으로 쓰여 파괴되어 버리거나, 로히어르 판데르 베이든의 그림 '정의의 순환'이 불에 타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작품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빈치의 그림 '살바도르 문디'는 사라졌다가 흙먼지 속에서 방치된 채 발견되기도 하여,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6장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미술품 도난'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저자 노아 차니는 미해결 도난 사건의 작품들을 설명하면서 '낙천적인 보물 사냥꾼들이 찾아주기를' 바란다며, 도난된 작품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당 작품들을 잊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마사무네 혼조의 그림 '사무라이 검', 가드너 미술관에서 도난된 5억 달러 가치의 작품 13점, 카라바조의 그림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있는 탄생', 키를 슈피츠베크의 '가난한 시인', 조르조 바사리의 소묘집, 고대 7대 불가사의 '바빌론의 공중정원', 중국의 '12궁도 물시계의 동물 머리들'. 마트칸토니오 라이몬디의 '16가지 즐거움'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도난되거나 소실되었지만 그 가치가 높은 작품들로, 책에서는 해당 작품이 왜 가치가 높은지 어떤 사연으로 도난당했는지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도난되기 전, 성당에 설치되어있던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 있는 탄생'
그 중 카라바조의 그림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 있는 탄생'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FBI에서는 '가장 찾고 싶은 도난당한 미술품' 목록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때 가장 첫 번째 작품은 카라바조의 제단화인 '성 프란체스코와 성 로렌초가 함께 있는 탄생' 입니다. 성당에서 1969년에 도난당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의 조직원들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이후 영국 언론인 피터 왓슨이 이 작품을 발견할 뻔 했지만 결국 되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카라바조가 죽기 직전 해에 그린 걸작이며, 예수의 탄생을 그려 현재 약 300억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카라바조는 바로크 미술을 상징하는 화가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키아로스쿠로' 기법이 잘 드러난 그림이었습니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은 빛과 어둠의 극단적 대비를 통해 신성함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잘 드러내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위 그림에서는 예수의 탄생이라는 '삶'을 빛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마피아에게 도난당했고, 작품이 팔렸는지 혹은 훼손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한 마피아 정보원은 지진 때문에 해당 그림이 훼손되었고, 이 그림을 가축에게 먹였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 노아 차니는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를, 작품이 온전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책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를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소개해드린 사건 외에도 다양한 사건이 책에 실려있으며, NFT 가상 화폐 등장으로 해커로 인해 유명해진 화가의 이야기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