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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다정하고 짓궃은 코를 가진 아이 [영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기코끼리와 노부부』(The elephants whisperers)

by 최승윤 에디터
2026.10.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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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티키 곤살베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기코끼리와 노부부』는 코끼리 관리인 봄만과 벨리, 그리고 코끼리 라구와 암무가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다. 그들이 몸을 부대끼고 나누는 시간들을 통해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숲과 부족들이 머무는 마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의 촬영지는 남부 타밀 나두주의 호랑이 보호 구역 안 코끼리 캠프다. 이곳에는 숲 속에서 살면서 숲을 지키는 카투나야카르족이 살고 있다. 그들 중에는 코끼리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봄만과 벨리가 바로 그들이다.

       

      극악의 무더위가 찾아오게 되면 숲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부족해지고, 무리를 따라가지 못한 채 낙오된 아기코끼리들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산림부에서는 이 아기코끼리들을 코끼리 캠프로 보내 관리인들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아기코끼리였던 라구와, 관리인 봄만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봄만이 코끼리 라구를 만나게 되고 보살피는 과정은 아버지가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라구와 지내며 봄만이 라구에게 건네는 말들 안에는 진한 사랑이 배어나온다. 아직 언어를 익히지 못한 유아기의 아기를 어루고 달래듯,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말들과 질문들을 라구에게 건넨다. 특히 봄만이 라구의 얼굴에 비눗칠을 하며 씻겨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라구가 코로 물을 뿌릴 때 봄만이 자신에게도 물이 튄다며 그렇게 물을 뿌리지 말라고 나무란다. 일방적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짓궃은 아이의 장난에 반응하는 모습은 어느샌가 동물과 인간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또 몸에 달고 다니는 종을 잃어버려 봄만이 라구에게 종을 다시 달아주는 모습 역시도 기억에 남는다. 라구 옆에 선 봄만은 코끼리 관리인이 아닌, 아버지다.


      벨리는 봄만과 같이 라구를 보살피는 코끼리 캠프의 관리인이다. 호랑이에게 공격 당해 남편을 잃었고 딸을 잃었던 시기에 라구를 만나게 되면서, 벨리에게도 라구는 자식 같은 존재다. 벨리가 눈물을 흘릴 때 라구는 코로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밥을 먹일 때 코코넛만 먹고 다른 음식은 뱉어내면서 편식을 하기도 한다. 라구를 먹이고 씻기고 함께 누워 시간을 보내면서 벨리에게 라구는 상실된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또 다른 소외된 아기코끼리 암무가 나타나게 되면서 이들은 새로운 코끼리 가족을 맞는다. 그러나 라구는 봄만과 벨리 앞에서 암무를 막기도 하고 일주일 간 화가 난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만 부모의 사랑이 집중되다가 새로운 동생이 생겨 질투를 표출한다.

       

      이제 코끼리들은 보호받아야하는 동물들이 아니라, 완전한 봄만과 벨리의 아이들로 보인다. 말없이 순응하고 주는 밥을 곧이곧대로 받아 먹는 것이 아니다. 투정을 부리고 편식도 한다. 이러한 응석들은 어린 아이들을 연상시키고, 함께한 많은 시간과 더불어져 가정의 형태로 완성시킨다.

       

      처음 벨리와 봄만은 관리인, 즉 동료로서 만났지만 어느새 그들은 부족의 전통방식에 따라 결혼을 한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박수를 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봄만과 벨리는 꽃을 몸에 두르고 마치 가족사진을 찍는 듯한 구도로 나란히 서 있는데, 여기에는 두 사람, 그리고 라구와 암무가 있다. 이들은 이제 부부로서 자식같은 코끼리들을 기르고 사랑을 베푼다.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장면의 프레임 안에서 코끼리들은 분명한 가족, 즉 자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코끼리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코끼리는 이들에게 사랑의 연결다리로서 역할되기도 하였다.

       

      부부의 모습 중에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 있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 나무대와 이파리들을 잔뜩 베어 돌아오는데, 이것이 코끼리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들에게 먹일 풀 한 장조차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근처에 아무 이파리나 꺾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 맨꼭대기에 올라서 이파리를 꺾어온다는 것.

       

      사랑이란 이렇게 모습으로, 행동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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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건강히 자란 라구는 이제 그들이 아닌 다른 관리인에게 보내져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이들이 함께 지내는 가족의 풍경을 지켜봐온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이별에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도 이들이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봄만의 눈에 고인 눈물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그의 마음 한 켠에는 시작부터 떠남을 예정해두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고 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주변에 갈 곳 잃은 동물들을 임시보호하다가 끝내 이별할 수 없어 입양을 결심하던 지인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봄만과 벨리는 이를 선택할 수도 없이 강제로 소중한 존재들을 빼앗긴 채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봄만과 벨리 곁에 남은 암무는 라구가 떠날 때 가지 못하게 막으려 하거나, 봄만과 벨리를 위로한다. 마치 벨리가 딸을 잃고 슬퍼할 때 라구가 위로를 해줬듯이, 암무 역시도 다정한 코로 손길을 내민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새긴다. 영상이 끝나가고 띄워지는 자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봄만과 벨리는 남인도에서 외톨이로 버려진 코끼리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최초의 부부라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이 해내지 못했던 코끼리를 살려낼 수 있었던 방법은 진실로 사랑을 해준 것이다. 그 거대한 사랑이 갈 곳 없는 코끼리를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암무의 머리털을 색 있는 머리고무줄로 묶어주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길을 걷다가 유모차 안의 강아지가 두 갈래로 고무줄을 묶은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거의 자라지 않았던 어린 시절, 몇 가닥 되지 않는 머리카락이 우스꽝스럽게 묶인 사진을 본 적도 있다.

       

      앞선 장면들이 내 안에 떠오른 이유를 안다. 이들 모두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아이이자 자식이자, 나의 모든 사랑을 준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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