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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음악 취향은 과식, 청취 폭은 소식 [음악]

음악 좋아하지만 잘 안 듣는 사람의 모순

by 최현진 에디터
2026.11.0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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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음악적 지식을 주는 건 아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장르에 대해 깊게 알기보단 비트가 마음에 들면 계속 듣는 사람이다. 관심 있는 아티스트의 신보가 나오면 집에서 음감회를 즐기고, 새로 나온 앨범이 취향인 경우 전곡을 6시간 동안 반복해서 듣는다. 이런 집요한 모습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나는 듣는 장르 안에서도 늘 듣는 것만 듣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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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래식

      - 클래식과 함께 자라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늘 내 곁에는 클래식이 존재한다. 내 주변에 있는 이유는 어머니께서 클래식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클래식 공연에 자주 데려가 주셨고, “연주 듣다가 잠들어도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셨다. 여전히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시고, 집에서는 다양한 클래식을 틀어두신다.


      이런 배경 덕분에 나도 클래식을 가까이 접했다. 내가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는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이고, 바이올리니스트는 클라라 주미 강, 양인모다. 나는 클래식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지만 피아노는 조성진의 연주만 듣는다.

       


      ©크클클TV - 크레디아클래식클럽 TV

       

       

      계속 듣는 작곡가는 드뷔시, 쇼팽뿐이다. 드뷔시 곡 중 <아라베스크> 하프 연주 버전은 열 번 넘게 들었다. 예외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즐겨 듣는다. 최근에 본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왈츠가 반복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청취 편식이 심하지만, 영화 OST는 늘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LUNERIS

       

       

       

      2. 영화 OST

      - 영화 내용 이해하기 어렵다면 OST를 즐기는 건 어때?


       

      여전히 찾아 듣는 사운드트랙은 박찬욱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왕가위 <중경삼림>, 루카 구아다니노 <챌린저스>, 존 카니 <싱 스트리트>다. 박찬욱 감독 영화 속 음악들은 언제나 내 취향에 맞는 편이라, 한 곡만 고르기 어렵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흘러나오는 왈츠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 묘하게 서글픈 느낌을 띠고, <중경삼림>은 비 오는 날 센치함과 네온 불빛이 밤 길거리를 감싼 듯하다. 이 둘은 정반대의 결이지만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주란주란

       

       

      <챌린저스>를 통해 알게 된 건 스포츠와 전자음악의 궁합이 좋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K-POP과 연관된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멜트미러 뮤직비디오 감독은 에스파 뮤비 비하인드를 인스타 스토리 질의응답에서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요청은 없었지만, 첫 미팅 때 영화 챌린저스의 한 장면을 함께 감상한 기억이 납니다.” <챌린저스> 이후로 나는 전자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 실은 K-POP을 통해 오래전부터 듣던 장르라는 걸.

       

       

      ©ady

       

       

       

      3. K-POP

      - 아이돌의 매력은? 친언니의 친구 언니의 언니들을 통한 조기 교육


       

      걸그룹 키키 노래를 듣다가 “나는 왜 아직도 K-POP을 좋아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유심히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친언니의 친구 언니의 언니들은 2·3세대를 좋아했다. 언니들과 함께 놀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아이돌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4·5세대가 시도하는 하우스, 테크노 장르 덕분에 청취 폭은 K-POP 안에서만 넓어졌다. 나는 요즘 음악 트렌드를 K-POP을 들으면서 알아가는 편이다.


      수많은 보이그룹 속 요즘 내 최애는 청량 콘셉트를 유지 중인 투어스다. 그룹을 알게 된 건 2년 전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무대였다. 이번에 우연히 투어스의 42:CLUB 두 번째 팬미팅에서 선공개한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 무대를 봤다. 멤버 도훈의 수려한 외모에 눈길이 가서 노래가 귀에 안 들렸다. 나중에 음원이 나왔을 때 비트가 좋아서 오랫동안 듣다가 뒤늦게 장르가 하우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11월 2일 컴백한 투어스의 신곡 <내 이름을 불러줘>를 듣고 오랜만에 2·3세대 곡들이 생각났다. 내가 K-POP을 아직도 좋아하는 이유는 투어스를 비롯한 그룹들의 신곡이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Pledis (HYBE LABELS)

       

       

       

      4. 재즈

      - 재즈를 좋아하세요...?



      “현진. 재즈를 알아?”

      “아니, 아빠는 알아?”

      “재즈는 재즈야.”


      내가 집에서 재즈를 틀어두면 아버지께서 나에게 늘 재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치 형사가 압박 수사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주로 빌 에반스, 쳇 베이커 앨범을 틀어두신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주말 아침마다 좋은 스피커와 함께 감상하신다.

       

       

      ©치아바타 스튜디오

       

       

      내가 재즈를 적극적으로 듣게 된 계기는 손종원 셰프였다. 올해 5월 셰프가 인스타 스토리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를 올렸다. 그때 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주문했고 아직 안 읽었다. 대신 유튜브에 하루키 재즈에 대해 검색했고, ‘하루키가 사랑하는 재즈 레코드’라는 영상을 접했다. 이후로 하루키 재즈를 많이 올린 ‘치아바타 스튜디오’ 채널은 내 최애가 되었다.

       

       

      ©치아바타 스튜디오

       

       

      재즈를 듣던 중 도훈도 재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의 음악 취향이 궁금해졌다.


      도훈은 올해 2월에 열린 스포티파이 리스닝 파티에서 아침에는 재즈를 듣고 다른 시간대에는 다른 장르를 즐긴다고 말했다. 5월 활동 때 열린 리스닝 파티에서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재즈 힙합을 꼽으면서 트럼펫 흉내를 냈다.


      최근 GQ 11월호에 실린 투어스 인터뷰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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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Q Korea,「투어스(TWS) 우리 사이에 하고 싶음 말, 2026년 11월호

       

       

      GQ: 누군가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고 싶을 때 내가 건네는 질문.

       

      도훈: 음악 어떤 거 들으세요?


      인터뷰를 읽다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시몽이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은 장면이 떠올랐다. 


      만약 그에게 직접 질문을 건넬 수 있다면 “요즘에도 재즈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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