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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 순간의 나는 절대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 마음

by 강소정 에디터
2026.10.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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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하루만 더 살아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 사소한 것들에 쉽게 상처받고, 다투고, 철 없는 내 행동들을 인지하지 못했던 날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이 찬란했던 시절.

       

      지난 주말,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이박스에서 알림이 왔다. 바탕화면 상단에 뜬 'N년 전 오늘의 추억'이라고 적힌 알림창을 누르니, 잊고 있던 그날의 내 모습이 나왔다.

       

      지금과는 다르게 한없이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문득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훅 밀려왔다. 그날 밤 내 몸은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을만큼 지쳐 있었지만, 마이박스가 찾아다 준 6년 전 사진을 보며 나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모든 게 서툴고 어렵던 시절이 나는 왜 그토록 부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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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을 사랑했던 열아홉 여고생


       

      매일 아침 학교에 가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체육복 갈아입기'였다. 평소 자존감이 낮아 매 순간 위축되어 있던 나였지만, 체육복만 입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열아홉 살의 나에게 체육복은 그 어떤 화살도 막아낼 수 있을 듯한 갑옷 같았다.

       

      6년 전 사진 속 내 모습 역시 대부분 학교 로고가 박힌 체육복 차림이었고, 가장 밝게 웃고 있는 순간에 찍힌 배경도 체육관이었다. 그 사진들을 한 장씩 넘기다 보니, 어쩌면 내 생각보다 몇 배는 더 그 분야를 사랑했던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체육은 좋으니까.

       

      체대만 합격하면 앞으로 남은 모든 날들이 걱정과 불안없이 행복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20대의 나를 기다리는 건 또 다른 걱정과 불안일 거란 걸,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더 크게 웃어볼걸. 심심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때문에 한참 동안 체육복을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내 사진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같은 목표를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매일 밤 입시 걱정에 밤잠 설쳤던 고등학교 3학년, 그토록 불안정했어도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다.

       

      그건 아마 그려지지 않는 미래보다 더 가까이에, 나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입시 학원에서 들었던 묵직한 고민과 걱정도 다음 날 학교에 가면 물 먹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 순간이 영원할 줄만 알았다.

       

      어느 날, 친구가 고등학생 때 철없던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지우고 싶었던 적은 없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전했다. 나는 너 덕분에 그 시절을 살았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여러 경험을 하고 낯선 환경에 놓이다 보면 각자의 목표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목표가 타인과 같을 수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룩백>을 보고서도 그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라는 공간은 어쩌면, 기적같은 일들이 매일 일상처럼 일어나던 곳이 아니었을까. 대학 합격이라는 (그때만의) 커다란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곳. 나는 그곳에서 가장 순수하게 웃었다.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무얼 위해 살고 있나. 행복? 돈? 명예? 돈과 명예는 확실히 아닌 것 같으니, 일단 행복을 위해 산다고 하자. 행복은 노력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딱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만 인정되는 말인 것 같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입시 스트레스, 부모님의 잔소리, 선생님의 통제에도 열아홉의 나는 행복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어도, 학교만 가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 시절의 나에게 '순수함'이라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인이 된 지금은 시간을 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사람을 만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새로운 배움을 찾는 행위들.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을 산 지 스물하고도 다섯 해 더 지난 시점에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행복은 '순수함'이다. 그 순간의 나는 절대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 마음. 어쩌면 지금의 나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시절의 순수함이 부럽다. 언젠가 스물 다섯의 내가 부러워지는 날이 올까. 부디 그러기를 바라며 내일을 위해 이만 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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