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마샤 브라운의 그림책 『돌멩이 수프』에서 출발해, 공동체를 만드는 사물의 역할과 함께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본다.
솥에 돌멩이를 넣고 수프를 끓인다면 어떤 맛이 날까. 돌은 먹을 수 없고 특별한 향을 내지도 않는다. 당근이나 고기처럼 음식의 맛을 더하는 재료도 아니다. 그런데 마샤 브라운의 그림책 『돌멩이 수프』에서는 돌멩이로 수프를 끓이고, 그 일이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로 이어진다. 맛을 낼 수 없는 사물이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한 끼 식사를 넘어선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야기 속 군인 세 명은 전쟁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마을에 도착한다. 굶주린 군인들이 먹을 것을 청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흉년을 이유로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군인들은 물러서는 대신 돌멩이 수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마을 광장에 솥을 걸고 돌을 넣자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모여든다. 군인들이 당근과 고기 같은 재료를 언급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감추어 두었던 것들을 가져온다. 그렇게 시작된 수프는 모두가 나누어 먹는 요리가 된다.
이 이야기는 흔히 지혜로운 군인들이 인색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나눔을 이끌어 내는 우화로 읽힌다. 그러나 군인들의 기지와 사람들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수프의 재료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정작 음식의 맛을 내지 않는 돌멩이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군인들이 처음부터 고기 한 덩이를 솥에 넣었다면 어땠을까. 수프는 그들이 가져온 재료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마을 사람들은 완성된 음식을 나누어 받는 위치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멩이로 시작한 수프에는 다른 재료가 들어올 자리가 남아 있다. 돌멩이만으로는 식사가 될 수 없기에 누군가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 빈자리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몫을 보탤 기회가 된다. 돌멩이는 무언가를 직접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어놓을 명분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돌멩이는 단순한 속임수이자 군인들의 전략에 불과할까. 군인들은 돌멩이를 매개로 수프를 만들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 과정에 참여하며 음식의 일부를 완성한다. 누군가에게 가진 것을 빼앗기는 상황과 스스로 무언가를 보태는 상황은 다르다. 돌멩이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바꾸었다기보다, 그들이 자신의 것을 내놓는 행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감추어 두었던 재료는 누군가에게 빼앗긴 몫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음식의 일부가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군인들이 돌멩이를 구해 달라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흔한 돌을 두 손으로 품에 안고 가져온다. 글에서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돌로 묘사되지만, 그림 속 사람들은 마치 귀한 물건을 옮기듯 조심스럽게 다룬다. 돌멩이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다. 길가에 놓여 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하던 사물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이끄는 대상으로 바뀐다.
돌멩이는 솥 안에 들어간 뒤 그림에서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수프를 ‘돌멩이 수프’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각자의 재료를 보태 음식을 완성하지만, 그 음식의 이름에는 처음부터 솥 안에 있던 돌멩이가 남아 있다. 수프를 이루는 것은 당근과 고기, 그 밖의 재료들이지만, 그것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출발점은 여전히 돌멩이인 셈이다. 완성된 결과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요소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중요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완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과를 이루는 재료와 노력만으로는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 먼저 꺼낸 질문이나 사람들이 둘러앉을 수 있었던 자리, 각자의 몫을 보탤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계기가 공동의 작업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은 결과물의 일부로 눈에 띄게 남지 않을 수 있지만, 서로 다른 행위가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물론 돌멩이만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돌멩이는 재료를 모으지도, 불을 지피지도, 수프를 완성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음식의 맛을 만든 것은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재료이며, 군인들은 수프를 만들자는 제안과 그 과정을 이끌었다. 어느 한쪽의 역할만으로는 잔치가 성립하지 않는다. 돌멩이의 의미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의 제안과 마을 사람들의 참여가 하나의 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돌멩이는 무엇을 끓였는가. 수프의 맛은 사람들이 만들었지만, 돌멩이는 서로를 경계하던 이들을 한 솥 앞에 모았다. 먹을 수 없다는 한계는 다른 재료가 들어올 자리가 되었고, 어디에나 있다는 평범함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끝내 녹지 않은 돌멩이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음식에 이름을 남겼다. 돌멩이가 끓인 것은 음식이 아니라, 각자의 행동이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이야기가 끝난 뒤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군인들은 다시 길을 떠난다. 돌멩이는 누군가의 손에 다시 들려 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길가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돌멩이 자체에 특별한 힘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평범한 사물도 사람들의 행위와 관계를 맺으며 이전과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 의미는 사물 안에 처음부터 주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일을 각자의 몫을 보태는 것으로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몫이 모일 수 있는 조건인지도 모른다. 각자의 재료가 한데 모이려면 솥이 필요하고, 서로 다른 행동이 하나의 일로 이어지려면 함께 바라볼 대상이 있어야 한다. 『돌멩이 수프』의 돌멩이는 그 대상이 반드시 특별하거나 유용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가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참여할 자리를 열어 주는가에 있다.
우리가 함께 만든 것을 돌아볼 때, 그 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만큼이나 무엇이 그 시작을 가능하게 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참여자가 같은 것을 내어놓아야만 공동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재료를 가져오고, 누군가는 불을 지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모두가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란 각자의 몫을 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직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은 이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여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