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니 감독의 영화를 보고 아일랜드에 가는 꿈을 꾸곤 했다. 다시보기로 만난 영화 <원스>를 보며 더블린에 가서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에 기타도 배웠다. 기타를 매고 더블린에 가는 상상에 흠뻑 빠지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잠시 그 로망을 접어둔 채 살아가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영화 <비긴어게인>과 <싱 스트리트>를 보며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 시절도 물 흐르듯 지나갔다. 존 카니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음악적 인풋을 채워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감독은 다시 두 음악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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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팝스타를 꿈꿨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더블린에 머무는 주인공 릭. 그는 생계를 위해 웨딩 축가 밴드에서 노래하며 살아간다. 팝스타라는 꿈은 내려놓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음악을 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식에서 떠오르는 스타 대니를 만난다. 함께 축가를 부른 것을 계기로 술을 마시고 연주를 나누며 서로의 미완성 곡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날 릭은 자신이 발표하지 않은 곡을 대니에게 들려준다.
곡의 제목은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
몇 달 뒤, 릭은 어디선가 낯익은 멜로디를 듣는다. 자신의 미발표 곡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대니가 그 곡을 자신의 노래인 것처럼 발표한 사실을 알게 된 릭은 가족과 밴드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한다. 결국 릭은 직접 대니를 만나기 위해 LA로 향한다.
대니 역시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획사의 요구를 맞춰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릭의 곡으로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대니에게 음악적 성취와 대중의 인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듯하다.
릭이 대니를 찾아 나선 이유는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딸을 위해 만든 노래가 연인과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으로 바뀌고, 대니가 자신의 노래인 것처럼 부르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릭에게 그 노래는 딸을 향한 마음과 자신이 선택한 삶이 담긴 곡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노래였기에, 그 곡을 되찾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대니는 대성공을 거두지만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고, 음악에 대한 자긍심마저 잃어간다. 반면 곡을 써야 할 이유 자체를 잃어버릴 뻔했던 릭은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다시 돌아본다. 대니가 성공을 위해 노래했다면, 릭에게 노래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하는가. 누군가에게 음악은 생계를 위한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거나 함께한 시간을 남기는 방식일 수 있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성과를 바라는 건 과연 욕심일까.
곡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이 시렸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만으로 세상을 가진 듯한 짜릿함에서 시작된 낭만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공부하고 곡을 써 왔지만, 그 시간에 걸맞은 성과를 이루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내가 쏟아온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마음도 있다. 두 마음 사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 릭은 아일랜드로 돌아와 웨딩홀에서 결혼하는 부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요청한 곡은 대니가 자신의 노래인 것처럼 발표해 성공을 거둔 바로 그 노래다. 영화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부부와 수많은 관객 앞에서 같은 곡을 부르는 대니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한 곡을 둘러싼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서로 다른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대니는 대단한 무대에서 노래하지만, 릭은 여전히 작은 무대에서 노래한다. 그에게는 자신의 꿈을 응원하는 가족과 곁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다. 무엇보다 릭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담은 노래를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부르고 있다. 릭은 팝스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가족을 선택한 삶과 음악을 향한 열망을 함께 품은 채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음악을 만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