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야만은 어디에 있는가 [문학]

존 쿳시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고
글 입력 2022.08.0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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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가 들린다. 정신은 깨어났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눈을 어렴풋이 뜨면 아침 햇살이 얼굴을 어루만진다. 방은 고요하다. 당신은 핸드폰을 들어 잔잔한 노래 한 곡을 튼다. 노래가 흘러나오면 당신은 기지개를 펴는 척하다가 이불을 머리까지 올려 덮는다. 아무도 당신을 깨우지 않는다. 아침의 평화가 방안에 가득하다.


대부분의 인생은 전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분투하며 산다. 이런 삶에서 평화는 아주 중요하다. 평화는 아주 가끔 우리를 찾아온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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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는 평화로운 제국의 변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제국의 변방은 평화롭지만 언제든 야만인이 쳐들어올 수 있다. 제국의 주적은 야만인이다. 변방에는 야만인들이 제국인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에 대한 소문이 떠돈다. 제국의 군인들은 그들만 없어지면 변방에는 평화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야만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군인들이 말하는 야만인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확물을 교환하러 가끔 변방에 온다. 이들의 방문을 침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들이 지키는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미개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제국이 야만인이라고 이름 붙인 이들은 야만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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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국에게는 야만인이 필요하다. 야만인이 있어야 전쟁을 할 수 있고 제국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제국의 호흡이다.

  

적이 필요해서 제국은 야만인을 만든다. 평범한 어부들에게 야만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붙이자마자 그들은 야만인이 된다.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제국은 자신들이 절대적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아이에게 폭력.jpg

 

 

야만인이 생기자마자 제국은 폭력을 시작한다. 야만인들을 소탕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고, 야만인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때리고 고문하기 시작한다.

 

야만인이라는 명명부터 끔찍한 고문까지, 제국은 끔찍한 폭력을 가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변방의 치안판사인 ‘나’도 야만인과 한 패로 간주되어 판사 자리를 상실하고 고문을 당한다.

 

 

폭력을 가하고도 멀쩡하오.jpg

 

 

사람들을 때리고, 고문하고, 때로는 죽이기도 하는 제국의 행태가 오히려 야만에 가깝지 않은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평범한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우기는 제국의 고집은 아빠 더러 말이 되라고 하는 아이들의 고집과 닮았다. 사람들을 잡아들여 때리고 괴롭히는 제국의 무력은 철없는 양아치의 힘자랑과 닮았다. 하물며 제국이 사용하는 ‘야만인’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야만인’이라는 단어 속에는 타인은 미개하고, 자신은 우월하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얄팍한 무지가 들어 있다.

 

제국은 이렇게도 철이 없고 안일하다.

 

 

제국은 파국을 만든다.jpg

 

 

<야만인을 기다리며>라는 소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야만인은 오지 않는다.

 

야만인을 소탕하기 위해 보냈던 군대는 야만인과 맞닥뜨리지도 못한 채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돌아온다. 군인들은 야만인들의 무리를 찾았으나 그들은 잡힐 만 하면 다시 멀어지며 군대를 농락했다고 진술한다.


야만인은 제국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그러므로 군인들이 못 잡은 것은 당연하다. 제국은 다시 그들을 찾아 여기저기를 쑥대밭으로 만들겠지만 야만인들은 오지 않는다. 제국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야만인이 오지 않는 이유는 진짜 야만이 제국 속에 있기 때문이다.

 

 

[권명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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