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이렇구나

점점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다
글 입력 2024.01.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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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을 지나 2024년 1월 1일이 되었다.


매년 겪는 당연한 시간, 순간이지만 이번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2024년은 나의 첫 자취가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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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무계획


 

1월 1일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이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솟는 마법 같은 날이다. 오래가지도 않을 계획들을 다이어리에 적어가며 혼자서 다짐하는, 설렘 가득한 다이어리 첫 장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적었던 목표들을 떠올려보면 내용들이 참 귀엽기도 하고 소박하지만 가장 어렵기도 했다. ‘매일 예습하고 복습하기’, ‘매일 다이어리에 한 줄이라도 기록하기’, ‘매일 운동하기’처럼 말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매일”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부터 이미 잘못 설정되었었네. 습관의 간격을 좀 더 여유 있게 잡을 걸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튼 과거는 흘려보내고, 다시 2024년의 나에 대해 말해보겠다. 올해 시작은 다이어리 작성이 아니었다. 굳이 목표들을 일일이 작성 안 해도 내 마음가짐은 굳건했고, 오히려 무계획이 주는 자유로움에 맡기고 싶었다. 그렇게 연초의 나는 연말의 내가 했던 것처럼 자취방에 갈 물건 정리와 필요한 물품 구매, 인테리어 구상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부지런하구나


 

매일매일 등교해야 하는 생활로부터 해방된 이후, 잃어버린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부지런한 생활 패턴’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늦잠이라는 자유가 생겼지만 그만큼 나의 하루는 짧아지고 있었다. 오늘 일찍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매일 하면서.


아무도 안 믿겠지만, 이렇게 몇 년간 안 고쳐지던 이 생활 패턴이 올해, 갑자기, 이상하게도 고쳐졌다. 그것도 자취 첫날부터.


그리고 남향과 채광의 힘을 올해부터 믿기 시작했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창문으로 느끼다보니 저절로 아침 7시 30분에서 8시가 되면 눈을 뜨게 된다. 일찍 일어나니까 스스로가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그 기분에 힘입어 청소를 바로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저절로 배고파져 아침밥을 해먹고 있다.


자취하기 전 가장 먼저 들었던 걱정은 ‘알람을 잘 들을 수 있을까’, ‘밥은 안 해먹고 매일 배달만 시키면 어떡하지’, ‘깨끗하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였는데, 일찍 눈이 떠지는 순간 그 걱정들은 필요 없어졌다.

 

 


나는 이런 규칙이 있구나


 

혼자 살면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는 자취 선배님들의 말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 해야 할 일, 나도 모르게 하는 습관들과는 별개로, 나만의 ‘규칙’이 생겨났고 스스로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양의 음식은 소분해먹기, 밥 먹고 바로 설거지하기, 물건을 쓰고 난 뒤 제자리에 놓기 등이 있겠다. 본가에서는 절대 지켜지지 않았던 일들이 어느새 스스로의 약속이 되었다. 특히 제자리에 물건 놓기는 정말 안 지켜지곤 했는데, 찾고자 하는 물건이 어디 갔는지 헤맬 미래의 나를 위해서 참 좋은 규칙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규칙은 딱 손에 꼽을 정도로만 유지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 규칙을 세워놓으면 스스로가 질릴 것 같고,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앞서 말한 정도의 일들만 잘 유지해나간다면, 그래도 나름 청결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소소한 규칙들이 어느새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길 하는 바람이다.

 

 


또 다른 성장


 

지금까지 가족들과 살면서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채워갔다면, 자취하는 현재의 나는 채워짐 속에 남은 빈틈을 메우고 가꾸는 과정인 것 같다. 자취란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만큼 자유로우면서도,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기에 엄격함도 존재한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취방에 놀러 오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떳떳해지기 위해, 나에 대해 많이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은 건 뭔지, 어떤 동선이 효율적인지 분석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올해를 무계획으로 시작한 만큼, 현실 속에서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당장 지킬 수 있는 것들로 채워나가고 있다. 아직 1월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겠지만, 혼자 부딪히고 해결해보면서 더 강한 나로 성장해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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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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