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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소년성과 젠더리스 사이 엔하이픈 [문화 전반]

다채로운 실루엣 속 변하지 않는 소년성

by 최현진 에디터
2026.10.1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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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하이픈에겐 다크문이라는 뱀파이어 세계관이 존재한다. 네이버 웹툰 "달의 제단"편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나온다. 그때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캐릭터들이 입은 교복이었고, 교복도 정장이라는 큰 틀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다크문 스페셜 스테이지 무대 이후로, 엔하이픈은 현대 남성복 틀에서 살짝 벗어난 디테일을 통해 ‘정장’의 개념을 새롭게 보여주었다. 정장 하면 ‘남성성’이 떠오르지만, 그들에게서는 ‘젠더리스’와 ‘소년성’이 동시에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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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HYPEN〈다크문〉스페셜 스테이지(2023.09.28)

       

       

       

      1. 소년성의 첫 변주



      본격적으로 엔하이픈의 젠더리스 룩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엔하이픈은 2021년, 단체로 미식 축구복 위에 랩스커트를 두른 무대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때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강조되어 개인의 개성을 느끼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미식 축구복의 형태를 빌려 멤버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소년성을 살려 낼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에 비주얼 디렉터와 스타일리스트는 이전보다 훨씬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었다.


      2023년 6월 11일, '위버스 페스티벌' 무대에서 희승·성훈·정원의 하의 실루엣을 보면 모두 스커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착장 중에서도 이 무대 의상이 가장 인상 깊었다. 팀에서 키가 크기로 유명한 희승과 성훈에게는 롱 플리츠 스커트를, 리더 정원에게는 미디 길이의 플리츠 스커트를 입힌 선택이 놀라웠다. 니키의 반바지 스타일링을 통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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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HYPEN—Weverse Con Festival(2023.06.11)

       

       

       

      2. 오피스룩의 새로운 얼굴 



      엔하이픈은 2024년 11월에 발표한 "ROMANCE: UNTOLD daydream"의 타이틀 "No Doubt" 활동을 통해 ‘정장’의 틀에서 벗어났다. 내가 생각한 정장의 모습은 경직되어 있고, 직군과 권력을 드러낸다. 반면 그들은 근본적인 슈트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벨트로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를 두른 리폼된 슈트를 착용해 오피스룩의 신세계를 영상 안에 녹여냈다.

       


      ©뮤직뱅크 (2024.11.15)

       

       

      최근 많은 남자 아이돌들이 젠더리스 룩에 도전한다. 반면 엔하이픈이 보여주는 젠더리스는 의상과 액세서리의 디테일이 만들어 내는 미묘한 차이다. 바지와 스커트가 하나인 것처럼 설계했다. 멤버마다 스커트 기장은 다르지만, 상의·하의 톤이 통일되어 있고, 스커트가 젠더 코드로 읽히지 않은 것은 톤을 맞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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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의상이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정원·희승·니키의 젠더 오피스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니키의 착장은 흔히 알고 있는 ‘젠더리스=스커트’라는 틀을 벗어났다. 박시한 재킷과 하의 양쪽에 더해진 천 디테일은 익숙한 정장의 실루엣을 낯설게 변형했다.

       

       

       

      3. 한국적 아름다움 위에 피어난 무대의상


      민화풍 호랑이 그림.jpg


      〈Bad Desire (With or Without You)〉활동 중 경복궁 U&I 무대를 통해 한복의 구조를 빌려 온 의상을 선보였다. 의상은 르쥬(LEJE)가 제작했다. 르쥬는 왕실 의례 기록과 민화에서 영감받았고, 은실로 수놓은 자수와 자개 장식을 통해 호랑이를 표현한 것이라 소개했다.


      무대의상은 몸 선을 따라 흐르는 시스루를 중심으로 상체에 두른 띠와 치마 실루엣이 겹친 구조였다. 팔 부분은 벨벳처럼 보이는 소재로 소매를 봉인하듯 마감했다. 의상에 끈은 전반적으로 사용됐지만 멤버마다 다르게 배치됐다. 어떤 멤버에게는 움직임에 따라 흘러내리듯 길게 연출하고 다른 멤버에게는 옷의 구조를 고정하는 장치처럼 사용됐다.


      이때 의상을 보고서 이미 알던 남성 한복에서 벗어나서 놀란 기억이 있다. 과거엔 화려한 실루엣이 존재했을 수 있지만, 현대에서 다시 보게 될 거란 생각은 못 했기 때문이다. 내 눈엔 이 의상도 젠더리스로 읽혔다.



      ©Kpop snacK 직캠 (2025.10.28)

       

       

       

      4. 변하지 않는 것


       

      무대의상마다 실루엣, 소재, 컬러는 달라져도 하의랑 덧댄 것이 하나처럼 보이는 원칙은 그대로였다. 초반엔 소수의 멤버가 입었다면, 이후에는 모두가 입기도 했다. 내 눈에 그들이 소년처럼 보인 이유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과시는 큰 몸, 딱 붙는 핏, 민소매처럼 몸을 드러내고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그들은 노출과 밀착 대신 구조와 레이어를 통해 풀어냈다. 엔하이픈은 정장을 통해 충분히 소년성과 젠더리스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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