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참 아름다워요 [영화]

글 입력 2023.12.15 11: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꼭 마음에 와닿는 장면이 있다.

 

감정의 호수에 돌을 던지듯, 무언가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장면은 그 울렁임을 기억해 삶의 중간에 문득문득 끄집어낸다. 그래서 다시 그 영화를 보게끔, 나를 스크린 앞으로 이끈다.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장면이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과는 달리, 참 신기하게도 나의 마음은 금세 달아오른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을 고르라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패트릭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캣에게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을 꼽겠다.

 

 

스크린샷 2023-12-15 오전 11.43.16.png

 

스크린샷 2023-12-15 오전 11.45.00.png

 

 

마이크가 세팅되고,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축구하던 캣과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이 소리의 근원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그때 패트릭이 봉을 타고 내려오며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사랑이 찾아왔고"라는 가사와 함께 그가 캣에게 도착한다. 휘적휘적 걸어다니는 어설픈 몸동작과 집중할 때 미간에 살짝 잡히는 주름, 장난기 넘치는 눈웃음, 하지만 사뭇 진지한 눈빛.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이다. 소년의 세레나데에, 부쩍 상기된 소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평소라면 이런 이벤트를 낯 뜨거워할 패트릭이다. 하지만, 화가 난 캣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창피함을 감수하고, 많은 학생 앞에서 노래하는 그의 용기는 관객들에게 설렘을 전한다.

 

사실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패트릭이 캣과 데이트를 성사시켰을 때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아들이고 시작되었다. 그래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아무리 나중에 진짜로 사랑에 빠졌다하더라도, 한 때 의도적으로 접근한 패트릭을 다시 받아준 캣이 이해가 잘가지않았다.

 

하지만, 몇 번 더 영화를 보다보니 패트릭이 자기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조차, 캣에게 호감을 느끼고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캣도 분명 그것을 느꼈고, 패트릭을 미워하고 싶었지만, 그의 마음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았기에, 그리고 이미 그녀의 마음도 같이 무르익어 왔기에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캣이 이런 자신의 마음을 담아 쓴 자작시를 발표하는 명장면은 이 영화의 제목이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인 까닭를 설명해준다.

 

후에 패트릭은 말했다. “어떤 멍청이가 이렇게 멋진 널 만나라고 돈을 주더라고.” 원래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둘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알아갔고, 사랑을 했다.

 

주인공 커플의 사랑 얘기 외에도 이 영화에는 어떤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동생이 사람에게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는 언니의 사랑, 엄하지만 사실 딸들이 커가는 것이 두려웠던 아버지의 사랑,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 나만의 밴드를 만들고 싶은 꿈, 그런 마음을 하나하나 내비칠 때마다 그들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맞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이런 거였지. 참 사랑스럽다.

 

그 반짝거림이 주는 여운을 가득 안고서 노트북 전원을 끄자 까만 모니터 너머로 같은 눈을 한 사람이 보였다.

 

누가 봐도 정말 행복해 보이는.

 

 


원정민 명함.jpg

 

 

[원정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