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사람들과 함께 들으며 걷고 싶은 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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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말 내 품 속에서 강아지가 떠났다.
강아지는 전날부터 포효하듯 끊임없이 울었다. 그 즈음 울고 보채는 간격이 늘었다. 나는 행여 이웃에게 강아지 울음소리가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심장박동 수가 작아지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많게는 일주일에 세 네 번 동물 병원에 마지막 진료를 보러 갔었다. 강아지를 떠나보낸 후 수의사 선생님께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엄마에게 처음과 끝맺음에 대해, 고마운 사람에게 인사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쿠키를 사들고 카페에 앉아 편지지에 글을 한자 한자 써 내려갔다.
카페에서 가수 백예린 버전의 산책이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노래를 몰랐는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검색을 해봤다. 대부분의 노래는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인데 자꾸 떠나보낸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흘러나온 눈물을 억지로 눌러 담으며 적었다. 한동안 산책이란 노래를 계속 무한 재생하여 들었다. 백예린의 몽환적인 목소리도 좋지만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무지개 너머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너머에 있는 엄마랑 외할머니도 함께.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보고 싶어지네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 백예린, 원곡 소히 산책 중 일부
알고 보니 산책의 원곡자는 소히라는 가수라고 한다. EBS space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병상에 있던 시절 아빠와의 산책을 상상하며 쓴 가사라고 한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소중해 가사를 음미하게 되고, 그리움이 느껴졌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을까.
원곡 백예린의 노래가 맑고 청아하다면 소히의 산책은 목소리에 그리움이 짙게 묻어있다.
우리는 산책을 하면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생각을 잊게 된다. 어려운 말일 수도 있지만 잠시 힘든 일상을 내려놓으며 걷기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바빠서 생각 못 했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강아지가 없는 밤, 산책을 유난히 좋아했는데 많이 데리고 나가주지 못해서 미안한 밤, 좁은 거리를 함께 걷던 그 온기를 떠올려본다.
[최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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