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모두를 위로하는 살풀이, 웹툰작가 힙합신선의 세계

상처를 소독하는 웹툰 작가 힙합신선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6.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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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상처를 소독하는 웹툰 작가 힙합신선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썩은 핑크의 법칙>을 완결 짓고, 타 사이트에서도 개인 단편 만화를 그리며 활동하고 있는 힙합신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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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께서 언론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아요. 비슷한 전공자로서 반가운데, 웹툰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맞아요. 정식 명칭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나왔습니다. 원래 제가 꿈꾸었던 일은 지금 기자님이 하고 계시는 일이었어요. PD와 기자, 즉 넓은 분야로 말하자면 방송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며 그 분야가 저와는 맞지 않는 업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저희 학과 특성상 팀 프로젝트가 많은데, 저는 팀 프로젝트를 할 때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할 때 능률이 더 올라가는 편이었거든요. ‘나라는 사람은 혼자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대학교 3학년 때쯤 깨닫게 되었죠.

 

하지만 방송업계의 특성상 협업이 불가피해요.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해 내야 하는 것이니까요.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나니 저에게는 그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어요. 그리고 천직이 오타쿠죠. 하하. 만화 보는 것을 꾸준히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태블릿을 사용하는 법은 알고 있으니까 이러한 점을 살려보자는 마음에 웹툰 공모전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다면 그때까지 만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하셨던 걸까요? 아니면 취미로 만화 등을 공부하셨던 적도 있으신 걸까요?

 

아뇨, 좋아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공부하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학창 시절 미술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들께서 항상 ‘너는 스케치는 잘 하는데 물감이나 색을 얹으면 그림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아, 나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재능은 없구나, 타고난 센스는 없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죠.

 

자기 자신에게 '그림을 못그린다'고 낙인을 찍고 나니, 그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 들지 못했어요. 만화를 하겠다고 결심을 한 이후 학원을 등록하거나 전문 지식을 익혔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게 한다면 제가 못한다는 사실만을 직시할 것만 같아서 저의 실력을 마주 보기가 두려웠던 거죠.

 

 

- 정말 대단하세요. 사전 지식도 없고, 오히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심에도 불구하고 웹툰 업계로 뛰어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웹툰 업계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웹툰 시장의 정세나, 이 업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었다면 그렇게 무작정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전반적으로 현재 대한민국 웹툰 시장의 만화 퀄리티는 굉장히 상향평준화되어 있고, 개인 작가님들도 기본적으로 어시스턴트 3~4명과 함께 하는 것이 요즘의 보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업계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에 오히려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첫 작품  < S 탐정 앙드레 >를 제작하게 되셨죠.

 

맞아요. < S 탐정 앙드레 >는 제가 만화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기 위해 그린 작품이에요. 저 스스로 제가 만화를 그려볼 수 있을지에 대해 시험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작품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그 만화를 완결 낸 후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화를 그려도 최소한 완결은 낼 수 있구나, 자기 확신을 하고 나니 네이버 공모전에 저의 작품을 낼 용기가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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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탐정 앙드레

 

 

- 작가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셨던 말 중, ‘저는 만화 또한 '프레임'의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칸에 담긴 그림과 대사에는 분명 독자를 겨냥한 '설득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표준화된 정답이라 강요하지 않도록 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요.’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만화는 어떠한 콘텐츠인지, 어떠한 프레임 예술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하하. 말 그대로 프레임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만화는 굉장히 제한적인 동시에 굉장히 드넓은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프레임이라는 것은 작가가 어떤 사이즈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칸 전체를 꽉 채울 수도 있고, 손톱만 한 사이즈로 만들어 그 안에 모든 메시지를 다 담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만화가 굉장히 한정적인 동시에 무한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프레임을 설계하는 데에 자신이 없으면 프레임을 조그맣게 시작하면 되는 거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아예 프레임 없이 작품을 진행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만화는 작가 본인의 개성이 정말 쉽고 빠르게 드러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의 낯선 대학생활을 위하여, <썩은 핑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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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핑크의 법칙

 

 

- <썩은 핑크의 법칙>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썩은 핑크의 법칙>은 어떤 작품일까요?

 

정석적인 대답을 드리자면, <썩은 핑크의 법칙>은 저의 첫 상업 데뷔작입니다. 하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말씀을 드리자면, <썩은 핑크의 법칙>은 저의 대학 시절 살풀이를 위한 작품이에요. ‘살풀이’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단어임과 동시에 제가 만화를 그리는 근본적인 목적이거든요. 무속인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 있었던 존재의 넋을 기리는 행위를 살풀이라고 칭하잖아요. 저에게는 <썩은 핑크의 법칙>이 살풀이였죠.

 

저는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나름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때 겪었던 상처가 그 당시만큼 지금의 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그때의 아픔이 마음속에 항상 남아 있었어요. 그 당시 제가 처음 인간관계를 겪으며 느꼈던 모종의 수치심과 자격지심, 박탈감 등은 제 안에 계속해서 쌓여있는 상태였죠. 그래서 이것을 언젠가는 해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해소해야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화로 그려 공모전에 제출해야겠다는 마음에 준비한 작품입니다.

 

 

- <썩은 핑크의 법칙>에는 굉장히 다양한 가정사와 상처가 나오죠. 살풀이라고 말씀해 주시니 만화 속 에피소드들이 작가님께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인지도 궁금한데.

 

아예 안 섞여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을 해드리자면 25% 정도가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만화 안에 25% 정도 조각조각 나눠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통해 표현했어요.

 

 

- 그렇다면 나머지 75%는 어떻게 영감을 얻고 구성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MBTI 중에서도 정말 타고난 N이에요. 그래서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죠. 예를 들어, 샤워하면서 갑자기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가정하고 나의 행동 강령 같은 것을 1부터 10까지 세세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하하하.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내가 만약 지금의 환경이 아닌 또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면 어떤 형태의 어른이 되었을지에 대한 생각도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의 머릿속에는 제가 겪어본 적 없는 데이터에 대한 시뮬레이션들이 몇 가지 있죠. 그런 것들을 끌어와서 사용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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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은 핑크의 법칙

 

 

- 작품은 독자들에게 보이는 작품이고, <썩은 핑크의 법칙>은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나 학창 시절,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 등을 갖게 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친구들, 지인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봐요. 물론 저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똑같은 가정사, 똑같은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동일한 환경 아래에서 있었던 친구들에게는 어떠한 공통된 정서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와 친한 친구들 중 만화 속에 나오는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가서 물어보는 편이에요. ‘이런 가정 환경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이러한 사고방식과 생각을 통해 이런 행동과 대사를 한다고 구상 중인데, 이것이 혹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고맙게도 친구들에게 컨펌을 받는 편입니다.


 

- 그렇다면 <썩은 핑크의 법칙>을 그리면서 어려웠던 부분도 있을까요?

 

저는 항상 작화가 어려웠어요.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워낙 많은 웹툰들이 고퀄리티로 나오고 있고, 그러한 작품들의 작화에 비해서는 제 작화가 평범하고 무난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 최소한 뼈대만큼은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다른 동료 작가님들 중에는 콘티 없이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많고, 그분들은 그렇게 그리셔도 작화가 정말 멋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는 순간 그림이 무너지거든요. 하하. 그래서 저는 콘티를 짤 때도 1차 콘티와 2차 콘티로 나눠서 두 번 정도 그리며 꾸준히 작화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 가장 재미있던 순간은 어떤 때였을까요?

 

저는 표정 묘사할 때를 좋아해요. 그런데 사랑에 빠진 모습, 설레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사실 재미가 없어요. 하하. 그런 표정들을 그릴 때는 제가 무표정이 되어 그리죠. 궁지에 몰린 캐릭터의 표정이나, 다른 이들은 다 기뻐하는 순간에 홀로 궁지에 몰린 캐릭터의 표정들 등을 묘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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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핑크의 법칙

 

 

- 그렇다면 표정 묘사를 위해 노력하신 부분도 있으실까요?

 

제가 출판 만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출판 만화를 볼 때 클로즈업 신을 자세히 보죠. 작가님들마다 같은 감정 상태라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떤 작가님께서는 미간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하신다면 어떤 작가님께서는 하관의 표정 변화에 집중하시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참고하고 공부하는 것 같아요.

 

 

- <썩은 핑크의 법칙>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중 작가님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도 있을까요?

 

굳이 따지자면 원아인 것 같아요. 다른 캐릭터들에게는 제가 8%씩 투영되어 있다면, 원아에게는 15% 정도 투영되어 있거든요. 특히 중고등학생 때 친구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점에서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원아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묘한 눈치 싸움에 참여하며 힘들어했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을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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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핑크의 법칙

 

 

- 가장 마지막으로 연재되었던 외전, 풀잎이와 경섭이의 이야기가 독자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특히 경섭이는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는데, 두 캐릭터와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풀잎이는 얼굴만 보면 굉장히 유복한 집에서 자랐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예요. 그러나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잎이가 굉장히 잘 성장했다고 생각하죠. 풀잎이의 부모님께서는 풀잎이의 꿈이나 진로를 전혀 경제적으로 서포트해 주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타지에서 거주 중이시기에 그 나이대 어린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줘야 하는 최소한의 지원까지 해주지 못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잎이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삶 속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섞일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는 인물로 자라나려면 과연 어떤 존재가 옆에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온 캐릭터가 풀잎이의 형, 경섭이라는 캐릭터예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부모님의 서포트를 받지 못하는 가정 환경에서 나고 자랐을 때 대체적으로 장녀나 장남들이 현실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경섭이를 시니컬한 캐릭터로 설정해서 둘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완결 소감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저는 저의 상업 데뷔작으로 <썩은 핑크의 법칙>을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품이 존재해도 괜찮다’라는 사실을 저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독자님들께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거든요. 작화가 화려하거나 극적인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만화적인 갈등 해소가 들어가는 작품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썩은 핑크의 법칙>을 통해 저의 만화가 충분히 누군가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고, 독자님들께서도 이 만화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받아주셨기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인어공주와 바다마녀의 이야기 <인어공주 XXX>


 

- 작가님의 단편 만화, <인어공주의 XXX>가 포스타입과 X(전 트위터)에서 큰 사랑을 받았죠. 저 또한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인어공주의 XXX>는 어떻게 그리게 된 작품일까요?

 

<썩은 핑크의 법칙>을 작업할 때 제가 항상 노동요를 틀어놔요. 그런데 그 노동요마다 어떤 날은 국내 힙합, 어떤 날은 뮤지컬 노래, 이렇게 매일 테마가 하나씩 있죠.

 

그날은 인어 공주 OST를 들으며 작업하던 날이었어요. < Part of Your World >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죠. 이 노래의 제목이 한국어로는 ‘저곳으로’라고 번역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저곳으로’보다도 훨씬 더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을 해요. 단순히 너에게 가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서 너의 세상에 일부가 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 말이 굉장히 정중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표현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득 노래 가사에 집중을 해서 노래를 듣는데, 묘하게 가사가 슬프게 느껴졌죠. 가사를 듣다보니 <인어공주>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원고 작업을 멈추고 자세히 알아보았어요. <인어공주>의 작가 안데르센이 양성애자였고, 본인의 친구를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작가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노래 의 연결 관계들을 알게 되며 굉장히 감동받았어요.

 

제가 느낀 감동을 다른 분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TV 프로그램 <꼬리가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누군가를 제 앞에 앉혀두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재간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에게는 포스 타입이라는, 저를 지켜봐 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는 저의 독립적인 소통 창구를 갖고 있죠.

 

그래서 이곳의 독자님들께 만이라도, 제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웹툰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제가 느낀 감동을 전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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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공주의 XXX

 

 

- <인어공주의 XXX>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냈죠. 이는 민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이죠.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유독 의견이 분분해요. 상업 작가로서 이러한 주제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을 만화로 표현한다는 사실이 두렵거나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용기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도 SNS를 통해 계속 독자님들의 반응을 살피고, 동료 작가님들과의 소통 창구로도 SNS를 활용하다 보니 X라는 매체 내에서 이야기되는 주제들을 접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기적으로 퀴어 이슈,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슈들을 접하게 되죠. 그래서 저도 걱정과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싶었고, 그렸으니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올렸어요. 제가 그 만화를 그린 목적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작품 인어공주 안에 담긴 함의성에 대한 깨달음을 나누는 것이었거든요. 인어공주라는 작품은 굉장히 대중적이지만, 작가가 어떤 일을 겪어서 나온 작품인지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또한, 두려움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저에게 타격이 크지는 않았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니까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말씀하셨던 것처럼 안데르센은 동성애자였고, 친구를 짝사랑하다가 그 친구가 결혼식에 올렸을 때의 아픔을 인어공주라는 동화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작가님께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작품 안에 표현하신 이유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데르센에게 집중을 한다면 '동성애'라는 키워드 만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인어공주의 XXX>는 트랜스젠더인 바다 마녀의 이야기 비중이 적지 않게 나오죠.

 

저는 바다 마녀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원작에는 바다 마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디즈니판에서는 바다 마녀가 바다 왕의 친척 내지 형제 지간으로 표현되죠. 그런데 디즈니 작품에서도 바다 마녀가 어쩌다 바다 마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어요. 그저 ‘바다 마녀는 바다 왕의 형제이며, 이 사람은 지금 마녀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만이 있죠. 바다 마녀가 바다 왕의 형제였다면 바다 마녀 또한 왕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바다 마녀는 어째서 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왕이 되지 못하고 동떨어져 살고 있을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제가 제 나름대로 살을 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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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공주의 XXX

 

 

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어요. <인어공주>를 활용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었죠.

 

제가 대학교를 다닐 시절 인권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그 당시 퀴어 친구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퀴어 친구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대학교 1학년 1학기 시절 홍보대사 활동을 하며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했는데, 이후 그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그 친구들과 함께 하며 대학 생활의 즐거움을 즐기고 반짝이는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되었죠. 그 친구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저를 대해줬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그 친구들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퀴어에 대한 이야기가 저의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하고, 저 또한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힙합신선의 이모저모 만화 이야기



- 작가님의 작품에 영향을 준 대상이 있다면?

 

아무래도 저의 어린 시절인 것 같아요.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부모님께서는 프리랜서 애니메이터이셨거든요. 어릴 적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봐왔어요.

 

또, 부모님께서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에 비해 자유 시간이 있으신 편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격주 토요일마다 학교를 갔어요. 당시 토요일 수업은 12시에 끝났었는데, 아버지께서 항상 굉장히 옷을 멋지게 입으시고 11시 50분쯤 항상 데리러 와주셨죠.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학교 옆에 있던 도서실에 가서 책을 읽다가 책을 네 다섯 권 정도 빌려서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같이 햄버거를 먹으며 책을 읽었어요.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손잡고 돌아가서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는 생활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6년 내내 했죠. 그때 읽었던 책들, 책을 읽으며 아버지와 함께 나눴던 대화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이후 중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는 동급생들 간의 삐걱거림을 느끼며 또래라고 모두 친구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와의 전쟁을 치렀죠. 하하. 

 

사실 고등학생 때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구성되어 있는 모든 환경들이 저에게 굉장히 폭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오로지 대학 하나만을 위해 저 자신을 소모해야 한다는 현실에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 또한 큰 가르침이었던 것 같아요. 말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나 내가 많이 깎여야 되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입시를 하며 얻었기에 제가 공모전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끄럽지만, 고백을 해보자면 저는 사실 이미 공모전을 두 번 낙방했었어요. 심지어 < S탐정 앙드레 >를 공모전에 낸 적도 있죠. 그런데 공모전에 떨어진 이후, 떨어지기는 했어도 원고는 있으니까 계속 그려봐야겠다는 마음에 베스트 도전에 계속 올리기 시작했던 거였어요.

 

만약 제가 입시를 견디지 않았다면 공모전에서 한두 번 낙방했을 때 만화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았을 것 같아요. 전공도 다른 분야고, 언론방송업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방송국 입사를 준비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며 2년 반 동안 입시를 준비했었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 한 가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몰두했던 경험이 속에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도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기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세 번째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썩은 핑크의 법칙>을 연재하게 되었죠. 힘들기는 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작가님께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지 처음과 지금, 어떻게 변화한 것 같으실까요?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당시의 저는 아기였고, 지금의 저는 어느 정도 사회의 쓴맛을 알아버렸죠. 하하. 저도 모르게 자꾸 독자님들의 반응을 신경 쓰게 되고,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 주실 수 있는 작품을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말하자면 프로 작가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지금의 저에게 < S 탐정 앙드레 > 같은 감성의 만화를 똑같이 네이버 웹툰용으로 그릴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저 스스로는 그 작품을 굉장히 애정하고 있고, 저의 데뷔작이라고 굳건히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마니악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작품이니까요.

 

 

- 작가님의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살풀이라고 생각해요. <썩은 핑크의 법칙>은 제가 대학 생활에서 겪었던 아픔과 저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한 자기반성,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불필요하게 다그치며 생겼던 상처를 소독시키는 작품이었어요. <썩은 핑크의 법칙>이 완결이 났으니, 그 외에도 제가 갖고 있는 다른 종류의 아픔을 성불시키는 과정을 갖고 싶어요. 현재 제가 그려내고 싶은 작품이 적어도 2~3개는 더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들을 전부 무사히 완결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무리 지으며


 

[크기변환]3. 썩은 핑크의 법칙_4.png

 

[크기변환]3. 썩은 핑크의 법칙_5.png

* 썩은 핑크의 법칙

 

 

- 작가님께서는 어떤 만화가로 기억되고 싶으실까요?

 

저는 지각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하. 항상, 똑같은 요일, 똑같은 시간이 되었을 때 제 만화가 늘 변함없이 업로드되어 있다는 믿음을 독자님들께 항상 드리고 싶습니다.

 

 

- 많은 분들이 작가님의 만화를 읽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세요. 저또한 작가님의 작품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봐주시는 독자님들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제가 살아오며 겪었던 부당한 일들이 정말 의미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있어요. 만약 지금까지 제가 겪은 일들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생각하면 제가 저의 삶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에도 의미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싶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화를 그리고, 원고료를 받으면 ‘내가 밥을 벌어먹기 위해 그런 부당한 일들을 겪었구나’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저의 만화가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이상을 넘어서 저의 만화를 보고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시고 위로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을 보며 굉장히 기뻤어요. 저의 만화가 독자님들께 위로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스스로도 치유되죠. 제 만화를 통해 위로를 느끼셨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시는 것을 보며 ‘만화 그리길 잘했다’는 마음을 넘어서서 ‘나는 만화를 그리려고 태어났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정말, 항상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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