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투어처럼,

글 입력 2024.05.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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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 성큼 찾아왔다. 반짝이는 강물의 윤슬과 노을을 빌미로 언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20년 겨울, 나는 물고기 '베타' 두 마리를 데려왔다. 그해 겨울은 나에게 무척 외로운 겨울이었고, 알게 모르게 심적으로 움츠러든 시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로 대부분의 생활을 집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생체리듬은 무너졌고, 그로 인해 블라인드를 올린 적 없는 어두운 방 안에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보내곤 했다. 곧 닥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의 갈피를 못 잡기도 하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내가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는 걸 인지 못한 채 유수처럼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


당시는 한창 ‘물멍’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유튜브 시청이 낙이었던 내게 알고리즘을 타고 헤엄쳐 온 화려한 물고기 '베타'. 이후 나는 베타 물고기를 키우겠다 마음먹었다. 합사 하지 못하는 '투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개별 어항에 한 마리만 단독으로 키워야 하는 베타. 합사가 가능한 아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역싸움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안전을 위해 분리해야 한다. 이러한 베타는 어둑한 방 안에서 바깥세상과 단절하듯 지내는 내게 어떠한 질책도, 동정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너는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라고 얘기해 줄 뿐이었다.


베타라는 낯선 어종을 키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거쳤고, 나는 그 과정에서 베타를 키우리라는 목적이 있었기에 자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하프문 베타 ‘아쿠’와 ‘아리’를 데려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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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쿠 - (오른쪽) 아리

 

 

이 아이들이 투어라는 점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아름답게 나풀거리는 지느러미는 ‘플레어링’이라는 것을 통해 작은 몸을 키우는데, 아무래도 아가미가 확 벌어지는 모습 때문에 '플레어링'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플레어링'은 베타에게 있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종족을 마주하게 되면 몸을 부풀려 위협하는데, 이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하는 경우도 있고, 볼펜이나 면봉, 손가락 같은 것만 대도 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나는 플레어링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었다. 내게 있어 그저 화려한 모습을 보기 위해 싸움을 부추기고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 같았기 때문인데, 그 밖에도 자기 영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고단함을 알기에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운동 개념이라는 글을 본 뒤로 플레어링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장 활력 있어 보이는 순간이 이 플레어링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플레어링은 화려한 지느러미를 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지느러미가 붙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라 한다. 지느러미를 접고 살게 되면 그 지느러미가 펴지지 않게 된다는 점은 사람의 관절과 근육의 사용과 같데 느껴진다. 그 외에도 스킨답서스 잎이나 베타용 침대를 어항 벽면에 부착해 주면 수면과 가까이 누워 자는 모습이 사람 같다.

 

이처럼 베타를 키우다 보면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누구를 떠올릴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는 베타를 통해 나를 보았다. 나라는 사람과 '비슷함'에 함께 살기 시작했던 베타는 사실 나와는 무척 달랐고, 투어로 그리고 부족할 뿐이었던 나의 물고기로 살다 용궁에 간 아쿠와 아리는 많은 걸 주고 떠났다. 언제 한 번은 그런 아이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싶었고, 그날이 오늘이라 무척 반가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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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강과 바다의 윤슬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에게 있어 윤슬도 수면과 빛의 치열한 싸움인 것만 같다. 아무 의욕 없는 날에 다시 한번 윤슬 같은, 투어 같은 무언가를 마주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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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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