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덤 공동체의 ‘생일카페’ 문화, 그 시작과 확장은? [문화 전반]

어느덧 보편화된 생일카페에 대한 단상
글 입력 2024.05.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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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팬덤 문화로서의 생일카페


 

생카 700.jpg

 

 

어느 순간부터 ‘생일 카페’, 줄여서 ‘생카’는 소위 ‘덕질’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아이돌 팬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카페를 대여해 그 곳을 아이돌의 사진이나 굿즈로 꾸민 것을 시작으로 생일카페라는 장소는 팬들이 모여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고,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온라인에서 알고 있던 지인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친분과 공동체성을 다지도록 하는 공적 공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일카페에 가면 특전 메뉴를 구매할 수 있는데 보통 관련 사진이나 글자가 새겨진 컵홀더를 기본으로 도무송, 스티커 같은 것과 함께 받을 수 있다. 사진이나 그림이 기본적으로 내부의 공간에 전시된 것을 넘어 해당 스타가 출연한 예능이나 음악 방송 영상이 재생되거나 팬들이 자체적으로 굿즈나 간식 나눔을 할 수 있는 ‘나눔존’도 있다. 주최 측에서 스타와 관련된 OO(스타의 이름)고사 같은 퀴즈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퀴즈를 채점해 선물을 주거나, 뽑기를 통해서 작게는 소소한 스티커부터 크게는 액자나 판넬처럼 (마지막 날의 경우) 전시물을 주기도 한다. ‘카페 투어’처럼 스타의 생일 카페를 여러 군데 방문해 컵홀더를 모으는 문화도 있다.

 

한국에서 생일카페는 주로 서울이나 경기권, 광역시 같은 도시에서 공간을 대여해 많이 열리는 편이고 가끔 해외에서 K-POP 소비자들이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열기도 한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상권이 발달된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홍대나 강남 같은 카페 거리는 1년 중 어느 때나 가도 어떤 아이돌이 최근에 생일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상권이 발달된 지역이 아니더라도 생일카페의 대상이 출생한 지역이나 콘서트가 열리는 곳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열리거나, 연극&뮤지컬 공연장이 모여있는 혜화에 배우들의 생일카페가 열리는 등 생일카페가 열리는 장소는 다양하다.

 

‘생일카페’는 카페라는 장소의 일반적인 기능보다 팬덤 공동체에 의해 축하와 기념을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기능이 공간 사용의 주 목적이 되는 곳이다.

 

 


생일카페 문화의 확장, 팬덤 문화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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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카페 문화는 K-POP 아이돌 장르 팬덤에서 시작된 팬덤 커뮤니티 문화 중 하나이지만, 기념의 대상이 되는 ‘스타’와 그 기념을 하는 주체인 팬덤의 영역은 단순히 아이돌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생일카페’가 기념하고 있는 대상은 배우나 운동선수, 예술가 다른 직군까지 확장되어가고 있다. ‘생일’뿐만 아니라 데뷔 기념 카페, 방영/개막 기념 카페 등 여러 변이가 있고, 그래서 요즘은 자세한 목적에 따라 ‘OO 카페’라고 불리기도 한다. 팬들이 스타의 생일카페를 열어주는 형식을 넘어 스타가 팬들을 위해 카페를 열어 음료들을 결제하는 ‘역조공’의 형식도 존재한다.

 

그동안 덕질 문화의 일부로 여겨졌던 ‘생일카페’의 신선한 변화를 준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코미디언 박명수를 대상으로 열린 생일(생신) 카페다. 위 사진의 출처인 트위터 @G_park_HBD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박명수의 생일(생신)을 기념하는 카페 내에서 카페에 방문한 방문객들은 다른 아이돌 팬덤과 동일한 방식으로 ‘특전’을 받아가고, 주로 <무한도전> 당시 박명수가 활약했던 모습과 박명수가 유행시킨 ‘밈’ 등이 담긴 명수 영역 시험지를 풀기도 한다. 아이돌 팬덤의 ‘주접’에 쓰이는 ‘영앤섹시 톨앤핸섬’ 같은 어구를 ‘올드섹시다이너마이트’로 모방해 제시하는 생일카페 주최의 재치는 한 문화요소가 어떻게 패러디적인 모방이 변형과 재창조의 형식으로 확장되는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다. 또 다른 사례는 <프린키피아> 등을 저술해 현대 과학사 자체를 새로 쓴 아이작 뉴턴의 생일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 여러 저명한 물리학자나 과학자들이 축전을 보내는 등 아이돌 팬덤이나 소위 ‘오타쿠’의 덕질 문화가 학계와 조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생일카페’의 바리에이션을 통해서 팬덤 문화의 영역 확장과 의미의 다양화를 읽어낼 수 있다.

 

생일카페는 단순히 스타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팬덤 공동체의 유희와 결집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신성함에 대한 뒤르켐의 종교사회학적 논의를 참고하자면, 신성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그 스타를 좋아하는 나와 내가 모인 공동체다. 이러한 팬들의 실천적인 덕질 행위를 통한 자아실현을 단순히 팬덤 공동체의 적극성과 주체성으로 독해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주체성 자체가 소비자 정체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팬덤 담론의 새로운 논쟁거리다. 그리고 소위 아이돌의 사진을 찍는 ‘홈마’나 생일카페를 열 수 있는 소수의 네임드를 필두로 주최되는 생일 카페는 ‘경제 공동체’로서의 팬덤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덕질 문화’에 있어서 생일 카페의 보편화는 생일이나 데뷔일 같은 이벤트를 기념하는 ‘지하철 광고’의 보편화와 유사한 시기에 시작되었다. 금전적이고 물리적이며, 정서적인 유무형의 자원들을 소비하는 것으로 유지되는 팬덤이라는 상상적 공동체가 위치한 맥락과 그 속의 생일카페 문화는 팬덤이라는 신앙적 공동체에 대한 이중적인 전망을 남기는 듯 하다.

 

 

 

카페 산업 속 생일 카페의 등장


 

다음으로는 생일 카페 문화가 한국에서 카페 산업(시장)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태동했는지에 대해서다. 생일 카페 이벤트가 구상부터 실현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공급자인 주최자와 소비자라는 팬덤 내 양자 관계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일카페에 쓰일 카페의 공간을 주최자에게 빌려주는, ‘공간의 소유자’인 카페의 사장이 있다. 생일카페가 밀집한 홍대 같은 거리를 가면 생일카페용 공간 대여가 주요 쓰임새인 카페가 있을 정도로 형성된 상권 속 개인 카페에게 생일 카페는 매력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카페의 본질은 음료와 음식의 섭취였지만, 최근에는 카페라는 공간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소비자들이 카페에서 기대하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카페 속에서의 소비는 단순히 산 커피와 디저트에 지불된 액면 그대로의 값을 넘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지불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는 일반 개인카페에 비해서 더 ‘표준화’가 주는 이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카페는 생존을 위해 프랜차이즈 카페와 차별화되는 여러 전략을 고민해야 했다. 어떤 카페는 접근성을 노렸고, 어떤 카페는 고급화전략을 택했다. 그 중에서 생일 카페는 카페의 부수적인 기능인 공간 제공이라는 측면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공간 제공 기능 자체를 눈에 보이는 시장의 거래 대상으로 만들었으며, 이는 개인 카페가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한 상권에서 경쟁함에 있어서 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다각화된 수요에 대응하는 시장의 분화 혹은 다양화일지도 모른다. 생일 카페의 숫자가 특정 상권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쟁을 촉진시키는 면과 분화를 통해 경쟁을 해소하는 다른 면의 공존이 카페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 논쟁적이다. 또한 팬덤 산업과의 연계라는 측면에서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카페 산업의 흐름 속에서 ‘생일 카페’가 태동한 원인은 뚜렷했지만 그것의 발달이 카페 시장에 미치는 결과는 아직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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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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