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건축은 삶을 담아낸다 - 서울은 건축

글 입력 2024.04.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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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건축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어 자체에서 오는 전문적인 느낌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상에서 건물을 보고 마음을 사로잡히는 경험을 겪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설령 건축에 관심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그 관심의 방향은 삭막한 빌딩 숲의 향연인 한국 건축물이 아닌 외국 건축물을 향해 있을 것이다.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한국의 도시 풍경은 삭막하다. 이전에 문화역 서울 284에서 진행된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에서 본 TED 강연이 떠오른다. 현대 도시의 건물은 단순할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행동을 일으키게 하고, 사람들이 건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철거하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공간도 과거에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텐데. 그러한 공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은 슬프게 느껴진다.


건축물은 주변과 호흡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할 때 더 빛이 난다. 개인적으로 건축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더 이상 쓰지 않는 공간을 새로 탈바꿈한 곳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공간에서 누군가의 삶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건축물을 개인이 찾기란 쉽지 않고, 배경까지 알기는 어렵다.


책 <서울은 건축>은 건축에 관심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쉽게 건축물을 접해볼 수 있는 현대 건축 안내서이다. 총 41곳의 공간이 담겨있으며, 공공건축물 위주로 담겨 있어 책을 보고 방문해 보기도 좋다. 저자는 책에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들을 담았다. 계절별로 구분되어 있는 책에서 만나본 공간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공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봄 - 중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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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어난 꽃은 아름답다. 봄의 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랜 풍파를 겪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면을 자극하는 건 외면이 아닌 숨겨진 이야기다. 저자는 중림 창고를 사계절 중 봄에 분류했는데 중림 창고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림 창고는 성요셉 아파트 앞에 위치해 있다. 중림 창고는 중림시장의 물건을 보관하는 무허가 판자 건물이었다. 중림 시장은 규모 있는 수산물 시장이었는데 시장이 쇠락하면서 부속 건물도 쇠락하는 당연한 수순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부속 건물은 중림동 사람들에게 생계를 책임져 주던 소중한 공간이었고 결국 중림 창고는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새롭게 탄생했다.


새롭게 탄생한 중림 창고와 성요셉 아파트는 잘 어울린다. 오랜만에 어렸을 때 살던 곳을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기대를 가지고 향했지만 전부 다 바뀐 모습에 이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릴 적 자주 가던 공간을 오랜만에 방문하면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그래서 공간이 사라지면 추억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의 추억을 담고 있을 중림 창고가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바뀌지 않아서 다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건축물은 주변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할 때 빛이 난다.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간이라고 해서 철거해버리기보다 그 공간을 유지하며 재탄생되는 공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공간은 과거의 우리를 담고 있다.

 

 

 

여름 - 양천공원 책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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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에 사람들은 쉴 공간을 찾는다. 양천 공원 책 쉼터는 주민들에게 쉬어갈 공간을 내어준다. 책 쉼터라는 명칭이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도서관이 아닌 책 쉼터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가 생겨나며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정보 습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책을 찾지 않는다. 책을 찾지 않는 시대에 도서관은 변화해나가야 한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이 아닌 독서 공간의 역할뿐 만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수다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양천공원 도서관이 아닌 양천공원 책 쉼터로 이름 지어진 이유다. 양천공원 책 쉼터는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야외 공연장 무대를 개조한 어린이 놀이터도 함께 있어 연령대를 불문한 쉼터가 되어준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건축물이 많아져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시대는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무작정 철거하기엔 건축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특히나 곳곳에서 친환경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공간이 아닌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양천 공원 책 쉼터 같은 공간이다.

 

 

 

가을 - 스페이스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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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휴먼스케일로 도시가 구성되었다. 휴먼 스케일이란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서는 휴먼 스케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휴먼 스케일이 사라진 도시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의 숨통을 조인다고 했다. 휴먼 스케일을 찾기 어려운 요즘, 사람들은 휴먼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몇 년 전 핫플레이스였던 익선동을 많은 사람들이 찾은 이유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익선동은 오래된 한옥 집단 지구로 건물이 대체로 낮다. 높은 건물이 익숙한 우리에게 익선동은 휴먼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동네였다.


스페이스 K도 휴먼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높지 않고, 넓은 보행로도 확보하고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스페이스 K는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 나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건물의 내부부터 외부까지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건축도 결국은 이야기다.


 

책은 건축의 방식이 아닌 건축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지어졌는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건축도 결국은 이야기다. 우리가 건축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건축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에 담긴 공간의 이야기는 우리 가슴속의 감정을 동요시키고 건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많은 자본이 투입된 건물이 많아지고 있다. 자본이 많은 건물보다 삶을 담아낸 건축물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저자는 좋은 공간은 사시사철 사람들을 끌어모아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보다 개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과 화합이 필요하다. 좋은 공간은 사람들을 모으고, 소통하게 하여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든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 세상 모든 건축가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좋은 공간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저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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