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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디가 30주년을 맞이했다.


홍대 작은 클럽들에서 시작된 인디 음악은 30년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청춘과 열정을 먹고 자랐다. 때로 무모해 보여도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인 청춘들이 국내 인디씬을 만들어 갔다. 이번 페스티벌 무대에서 아티스트들은 종종 "여러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처럼 아티스트뿐 아니라 열광적인 리스너들까지도 모두 음악 앞에서 자유롭고 열정적인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공연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었고, 오래된 홍대 클럽들이 문을 닫았다. 그러한 암흑기를 견뎌 롤링홀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이 기념비적인 순간을 위해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한곳에 모였다. 올 9월 13~14일 양일간 진행된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국민 록밴드 'YB', 낭만고양이 '체리필터' 등 오랜 시간 밴드씬을 지켜온 팀들과 젊은 에너지를 보여주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WOODZ'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라인업은 국내 음악씬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브로콜리너마저', '극동아시아타이거즈', 'REN', '아쿠루 요르노 히츠지'와 같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신예 인디 아티스트들도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메이저 팀과 마이너 팀이 적절히 섞여 폭넓은 관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들에게 최적의 페스티벌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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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라인업에 따라 무대는 사운드 플래닛(Sound Planet), 사운드 캠프(Sound Camp), 사운드 브리즈(Sound Breeze), 크로마(Chroma), 버스킹(Busking)으로 나뉘었다. 각 공간은 저마다의 테마가 있었고, 라인업도 그 성격에 맞게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9월 중순에도 식지 않은 더위에 야외 관람이 힘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실내 무대가 무려 세 곳에 마련되었고, 야외무대는 인디/포크 성격이 강한 사운드 브리즈와 락밴드 무대가 주로 펼쳐지는 사운드 플래닛으로 나뉘어 관객층이 적절히 분배되었다.

 

푸드존은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되었고, 파라다이스 시티 내부 시설에 있는 식당도 이용할 수 있어 선택지가 많았다. 페스티벌 내부 푸드존에서는 메인 무대를 관람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파라다이스 시티 내부에서는 버스킹 무대가 진행되어 음악을 곁들여 즐길 수 있었다. 라인업이나 공간 구성도 뛰어났지만 특히 페스티벌에 적절한 공간을 잘 선정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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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최종 라인업

 

 

이번 페스티벌은 혼자 관람하게 되었다. 동행이 있을 때는 의견을 모아 동선을 정했는데 이번에는 타임테이블을 보며 내가 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맘껏 찾아다닐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혼자서 페스티벌을 즐기는 게 걱정이 되었지만 하루가 끝나갈 즈음에는 다음에도 혼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방문한 9월 14일에는 평소 스트리밍 사이트로만 들었던 아티스트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장소에 도착하자 한때 내가 즐겨 들었던 'lovememore.' 부른 'dosii'가 공연 중이었다. 확실히 이어폰을 통해 음악과 현장에서 직접 듣는 음악은 느낌이 달랐다.

 

그동안 음악에 온전히 몰입해본 적이 많지 않았다. 보통 길을 가거나 다른 일을 할 때 음악을 즐겼기에 흘려 들었던 가사도 페스티벌에서는 유심히 듣게 되었다. 이어진 '한로로'의 무대를 볼 때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원래 좋아했던 노래라도 페스티벌 현장에서 따라부르는 순간 추억이 덧입혀져 노래가 더 좋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내가 보고 싶었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김마리'의 무대는 동시에 진행되었기에 두 무대를 번갈아 이동하며 관람했다. 비교적 하드한 장르의 곡을 부르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달리 '김마리'는 잔잔하고 청량한 곡을 주로 불렀다. 무대별로 공연을 즐기는 관객의 태도가 다른 점도 흥미로웠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팬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깃발 주위로 강강술래를 돌며 무대를 즐겼다. 그에 반해 '김마리' 무대 관객들은 자리에 앉거나 서서 가만히 무대를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이렇듯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 강강술래를 돌며 즐기는 사람, 가까이서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사람, 특별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하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 없이 모두가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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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더위가 가라앉고 점점 유명한 아티스트가 등장하자 무대마다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실내 무대는 과도한 인파를 막기 위해 스태프가 입장을 통제했다. 뛰어난 실력이 돋보이는 밴드 'KARDI'의 무대는 사운드 캠프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KARDI'의 무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전 무대가 끝나자마자 사운드 캠프 무대로 달려 갔다.

 

사운드 캠프 무대는 레이저 조명을 사용하여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광란하게 펼쳐지는 레이저쇼와 강렬한 'KARDI'의 무대가 잘 어우러졌다. 공연장 내부에 관객들이 가득 찼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무대 아래서 뛰어놀았다.

 

다음 무대에 오른 'WOODZ'는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즐기라”고 말했다. 그의 주문 아래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 올 때는 혼자였지만 막상 무대를 즐길 때는 함께 이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도 각자 즐기는 방식은 달랐다. 그래서 나 역시 마음껏 나만의 방식으로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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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헤드라이너는 ‘체리필터’였다. ‘체리필터’는 롤링홀이 롤링스톤즈였을 때부터 함께 해온 상징적인 밴드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늘 '낭만고양이'나 '오리날다'를 마지막 곡으로 부른다. 국민 히트곡을 보유한 '체리필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순간이 특별했다.

 

'체리필터'의 프론트우먼이자 보컬인 조유진은 저질 체력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무대를 할 때마다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사운드 플래닛'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콜라보 무대가 펼쳐졌다. 중간에 이전 타임이었던 'WOODZ'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We will rock you', '그대에게'와 같은 불멸의 히트곡과 최근 전세계를 휩쓴 로제의 '아파트'를 함께 불렀다.

 

이날 로제의 '아파트'는 윤수일의 '아파트'가 절묘히 섞여 편곡되었다. 노래 선곡부터 아티스트 콜라보까지 한국 음악씬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대에 공존함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음악에는 시작이 있어도 끝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번 누군가에게 불린 음악은 그 순간 생명력을 갖고 살아간다.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 또한 무대에 오르는 순간, 음악을 시작했던 처음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아쉬움에 발걸음을 옮겼지만 내년 그리고 내후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언젠가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도 자체 30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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