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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TV 애니메이션 ‘체인소맨’과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내용 및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애니 체인소맨을 보게 된 이유는 원작도 화제성도 아닌, 순전히 요네즈 켄시의 'KICK BACK'이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듣게 된 이 곡은 전기톱을 시동하는 소리로 시작한다. 전기톱과 같은 기계의 강한 반동을 의미하는 곡 제목 'KICK BACK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체인소맨’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일렉트로닉 기타의 정신없는 연주와 요네즈 켄시의 목을 긁는 듯한 노래는 전기톱의 시동처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으로 시작되지만 어느새 무서움을 잊은 채 달려드는 악마로 마무리 짓는다.
과연 요네즈 켄시가 이 곡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체인소맨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을 하루 만에 정주행했다.
Kenshi Yonezu - KICK BACK
幸(しやわ)せになりたい 楽(らく)して生(い)きていたい
행복해지고 싶어 편하게 살고 싶어
全(ぜん)部(ぶ)滅(め)茶(ちゃ)苦(く)茶(ちゃ)にしたい 何(なに)もかも消(け)し去(さ)りたい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어 싸그리 지워버리고 싶어
あなたのその胸(むね)の中(なか)
당신의 그 가슴속
애니를 보고 난 후, 하루하루 빚을 갚으며 포치타라는 전기톱의 악마와 살아가고 있던 덴지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사건으로 덴지는 포치타의 심장으로 전기톱 악마의 힘을 빌린 악마를 잡는 사람 즉, 데빌 헌터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수많은 인연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욕망, 사랑, 허무함, 행복이 애니 속에 담겨 있으며, 노래로 들려주고 있다. 단순하고 가끔은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덴지의 개인적인 면모를 전기톱의 특징을 통해 노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느끼며 계속해서 듣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이끌리듯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상영을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된 시점이었으며, 이 극장판의 OST를 요네즈 켄시가 2곡이나 작곡했다는 소식에 서둘러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Kenshi Yonezu - IRIS OUT
극장판의 첫 번째 곡인 'IRIS OUT'은 'KICK BACK'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긁는 듯한 목소리의 요네즈 켄시와 강렬한 베이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 곡에서는 레제라는 변주점으로 인해 피아노 리프와 독특한 비트들이 들어섰다. 이로써 또 다른 ‘체인소맨’만의 B급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마키마라는 인물을 좋아했던 덴지가 불쑥 들어온 레제라는 소녀가 보여주는 귀여움과 사랑에 혼란을 겪게 되지만 금방 빠져들게 된다. 금사빠라고 생각될 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는 덴지가 말하는 사랑이 가사에서 정말 재밌게 표현된다.
頸動脈(けいどうみゃく)からアイラブユーが噴(ふ)き出(で)て
경동맥에서 아이 러브 유가 뿜어져 나와
どうしようあばらの奥(おく)を
어쩌지 갈비뼈 안쪽을
ザラメが溶(と)けてゲロになりそう
설탕이 녹아서 구토가 될 것 같아
이 곡은 중간 중간 삽입 되어있는 포인트들이 폭탄의 악마로 변신할 수 있는 레제의 폭탄처럼 펑펑 터진다.
후렴에서 마키마와 레제 사이의 감정을 혼란스러워하는 덴지 이후에, 왼쪽에서는 마키마, 그리고 오른쪽에서는 레제가 덴지에게 계속해서 속삭이는 듯한 재미있는 전개가 이어진다. 또한, 레제가 폭탄을 던질 때의 의성어인 'Bomb'이라는 단어를 가사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방심하는 순간 레제가 마음속에서 불씨를 터트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Bridge 부분마다 나오는 정신없는 피아노 스윙은 터져 나올 것 같고 혼란스러운 덴지의 마음과 그들의 전투가 맞물려 둘의 멈출 수 없이 흘러나오는 정신없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Kenshi Yonezu - JANE DOE
극장판 두 번째 곡이자 마지막을 장식했던 'JANE DOE'는 영화를 모두 본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감정과 함께 시작된다. 전화부스에서 갑자기 시작된 장난스러운 만남은 학교 체험, 수영 배우기, 축제 즐기기와 같은 평범한 일상들을 함께하게 되면서 본인들도 모른 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덴지의 심장을 가져가야 하는 레제와의 험난한 싸움 끝에 결국 서로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장난으로 시작했던 사랑이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리면서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Jane Doe의 뜻은 신원 미상의 여성이나 변사체를 의미한다. 즉, 이 영화에서는 레제를 뜻한다. 요네즈 켄시는 해당 곡을 만들 때 본인이 부르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곡을 부탁할 생각으로 시작했으며, 피아노 리프를 만들면서 멜랑콜릭한 느낌의 가수 우타다 히카루에게 오퍼를 보냈다고 한다. 곡의 가사 속에는 닿을 수 없었지만 애절했던 그들의 사랑을 담고 있었다.
どこにいるの (ここにいるよ)
어디 있어? (여기 있어)
何(なに)をしているの (ずっと見(み)てるよ)
뭐 하고 있어? (계속 보고 있어)
この世(よ)を間違(まちが)いで満(み)たそう
이 세상을 틀린 것으로 채워버리자
側(そば)にいてよ 遊(あそ)びに行(い)こうよ
곁에 있어 줘, 놀러 가자
どこにいるの
어디에 있는 거야?
위의 가사 속, 함께 사랑을 주고받던 관계 속에서 레제의 죽음으로 덴지 혼자의 외침으로 끝내버린 연출에서, 음악 속에서도 영화 내의 이야기를 연출이 보여, 영화의 장면이 잊혀지지 않을 수 있었다.
위의 세 곡의 앨범 아트 또한 요네즈 켄시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가 표현하는 앨범 아트와 직관적이면서도 담고 있는 정서가 깊이 있는 가사들이 와닿아 그가 얼마나 이 작업과 애니메이션에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었아. 덩달아 평소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본 후 OST에 한동안 푹 빠져있는 나에게 영화가 남고 있는 이야기 이상의 여운을 안겨주었다.
이번 극장판이 일본 내에서 300만 돌파뿐만 아니라 북미 개봉에서도 큰 흥행을 끌어내 제작이 확정된 체인소맨 2기는 잘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2기에서도 음악의 악마 '요네즈 켄시'가 한 번 더 활약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