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페라 하우스로, 셀프 문화초대

글 입력 2024.07.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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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생활에 안녕을 고하는 마지막 5개월 차.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단연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 보고 돌아가기. 전 세계 관광객이 너도나도 모여들어 사진을 찍고 붐비는 오페라 하우스를 밖에서 넋 놓고 바라보는 건 이제 도가 텄다. 이제는 하우스로 직접 들어가 진정한 문화 예술을 감각해 보고야 말겠다.

 

몇 달 전 지인의 간곡한 부탁을 들었다. “제발 가서 그 천국을 경험하고 와주세요”. 분명 추천인데 제안을 넘어선 형용들이었다. 그분은 꼭 오페라 하우스의 ‘콘서트홀’에 가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야 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보다 더 유명한 게 콘서트홀이에요. 음향이 정말 레전드거든요”. 살아생전 그 최고의 음향을 직접 귀로 들어야 한다며, 꼭 콘서트홀에 가서 공연 보기를 적극 권한 것이다. 그분이 남긴 순도 100%의 진심을 믿고 스스로에게 셀프 문화 초대의 기회를 주었다. 귀국 전 꼭 한번은 공연을 봐야지, 다짐하던 찰나에 그 진심 어린 후기가 생각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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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을 딱 2주 남기고 나홀로 오페라 하우스에 갔다. 2월 초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갔던 오페라 하우스지만 내부에 들어오는 것은 오늘이 처음. 마침 공연 시기에는 호주 최대의 조명 축제인 ‘시드니 비비드 쇼’ 기간이라 오페라 하우스와 시티 일대가 환상적인 빛으로 물들여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도 평소의 저녁에는 따뜻한 달빛 같은 자태를 뽐냈지만 이날만큼은 고흐의 명화를 연상케하는 그림들이 수놓아져 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위엄을 드러냈다.

 

콘서트홀 로비에 미리 들어와 맥주 한 캔과 파이를 시켰다. 시드니 맥주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미트파이를 한 입 두 입 맛보며 30분간 빛의 바다 그리고 하버브리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형형색색 조명과 명화로 채워진 시드니를 보며, 오페라 하우스의 지리적 위치는 세계 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과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될 만한 마땅한 이유와 품격이 있는 곳이라며 고객을 끄덕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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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셀프 문화 초대로 향유하게 될 콘텐츠는 바로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The Music of John Williams’다. 70년 경력, 영화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엄스의 음악. 단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한 오늘의 주제. ‘쥐라기 공원’ ‘슈퍼맨’ ‘스타워즈’ ‘해리포터 시리즈’ 등 약 150편의 영화들의 스코어 음악을 작곡한 그의 주요 작품을 이번 공연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한편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호주 최대의 교향악단으로 1932년 오스트레일리아 방송 공사가 창단하여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콘서트홀에서 잡은 좌석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예매 당시 굉장히 운이 좋게도 F열의 오른쪽 끝에 딱 한자리가 비어 앞에서 네 번째 줄에 앉았다. 첼로와 더블 베이스 연주자들과 바로 마주하는 가까운 좌석이었다.

 

삼박자를 다 갖춘 독보적인 공연이었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 중에서도 그 첫 시작의 음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명곡들의 총집합을 가장 깊이 있고 섬세하게 연주했다. ‘슈퍼맨’의 March, ‘나홀로 집에’의 somewhre in my memory, 쥐라기 공원의 Theme, 스타워즈 The Phantom Menace의 Duel of the Fates 등 심금을 울리는 세기의 명작들에서 가장 짙은 농도의 음악들만 골라 소개했다.

 

사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나는 영화 애호가가 아니라, 위 음악들은 일반인으로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축의 멜로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심지어 앞서 언급된 영화들을 빠짐없이 다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도, 음악도 빼곡히 마스터하지 않은 나조차도 '아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단숨에 음악 특유의 주제와 감성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명곡 중의 명곡만 추려서 이 공연에서 선보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이번 셀프 문화초대에서는 곡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보다는,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에서 마주했던 공연의 진행과 흐름에 대해 더 감명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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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지휘자의 뒷모습, 그리고 공연 종료 직후 인사할 때의 정수리만 보았던 과거는 이제 새까맣게 잊었다. 단숨에 식상한 관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두 명의 사회자와 공연을 함께 소개한다. 피구를 하듯 공을 주고받듯 사회자들과 공연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지휘자가 다른 행성의 사람같이 보였다.

 

센스와 유머, 농담과 배경지식을 청계천 징검다리 걷듯 자유자재로 오가며 매 순간 소통한 시간. 곡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들이 영화와 음악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면, 지루해질 틈을 단 1초도 주지 않고 지휘자가 곧바로 말을 거들어 ‘잠깐, 이 전개 기억나시죠?’하며 관객에게 영화 OST과 관련된 배경을 일깨우는 단서들을 바로 연주로써 상기시켰다. 이 모든 과정을 사회자,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한 몸이 되어 물 흐르듯 진행한다는 것이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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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의 시작과 끝이 되는 요소는 역시 음향이었다. 왜 나의 지인이 그토록 애원하며 이곳에 오기를 권했는지 연주 시작과 동시에 깨달았다. 소리의 울림과 깊이가 너무나도 웅장해서 도대체 이 소리들은 어떻게 울려펴지고 또 깊어지는지 궁금해 고개를 들었다. 인터미션 때는 높은 좌석 라인에 올라가 공연장 전체를 바라보기도 했다. 최상의 음향을 위해 설계한 콘서트홀의 거대한 구조에 감탄을 넘어 인류애마저 들었다. 동시에, 세기의 역사를 이어갈 음악들이 바로 이곳에서 새롭게 잉태되는 것에 크나큰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며.

 

음악으로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온 피부로 실감했던 밤. 음악은 영혼과 삶이 소통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확신이 들었다. 순간순간 파동을 일으키는 연주자들의 몸짓, 주고받는 눈빛, 웃음, 강인함으로 인해 자꾸만 코 끝이 찡해지는 날이었다.

 

시드니에서 시행한 제1회 셀프 문화 초대는 성공적이었다.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더이상 타인 또는 단체가 초대한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과 취향에 맞게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기 시작했다는 것.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시설에서 최고의 음향과 지휘자를 만난 것. 문화는 소통이라는 아트인사이트의 모토를 셀프 문화초대로써 완벽히 이해하게 된 것.

 

시드니를 시작으로 앞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릴레이 셀프 문화 초대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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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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