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크기변환]제바딘 포스터.jpeg

 

 

끝을 앞둔 순간에야 비로소 돌아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삶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단 몇 분뿐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려 할까.

 

 

 

관객을 이끄는 동행자


 

작품은 1955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제임스 딘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바이런’이 나타나며 시작된다.

 

바이런은 제임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세 번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이동하는 여정 속에서 삶과 선택의 순간들을 되짚는다. 이 로드트립은 점차 제임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의 끝에 서 있는 또 다른 인물의 선택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제임스 딘을 전설이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보겠다는 기획 의도를 공연 전반에 걸쳐 구현한다. 제임스 딘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극은 서사 내부에서 충분한 안내를 제공한다. 그 역할을 맡는 인물이 바로 바이런이다.

 

바이런은 제임스를 설명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거쳐 관객을 인물의 내면으로 이끈다.

 

 

[크기변환]제바딘 무대.jpeg

 

 

 

과거를 편집하는 여정


 

뮤지컬 <제임스 바이런 딘>은 로드트립 형식을 서사의 뼈대로 삼는다.

 

작품에서 ‘이동’은 단순한 장면 전환이 아니라 이야기를 앞으로 밀어 가는 핵심 동력이다. 로드트립 서사가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어디에 도착하느냐보다 이동하는 동안 무엇을 지나치고 어떤 감정이 오갔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명확한 목적지는 흐릿해지는 대신 달리는 시간 속에서 인물의 기억과 감정, 태도의 변화가 차곡차곡 쌓인다. 과거에 머물 수도, 현재에 정지할 수도 없는 ‘이동 중’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회상과 대화를 불러오고 그 과정에서 인물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무대 공간에서도 분명하게 구현된다. <제임스 바이런 딘>의 무대는 현실적인 장소라기보다 기억이 재구성되는 편집실에 가깝다. 중앙에 놓인 자동차와 회전무대, 미디어 영상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하나의 여정을 담는 동시에 제임스 딘의 과거·현재·가능했던 미래를 겹쳐 놓는다.

 

바이런이 말하는 ‘인생을 편집한다’는 개념은 이 무대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체화되며 관객은 물리적인 이동이 아닌 기억 속을 이동하는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크기변환]8dls.jpg

 

 

 

결말이 남기는 것 


 

작품의 핵심 설정인 ‘과거를 편집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는 단순한 가정법적 장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죽기 직전 어쩌면 다른 결말에 도달할 수도 있었을 순간에 주어진 이 선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임스 딘이 스크린 위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들을 만들어낸 원천과 맞닿아 있다. 지우고 싶었던 실패와 실망, 되돌리고 싶었던 기억들은 결국 그의 연기를 떠받친 감정의 기반이었음이 드러난다.

 

작품은 이 과정을 통해 과거를 ‘수정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의미를 획득하는 축적의 결과로 바라보게 만든다. 삶을 천천히 되돌아볼 때 비로소 드러나는 의미의 결을 무대는 직접적인 교훈 대신 서사의 흐름 속에서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바이런이라는 인물의 성격은 한층 복합적으로 읽힌다. 제임스 딘의 미들네임을 딴 이 존재는 사신이나 외부의 안내자라기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또 하나의 자아에 가깝다. 바이런은 제임스를 원망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의 시간을 함께 통과하며 이해와 공감의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결국 제임스 자신에게 향해 있고 이는 후반부에서 바이런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더욱 분명해진다. 작품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자기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제임스 바이런 딘>은 겉보기엔 전기적 서사를 취하고 있지만 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스타의 이미지 너머에 있던 불안과 흔들림을 따라간 이 무대는 관객에게도 자신이 무엇을 붙잡고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화려한 재현보다 오래 남는 것은 작품이 끝내 관객에게 남긴 질문들이다.

 

 

 

press.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