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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브론테 이야기, 뮤지컬 <웨이스티드>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브론테 자매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명되어 왔다. 하지만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관습적인 전기극의 틀을 벗어나 다큐멘터리적 형식과 격렬한 록 음악으로 그들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에서 해석한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한때 『제인 에어』로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목사의 아내가 된 샬롯 브론테의 인터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한다. 무대 위에는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샬롯의 현재 모습과 인터뷰 내용이 비치고, 그 속에서 샬롯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 회상 장면마다 폭발적인 록 음악이 터져 나오며 샬롯과 동생들의 치열했던 삶을 노래한다.


시대의 불합리에 저항했던 브론테 형제들의 삶 자체가 바로 록 정신과 닮아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격렬한 록 음악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없었던 사회, 종이 한 장조차 귀하던 가난한 환경, 그리고 결혼이나 가정교사 외에 다른 삶의 선택지를 허락하지 않던 시대 속에서 브론테 자매는 침묵과 순응 대신 치열한 저항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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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극열전

 

 

 

록으로 쓴 브론테 이야기


 

작품은 당시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했던 젠더 갈등을 뚜렷하게 그려낸다. 브론테 자매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남성 필명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글을 쓰는 행위조차 사회적 제약과 싸워야 했다.

 

무대 위에서도 이러한 불합리는 생생하게 재현되는데, 특히 남동생 브랜웰이 유일하게 주체성을 가진 인물로 부각되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인물로 소개되며 넘버를 통해 스스로 되고 싶은 존재를 직접 선언하는 장면은 여성의 삶과 선택지가 남성의 허락과 결정에 종속되었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선택한 록 음악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그들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던 분노와 열망은 뮤지컬의 넘버들을 통해 격정적으로 분출되며 단순한 배경을 넘어선 음악은 억눌린 목소리를 대신 외쳐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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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극열전

 

 

 

브론테를 향한 빛, 상실과 창조의 의미


 

모두가 떠나고 샬롯만이 남는 순간, 무대는 자매들의 삶과 꿈을 암시하는 다양한 상징으로 채워진다. 브론테 자매의 삶과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상징인 기차 소리와 바다의 파도 소리, 그리고 장난감 병정을 가리키는 조명이 차례로 무대를 채운다.

 

기차는 떠남과 새로운 여정을, 바다는 샬롯이 갈망했던 자유와 이상향을, 장난감 병정은 어린 시절부터 세 자매가 공유했떤 상상과 창작의 원천을 은유한다. 기차-바다-장난감 병정으로 이어지는 상징의 흐름은 예술이 기억을 영속시키는 힘을 지녔다는 힘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이후 무대에 죽은 동생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 샬롯에게 글을 계속 쓰라고 말하는 장면은, 비록 육체는 사라졌지만 목소리와 열망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동시에 예술이란 부재를 넘어 존재를 되살리는 힘을 지녔음을 강조한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겨진 목소리와 기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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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극열전

 

 

 

헛되지 않은 삶, 헛되지 않은 글


 

무대 위 샬롯은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회의를 드러낸다. 종이를 아무리 채운다 해도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오히려 종이가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모습이다. 대사는 단순한 자기 비하가 아니라 창작자의 본질적인 고민을 드러낸다. 이미 수많은 책과 목소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과연 나의 글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그리고 또 다른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이 물음을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전환한다. 비록 세상을 뒤흔들 위대한 작품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삶의 흔적이자 존재의 증명이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작품들이 '성공'과 '성취'를 향한 메시지를 노래하며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전진을 요구한다. 하지만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이들과 결을 달리한다. 이 작품은 브론테 자매의 실패와 좌절에 집중함으로써 무언가를 반드시 성취해야만 의미 있는 삶이라는 통념에 정면으로 맞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동생들이 전하는 "아무것도 못 되는 삶도 헛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는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의 가치를 조명한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는 이 특별한 메시지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이 뮤지컬만의 가장 큰 매력이자 힘이라 할 수 있다.

 

브론테 자매의 삶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웨이스티드>는 오는 10월 26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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